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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체인지업 살아나자…깨어난 `괴물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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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이 올 시즌 세 번째 선발 등판에서 에이스 자격을 입증했다. 앞선 두 경기에 비해 정교해진 제구력과 수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가면서 많은 헛스윙을 유도하며 5이닝을 실점 없이 마쳤다. 특히 고비 때마다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진 체인지업이 빛을 발하며 자칫 팀이 연패 수렁으로 빠질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 거액을 들여 자신을 영입한 토론토의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류현진은 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올 시즌 처음 5이닝 이상을 던지며 잡은 탈삼진은 무려 8개. 류현진에 이어 올라온 불펜 승리조가 2점 리드를 끝까지 지키면서 2대1로 승리했고, 올 시즌 첫 승도 수확했다.

시작은 불안했다. 애틀랜타 간판 타자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를 첫 상대로 맞은 류현진은 5구 만에 볼넷을 내줬다. 애틀랜타 상위 타선이 모두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들이라는 점을 크게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불안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호타준족인 아쿠냐 주니어(지난해 41홈런 37도루)의 도루 시도를 견제구로 잡아낸 것. 이후 까다로운 2·3번 타자 댄스비 스완슨과 마르셀 오수나를 각각 6구 승부 끝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스스로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2회부터 5회까지는 위기가 없을 정도였다. 투수 기준 바깥쪽 낮은 지역 스트라이크 판정이 후한 심판 특성을 파악해, 류현진은 '낮게 더 낮게'를 꾸준히 유지했다. 이날 애틀랜타 타자들은 류현진의 변화구를 노리고 타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벗어나는 낮은 코스 공에 지속적으로 헛스윙하며 큰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가장 빛을 발한 구종은 체인지업이었다. 류현진이 이날 잡은 탈삼진 8개 중 무려 7개가 헛스윙 스트라이크아웃이었는데 이 중 결정구 6개가 체인지업이었다. 특히 대부분은 바깥쪽 낮은 코스로 형성되며 존에 들어오지 않았음에도 타자들 스윙을 유도할 정도로 제구력과 볼배합이 완벽했다.

5회까지 투구 수는 84구로 여유가 있었지만 류현진은 6회에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올 시즌은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되는 만큼 대부분 구단이 체력관리 차원에서 선발투수들을 경기 후반까지 끌고 가지 않고 있다. 토론토의 젊은 불펜투수들은 남은 4이닝을 1실점(홈런)으로 틀어막고 류현진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이날 경기는 류현진에게 많은 의미를 남겼다. 토론토로 이적한 뒤 첫 승리는 물론 구단과 팬에게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동시에 승리가 없었던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강팀 애틀랜타를 상대로 첫 승리를 따냈다. 평균자책점은 8.00에서 5.14로 크게 낮아졌다. 아울러 개인 통산 승수를 55승으로 늘려 김병현(54승)을 제치고 코리안 빅리거 다승 2위(1위 박찬호 124승)에 올랐다.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체인지업·패스트볼 등이 지난 등판보다는 좋아졌다. 구속도 예년 수준만큼 좋아져야 한다"며 "이제 볼넷도 줄여서 더 안정감 있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이날 무실점에 피안타도 많이 허용하지 않았지만 볼넷은 3개나 내줬다. 류현진은 "조금 더 일찍 첫 승을 거뒀다면 좋았을 것이다. 앞으로도 팀이 이길 수 있게 선발투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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