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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내놓는 대책마다 실패 이유···文정부 경제정책엔 3가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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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23번째인 부동산 대책이 23번째 혼란을 불렀다. 지난 4일 발표된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은 시장 불안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지방자치단체는 딴 목소리를 냈고, 재건축 단지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임대차 3법은 집주인과 세입자 관계를 적대적으로 바꿨다.

부동산 대책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부 경제 정책은 실패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이해도, 안정도, 신뢰도 없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23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에서도 시장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4아트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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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이해’가 없다



무주택자 대 유주택자, 임차인 대 임대인, 부자 증세 대 서민 감세, 재건축 조합원 대 공공임대. 현 정부의 경제 대책은 색깔이 분명하다. 특정 계층의 고립과 대립을 부추기는 정책의 반복이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무주택자라고 해도 언제든 유주택자가 되길 바라고,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책이 오히려 무주택자 피해로 전가되는 현실을 외면했다. 임대인과 임차인도 협력적 관계로 봐야 하는데 대립 구도로 낙인했다. 경제 주체와 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세입자를 위한 정책이랍시고 내놓은 대책(임대차 3법)이 오히려 세입자를 더 곤궁에 빠뜨리게 했다”며 “세입자들에게 물어보기나 했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올여름 주택가격 폭등은 소수의 다주택자뿐 아니라 대다수의 시장 참여자가 불안감 때문에 주택 구입에 나섰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다주택자를 혼내주고, 무주택자를 위로하는 정치적 방안으로 세제를 사용한 건 시장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소수를 옭아맨다고 해서 집값이 안정화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며 오히려 “손바닥 뒤집듯 하는 대책이 시장의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경제 주체뿐 아니라 시장도 잘못 읽었다. 증세 정책이 대표적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성장률이 높고 고금리일 때는 세금보다 경제 상황이 중요하게 인식됐지만 지금은 저성장ㆍ저금리 상황”이라며 “부를 생산하기보다는 지키기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정부가 섣불리 세제 등으로 개입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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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송파구의 한 부동산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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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안정’이 없다



가장 좋은 정책은 경제 주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정책이다. 시장의 흐름과 요구에 따라 자연스럽게 바뀌는 정책이다. 최근 상황은 거꾸로다. 경제 주체가 끊임없이 정부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자기 결정을 수정해 가야 하는 형국이다. 현 정부는 시장을 읽으려는 게 아니고 훈계하는 정책만 펼치는 중이다.

지난 4일 정부가 주요 공급 대책으로 제시한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도 한 사례다. 조합이 공공성(공공임대 물량)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따라 재건축 사업의 성패가 갈리게 됐다. 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주 보호 대상으로 삼은 무주택자도 피해자이긴 마찬가지다. 오락가락 ‘땜질’ 방안에 아파트 청약은 난수표가 된 지 오래다.

오정근 한국금융ICT협회장은 “경제 정책 간 일관성이 너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오 회장은 주식양도소득세 도입과 뉴딜펀드를 예로 들었다. “주식양도세를 전면 도입하는 내용의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은 주식시장 위축 우려가 있는 내용”이라며 “그러면서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면서 뉴딜펀드 같은 관제펀드를 내놨는데 어불성설”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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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 합동 브리핑에 앞서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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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신뢰’가 없다



큰 문제는 또 있다. 경제 정책을 책임지는 수장의 발언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주택 공급 부족 여부를 둘러싸고 말 바꾸기를 반복했다. 경제 수장의 발언 번복, 갑작스러운 정책 방향 바꾸기, 대책 급조 등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일은 계속됐다. 이미 시장엔 ‘언제든 정책이 또 바뀔 수 있다’는 인식이 뿌리 박힌 상태다. 대책이 제 효과를 낼 리 만무하다. 시장 혼선만 더 키울 뿐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미 공급 대책 발표 시기가 한참 늦었고 과잉 유동성을 잡을 대책이 없다 보니 부동산값이 잡히지 않는다는 건데 장관들은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정부도 국민을 못 믿고, 국민도 정부를 못 믿는,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하준경 교수는 “저성장 상황일수록 정책의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특정 계층을 노린) 핀셋 대책, 땜질 대책보다는 예측 가능한 정책으로 경제 주체가 성장 동력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학길 교수는 “아예 청와대가 키를 잡든지, 이제라도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 정책의 중심을 잡아야 이번 같은 중구난방식 정책에 따른 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현숙ㆍ하남현ㆍ임성빈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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