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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 마크롱은 왜 휴가까지 중단하고 베이루트로 달려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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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과거 레바논 식민 지배… 지금도 경제적 지원하며 중동 영향력 키우는 데 활용

조선일보

6일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베이루트를 방문해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도착했다. 그는 이틀 전 대형 폭발 사고로 비탄에 빠진 레바논인들을 위로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주요국들이 레바논에 도움을 주겠다고 했지만 선진국 정상 중 직접 베이루트까지 날아간 이는 마크롱뿐이었다. 그는 남프랑스 별장에서 즐기던 휴가를 중단하고 베이루트로 달려갔다. 왜 그가 유독 레바논에 깊은 관심을 보였을까.

레바논은 중동에 위치하면서도 지중해를 끼고 있는 천혜의 요지다. 역사적으로 이곳을 차지하려는 다툼이 잦았다. 16~19세기 사이에는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하지만 오스만제국이 1차대전 패전국이 되면서 잠시 무주공산이 됐고, 중동 진출을 호시탐탐 노린 프랑스가 재빨리 식민지로 삼았다. 1920년부터 23년에 걸친 프랑스의 식민 지배 기간에 레바논에는 프랑스 문화가 깊숙이 뿌리내렸다.

레바논 공용어는 아랍어지만 프랑스어가 준공용어로 널리 사용된다. 정부 문서에서 프랑스어를 병기하는 사례가 많다. 베이루트 시내 중앙은행 건물의 경우 외벽 왼쪽에 'Banque du Liban(레바논은행)'이라는 프랑스어 명칭을 쓰고 오른쪽에 아랍어로 같은 표현을 붙여놨다. 국민도 영어보다 프랑스어에 익숙하다. 중동 국가치고 기독교도가 많이 살고 서구 양식의 건물이 많은 것도 프랑스의 영향이다. 베이루트가 '중동의 파리'라는 별칭을 갖게 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레바논은 식민 통치국이었던 프랑스를 자국 이익을 위해 적극 활용해왔다. 어려울 때마다 손을 벌려 경제적 원조를 받아냈다. 해외에서 프랑스어 사용을 장려하고 중동에서 영향력을 늘리고 싶어하는 프랑스도 레바논에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5일 파리의 에펠탑은 베이루트 폭발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야간 조명을 하지 않았다.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프랑스에는 레바논인이 20만명쯤 살고 있다. 레바논 인구가 685만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레바논 수재 중에 프랑스 유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회장이다. 그는 10대 시절 파리로 건너가 이공계 엘리트 학교인 에콜 폴리테크니크를 졸업해 프랑스 주류 사회로 진입했다. 그는 일본에서 횡령 혐의 등으로 수감됐다가 작년 말 탈출해 베이루트로 돌아왔다. 곤 전 회장 자택도 이번 폭발 사고로 심하게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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