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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한동훈 공모' 증거 못찾은 중앙지검…추미애, 수사팀 인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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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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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반부패 강력부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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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관심이 쏠렸던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 혐의 적시는 없었다. 수사팀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구속 수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수사에도 한 검사장과의 공모 관계를 밝혀내는 데 실패했다.

거꾸로 수사 과정에서 'KBS 오보' 유출 의혹에 휘말리고 한 검사장 압수수색 과정에서 폭행 논란을 빚는 등 수사팀을 비롯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들이 '권언유착' 의혹 당사자가 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했다. 한 검사장은 "검언유착이 아니라 권언유착과 공작"이라면서 이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며 반격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수사팀도 반발…결국 한동훈 공모 적시못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5일 강요미수 혐의로 이 전 기자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이 전 기자가 구속된 후 20일째로 구속기한 만료일이다. 구속기한 만료를 하루나 이틀 남겨놓고 수사를 마무리하고 기소하는 게 통례지만 수사팀은 전날까지 이 전 기자의 노트북을 디지털포렌식하는 등 증거 찾기를 계속해 기소 날짜를 최대한 미룬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이 이 전 기자 기소 직전까지 찾으려고 했던 것은 한 검사장과의 공모 관계를 입증할 증거로 알려졌다. 이 전 기자의 범죄 혐의를 적는 공소장에 한 검사장과의 공모 관계를 적시하지 못하면 '검언유착'이란 수사의 대전제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당초 부산고검에서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 간 이뤄진 대화 녹취록을 공모 증거로 삼으려 했지만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결과와 녹취록 전문 공개 등으로 이를 증거로 활용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그럼에도 한 검사장의 공모 혐의 적시를 강행하려 했으나 수사팀 내에서도 반발이 일어나는 등 후폭풍이 예상되는 상황이 되자 결국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계획한다는 선에서 그쳤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검찰의 한 간부급 인사는 "일반적으로 여론의 반향이 큰 사건은 세 가지 정도의 공소장 버전을 준비놓고 여론을 살펴 최종 공소장 내용을 결정한다"며 "이번 사건도 한 검사장의 공모 관계를 적시하고 이 전 기자와 함께 기소하는 버전, 공모 관계 적시 후 이 전 기자만 기소하는 버전, 공모 관계를 적시하지 않고 이 전 기자만 기소하는 버전을 들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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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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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에 몰린 서울중앙지검…'권언유착' 수사 요구

수사팀은 한 검사장이 수사에 협조하지 못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며 여전히 공모 혐의에 여지를 남겼지만 검찰 안팎에선 사실상 '수사 실패'를 자인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수사팀 등 서울중앙지검의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사팀은 이미 한 검사장 압수수색 과정에서 독직폭행 논란을 빚어 서울고검 감찰 대상이 됐다. 한 검사장이 물리적 방해행위를 했다고 공보한 경위에 대한 감찰도 같이 이뤄지게 돼 수사팀은 물론 공보를 지시한 '윗선'까지 밝혀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여기에 'KBS 오보' 유출자로 서울중앙지검 핵심 간부가 지목된 상태다. 'KBS 오보'의 배후를 밝혀야 한다는 검찰 고발도 이어져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들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한 검사장 측은 이 전 기자 기소 직후 입장문을 내고 "KBS 거짓보도에 이성윤 지검장 등 중앙지검 수사팀이 관련없다면 최소한 설명을 해달라"며 "한 검사장을 독직폭행한 주임검사 정진웅 부장검사를 배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지금까지 중앙지검이 진행하지 않은 MBC와 제보자X, 정치인 등의 '권언유착' 혹은 '공작'에 대해 이제라도 제대로 수사할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함구해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했다며 추가 수사 이유를 설명했다.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봐야 공모 여부에 대해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그러나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불기소 및 수사중단을 권유했음에도 불복하고 수사를 계속하기엔 수사팀의 입장이 궁색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 내부에선 "수사팀이 입증 못한 걸 피의자인 한 검사장에게 입증하라는 것이냐"는 조소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한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이 검찰을 그만둘 수도, 그렇다고 법무연수원에서 벗어날 수도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나쁜놈일 수 있다'고 사람들에게 알리겠다면서 본인 스스로 지치게 괴롭히는 것"이라며 "정말 검찰이 해서는 안될 '나쁜 수사'"라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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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영풍(왼쪽 세 번째부터) KBS공영노조부위원장, 이석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허성권 KBS1노조부위원장 등 KBS 검언유착 의혹사건 진상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허위·왜곡 보도와 공영방송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KBS와 MBC에 대한 고발장 접수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8.05. 20hw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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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팀 책임자들, 승진 명단 빠지나…"추 장관이 답해야"

검찰 안팎에선 서울중앙지검이 수세에 몰리게 된 상황을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어떤 행보를 보일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추 장관은 수사지휘권 발동을 통해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지휘권 박탈 사태까지 감수하며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독려했다. 추 장관은 수사지휘 공문에서 "검사가 기자와 공모해 재소자에게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별건으로 형사 처벌될 수 있다고 협박했다"며 '검언유착'을 전제했다. 또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증거들이 제시된 상황"이라면서 수사 상황까지 직접 설명에 나서기도 했다.

검찰 내부에선 "법무부 장관이 '검언유착'이란 전제 하에 해당 수사를 지휘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왔다. 추 장관의 의지로 인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무리한 수사를 감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지적이다.

검찰 인사를 앞두고 승진에 무감할 수 없는 수사팀 책임자들이 추 장관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수사가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서울중앙지검 주요 인사들은 이번 인사에서 승진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지검장이 고검장으로, 이정현 1차장검사가 검사장으로, 정 부장검사가 차장검사로 각각 승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의 잡음과 공모 관계 입증 실패 등의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이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유임하게 되고 이 차장검사 역시 검사장 승진 명단에서 빠지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장검사 역시 현재 보직에 유임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언유착' 수사팀 책임자들이 승진하지 못한다는 건 사실상 추 장관이 이들에게 수사 실패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추 장관 자신도 공모의 증거가 무엇인지 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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