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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인터뷰]'오케이 마담' 엄정화 "여자 연예인들, 나이에 갇히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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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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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가 돌아왔다. 배우, 가수 장르를 불문하는 도전의 아이콘 엄정화가 5년 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한다. 영화 ‘오케이 마담’의 원톱 주인공으로 특유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스크린에 가득 채운 그는 언론시사회 직후 ‘명불허전 엄정화’라는 평을 이끌어냈다.

‘오케이 마담’은 생애 첫 해외여행에서 난데없이 비행기 납치 사건에 휘말린 부부가 평범했던 과거는 접어두고 숨겨왔던 내공으로 구출 작전을 펼치는 액션 코미디다. 엄정화는 전통시장의 억척스러운 꽈배기 맛집 사장이자, 연하 남편 석환(박성웅) 앞에서 닭살스러운 애교를 펼치는 아내 미영을 연기했다.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한 생활 연기에서부터 좁은 비행기 내부에서 맨몸 액션까지, 그야말로 자신이 가진 재능을 총동원해 박수를 받았다.

아직까지 많은 후배 연예인들의 롤모델로 꼽히는 그는 ‘한국의 마돈나’라고 불리며 한국 연예계의 전무후무한 캐릭터로 자리매김해왔다. 27년간 정상의 자리를 유지해왔지만 “연기하는 것을 매 순간, 너무 좋아한다. 직업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을 정도”라며 본투비(born to be) 연예인의 면모를 드러냈다.

Q. 언론 시사회 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너무 기쁘다. 아마 이 정도의 영화면 좋아하지 않을까 믿는 부분이 있었다. 영화 특성상 마음에 안 드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 긴장됐다. 그래도 대부분 좋게 봐주셔서 일단 감사하고, 마음이 놓인다. 실제로 관객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 요즘 또 상황이 상황인지라 기대 반 우려 반이다.

Q. 5년 만의 스크린 컴백이다. ‘오케이 마담’의 어떤 지점에 반해서 출연했나.

-시나리오 찾기가 힘들었다. 마음에 들면 투자가 되지 않는다거나···.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작품도 많지 않았다.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우는 항상 작품 안에 있거나, 촬영장에 있을 때 존재의 이유가 있다. 그렇지 못해서 항상 좋은 작품이 언제 오려나 기대를 갖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 작품은 제목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긍정적이기도 하고, 뭔가 나에게 오케이 사인을 주는 것 같았다. 대본도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상상하면서 혼자 키득대면서 볼 만큼 반가운 시나리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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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캐스팅 되자마자 액션스쿨에 들어갔다고.

-아직 상대역에 어떤 배우가 될지 논의 중일 때 놀면 뭐하나 싶어서 액션스쿨에 들어갔다. 만약 영화가 제작되지 않는다 해도 나에겐 액션이 남을 테니까 준비를 했다. 액션스쿨 처음 들어갔을 때 첫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정말 영화처럼 정두홍이 스파링을 하고 있고, 다른 분들은 거의 날아다니는 수준이었다. 너무 활기 넘치고 열정이 넘쳤다. 나도 빨리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무술감독은 나를 보자마자 거의 인사도 없이 ‘우선 먼저 뛰고 오시죠’라고 했다. 그때부터 하드트레이닝을 시작해서 한 시간씩 매일 뛰었다. 토할 정도로 힘들었고, 뛰는 게 괜찮아지는 순간이 올까 싶을 정도였는데 나중에는 뛰는 걸 즐기게 됐다.

Q. 액션 연기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고.

-여배우가 액션 연기를 하는 게 그렇게 멋있더라. 할리우드 영화나, 어릴 때 봤던 홍콩영화도 그렇고. 배우를 시작하고 나서도 액션 연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런데 ‘오케이 마담’ 시나리오가 와줬고, 고마웠다. 확실히 춤을 췄다보니 액션에 도움이 되긴 했다. 단점은 액션이 춤처럼 되더라. 막는 동작이나 발차기가 잘 되긴 하는데 춤처럼 보여서 답답했다. 계속 영상으로 찍으면서 확인하고, 보완하며 연습했다.

Q. 본인이 한 액션 연기는 흡족한가.

-영화에 액션 신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게 좀 모자라다고 느낄 만큼,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할 만큼 좋았다. 어떻게 봐주실지 두려움도 있었지만, 많은 분들이 좋았다고 말씀해주셔서 무술감독님께 감사하고 있다.

Q. 상대역 박성웅과 호흡은?

-박성웅 캐스팅 소식에 반가웠다. 물론 어려운 면도 없지는 않았다. 첫 촬영 당시 나 역시도 어떤 사람을 그 배역에 이미지에 맞춰서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배우면서 그 이미지에 갇히는 건 싫은데, 나 역시도 고정관념이 있었구나 반성했다.

Q. 엄정화의 사랑스러운 매력이 영화를 가득 채웠다.

-‘댄싱퀸’, ‘미쓰 와이프’ 등 몇 편의 이미지 때문인 것 같다. 오히려 걱정했다. 이런 이미지가 식상하게 느껴지나, 보기 싫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박성웅과 워낙 닭살 커플 연기를 하면서 ‘이게 관객들에게 와닿을까’도 걱정을 했다. 웃기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고, 그게 너무 과할까봐 확인하면서 어느정도 지켜갈지 항상 생각했다. 다행히 너무 꼴보기 싫거나 닭살이란 말은 안 들은 것 같다.(웃음)

Q. 박성웅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정말 웃음이 크게 터지더라.

-박성웅이 촬영할 땐 몰랐다던데 영화를 보고 나니까 이제 와서 너무 아팠다고 했다. 둘이 실제로 세게 때리자고 약속 했는데 내 손이 그렇게 세게 나갈지 몰랐다. 무술연습을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가? 영화를 보면서 알았는데 볼에 손바닥 자국이 생겼더라. 그 장면을 세 번 정도 했는데 나도 깜짝 놀랐다.

Q.박성웅에게 ‘예쁘면 다야?’라고 하는데, 그 대사도 애드리브였다고..

-박성웅이 사랑스럽고 예쁘지만 그 장면에서 뭔가 부부의 사랑이 확 드러난다. 서로 너무 사랑해, 두 사람은 서로가 정말 최고라고 생각하고 산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든 내 사람을 계속 예쁘다고 말해주는 게 좋을 것 같더라. 그게 웃음 포인트가 됐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또 서로 짜증을 낼 때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게 부부 아닐까.

Q. 그런 장면을 연기하면서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이 들진 않았는지.

-넘어가지 않을 거다. 그런 남편이 있으면 좋겠지. 여기까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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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케이 마담’은 후회 없는 작품인가.

-모든 작품에 후회가 많이 남는다. 작품을 끝내고 후회가 남아서 다음 작품은 그런 부분은 남기지 말자고 생각했다. 연기는 항상 어려워서 후회하지 않기가 참 어려운데, 이번 작품은 이 작품을 온전히 즐기자는 마음을 먹었다. 내가 즐겼을 때 관객들에게도 이 마음이 전달될 거라 생각했다. 팀워크도 좋았고, 감독님, 스태프들, 배우들 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다. 이런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시작을 해서 그런지, 다 너무 소중했다.

Q. 이상윤, 배정남과의 호흡은 어땠나.

-배정남과 내가 연기를 같이하게 될 줄은 몰랐다. 마실 나가면 항상 만나는 사랑하는 동생이다. 그렇게 오래 봐온 편한 동생과 촬영장에서 같이 연기를 하니까 감회가 새롭더라. 배정남이 긴장하고 떨리는 모습도 보이고,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이상윤은 TV에서 작품을 볼 때 항상 ‘저 배우는 어떨까’ 궁금했다. 참 점잖고, 스마트하고 젠틀한 이미지인데, 실제로 만나보니 동생의 입장에서 선배를 잘 챙기더라. 이상윤이 경력이 짧은 배우가 아니잖나. 항상 배우는 자세고, 뭐가 부족한지 알고 싶어하고. 연기에 대한 갈증이 많더라. 지금도 ‘오케이 마담’ 단체 카톡방이 있는데 항상 엉뚱한 말을 하는 사람은 이상윤이다. 박성웅과 둘이 아재개그를 좋아한다.(웃음)

Q. 최근 이효리, 제시, 화사와 ‘환불원정대’를 결성했다.

-캐주얼하고 가볍게 만났다. 저도 오랜만에 효리 얼굴을 보고, 제시랑 화사 다 너무 좋아하는 후배들인데 만나보니 여리고 예쁘더라. 마치 내가 연예인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특히 효리를 보니까 뭔가 동지애가 느껴졌다. 말 안해도 제시와 화사랑 이야기할 때 보다 효리랑 이야기할 때는 동지애가 느껴진다.

Q. 이효리가 ‘놀면 뭐하니?’에서 환불원정대를 언급하고 이를 SNS 통해 수락해 화제가 됐다.

-수락이라고 생각은 안 했다. 이 영상이 인스타그램에 굉장히 많이 보이더라. 처음 그걸 봤을 때 너무 재미있었고 ‘너무 멋지고 예쁘구나’ 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고 환불원정대 이름까지 뜨니까 어느 날은 ‘만들어보면 너무 재밌겠다, 실제로 만들어본다면 그룹 생활 처음하는 건데’라고 생각했다. 재미있다고 생각했고, 하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 정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청원 아닌 청원을 해주셨다.

Q. 센 이미지인 ‘환불원정대’에 지목된 소감은.

-이효리가 그러더라. 자긴 바꾸러 안 간다고. 말도 못한다고. 다들 그렇더라. 무대에서는 센 모습을 보여주는데, 들여다보면 다들 너무 여리다.

Q. 예나 지금이나 정상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얼마 전에는 팬들이 데뷔 10000일이 됐다고 하더라. 보니까 1993년부터 시작했다. 너무 오래됐다. 굉장히 난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 그 부분에 나 스스로 감사하고, 매 순간 난 이 일을 너무 좋아한다. 직업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을 정도로. 매 순간 연결해서 이 다음에는 뭘 할까 상상한다. 그게 괴롭지 않다. 잘 되지 않아서 괴로운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 기쁨이 커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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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 관리 비결이 있다면.

-가요계에서는 내가 맏언니다. 예전 영상들 보니까 어리고 예쁘더라. 그땐 몰랐다. 그때는 항상 모자라고, 나이 들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매 순간 나이 끝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아왔다. 나이 때문에 스트레스라기보다는 나이 때문에 이 일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힘들었다. 내가 매번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도 그런 과정을 후배들은 안 겪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후배들이나 여자들이 나이 때문에 갇혀서 못하는 게 있다. 나이 때문에 막히는 것은 내가 먼저 깨야 하지 않을까 싶다.

Q.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

-오래오래 배우로 살고 싶다. 윤여정 선배님이나 제 또래 외국 배우들도 있고. 자기 역할을 가지고 해나가는 배우들이 있다. 한 세대를 표현할 수 있는 작품들이 계속 만들어져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변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

Q. 올 여름 극장가에서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영화는 처음이다. 책임감이 남다를 것 같다.

-책임감이라기 보다 영화가 잘됐으면 좋겠다. 이 영화 하나만 보고 달려온 분들이 많다.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같이 살아가야 한다고 하잖나. 보통 때보다 사람들이 방역에 신경을 쓰고, 더 많이 조심하고 있다. 최대한의 지켜야 할 건 지키고,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영화에서 내 이름이 제일 먼저 나오긴 하지만, 많은 분들이 서로 채워주는 부분이 많다. 8월 여름 극장가는 큰 시장이다. 나름의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뭐든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여배우들끼리 뭉치는 영화도 하고 싶다. 이정재와 황정민이 같이 영화 찍었다. 여배우들도 장르 따지지 않고 그런 영화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Q. ‘오케이 마담’은 어떤 의미로 남았나.

-나에게 행복감을 줬고. 앞으로 또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준 작품이다. 스코어에 대해서는 큰 시장 안에 큰 작품들이 있으니까 걱정이 된다. 매일 아침 기도를 하고 있다. 마음을 비우시고 계속 유쾌하게 웃으시고 싶은 분들은 와서 통쾌하게 액션도 보시고 스트레스를 날리시길 바란다.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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