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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 친인척 감시하는 특별감찰관… 文, 국회에 추천 요청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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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은 "수차례 했다" 밝혔지만 국회사무처 "공식요청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취임한 이래 국회에 특별감찰관 후보자를 추천해달라고 단 한 차례도 공식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집권 초기 "국회에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을 요청한다"고 했었지만 실제 요청 절차는 밟지 않아 말에 그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가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자를 추천해 달라"며 국회에 공문(公文)까지 보낸 것과도 크게 대비된다.

미래통합당 김도읍 의원이 국회사무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9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서 '특별감찰관 결원 발생 통지'가 있었던 이래 청와대에서 단 한 차례도 후보자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처는 서면 답변서에서 "후보자 추천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했고, 새로 21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부터도 문 대통령에게서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 요청을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사무처 관계자는 또 "문 정부가 출범한 이래 특별감찰관 후보자를 추천해 달라는 (공식적인) 요청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이 수차례 국회에 특별감찰관 후보자 요청을 했는데 국회가 추천하지 않았다"는 청와대 입장과 다르다. 문 대통령이 2017년, 2018년 원내대표 초청 행사에서 특별감찰관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여야에 말로는 요청했지만, 정작 청와대에서 실질적으로 추천 요청 절차를 진행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4촌 이내 친·인척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비위를 상시 감찰하는 대통령 직속 독립기구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석 중인 특별감찰관의 임명 의사를 천명하고 국회에 후보자 추천을 요청한다"며 "법에 정해진 특별감찰관의 대통령 및 친족, 핵심 참모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회피하지 않고 적극 수용함으로써 청와대 투명성을 상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실제 서류나 구두로 요청 의사를 국회에 보내진 않은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미래통합당 전신)은 지난해 11월 각각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에 나섰다. 정작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적임자가 없다"면서 인선을 미뤘다. 이러는 사이 청와대 내부에서는 조국 사태, 울산시장 하명(下命) 수사, 유재수 감찰 무마, 대통령 처남 땅 투기 의혹 등이 줄줄이 터졌다.

정부·여당은 공수처가 출범하면 대통령 주변 감시 기능을 맡을 수 있다며 특별감찰관 임명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서 "특별감찰관 제도는 공수처가 합의되지 않아서 만든 것"이라면서 "특별감찰관과 공수처의 기능이 중복될 우려가 있는데 같이 둘지, 특별감찰관 제도를 없앨지 논의해 달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는 말 그대로 고위 공직자와 그 가족을 수사하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감찰관은 감찰 기구라 비위 행위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지만, 공수처는 수사 기구이므로 명백히 범죄행위가 있는 경우에만 나선다. 통합당 김도읍 의원은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감시 기구는 고사(枯死)시키는 대신 공수처를 정적(政敵) 제거용으로 쓰겠다는 의도가 명확해진 것"이라고 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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