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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키워온 편견…‘임대아파트 = 슬럼’ [뉴스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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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공임대주택 공급 대책’ 왜 환영 못 받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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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걱정없는세상, 만족미래연구소 등 관계자들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계속거주권 보장, 전월세상한제 도입, 공공임대주택 확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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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시설 관리 ‘생활환경 열악’
빈곤층엔 복지 미흡…사실상 방치
일반분양 주민과 계급갈등도 심각

“인식 개선 위해 법·제도적 보완을”

정부·여당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대책이 해당 지역 정치인들과 주민들의 ‘님비 현상’에 흔들리고 있다. 임대아파트에 대한 주민들의 해묵은 거부감이 지역 국회의원들의 ‘책임론’으로 번지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신뢰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힌 것이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데는 열악한 임대아파트 환경을 도외시해온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임대아파트를 정책수단으로 사용하기에 앞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법·제도적 보완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4일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한 뒤 지역 주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임대주택 기피’ 심리가 꿈틀댔다. 특히 공공임대 확충이 예정된 서울 마포, 노원과 경기 과천 일부 주민들은 집값 하락과 교통 혼잡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일부 주민들은 지역구 의원들에게 항의 전화를 독려했다.

하지만 학계에선 임대아파트 건설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가격 결정에는 지역의 주택 수요와 유입 인구, 기반시설에 대한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도시연구원, 한국주택학회 등이 2017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임대단지가 새로 들어섰을 때 반경 500m 이내 아파트는 집값이 약 7.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780가구 이상 입주하는 국민임대주택은 공급 증가 효과로 인근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다.

이처럼 임대단지 건설의 효과는 제각각이지만, 임대아파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많아 반대 여론이 힘을 얻기 쉽다. 영구임대의 경우 30여년 전 첫선을 보인 뒤 정부·지방자치단체의 관리 부실로 열악한 환경에 놓인 곳이 많다. 최근 임대아파트에 세련된 디자인을 적용하고 충분한 편의시설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는 서울 등 일부 대도시의 신축 단지에 한정된다.

미흡한 주민 복지는 임대단지 슬럼화를 더욱 부추기곤 한다. 집은 있지만 빈곤과 정신적 문제에 시달리는 주민들을 돕지 못하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영구임대 단지에 ‘주거복지사’를 투입했지만 시범사업이라 전국 15개 단지로 한정됐다. 20대 국회에선 이 같은 지원을 명문화한 주거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분양과 임대아파트가 섞여 있는 혼합주택단지(소셜믹스)에서 발생하는 입주민 차별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회는 2013년 주택법에 혼합주택단지 개념을 규정했지만 주민 간 갈등에는 소홀했다. 같은 단지에서도 임대아파트 주민은 특정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가 하면 아이들끼리도 차별하는 현상이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임차인이 공동대표회의를 구성해 아파트 관리에 참여하는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과, 거주 형태에 따른 차별행위를 구제할 수 있게 하는 국가인권위법이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못했다.

시민사회에선 임대아파트를 정책수단으로만 사용하지 말고, 주거 여건이나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도록 법과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예산 문제 등을 고려해 공공임대의 운영관리 책임을 지자체에만 돌리긴 힘들다”며 “낡은 건물을 정비하고, 입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을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지역 민원만 좇아 공공임대를 반대하는 정치권의 행태도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 도시계획위원회에 참여한 기초의회 의원들이 지역 민원을 좇아 공공임대를 반대하는 경우가 다수”라며 “민원에 민감한 정치인이 위원회에 참여하는 게 맞는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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