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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고위 인사, MBC 뉴스 직전 한동훈 보도 나갈 거라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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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 페북에 글

“매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

방송을 관장하는 분이 연락

한동훈 반드시 내쫓을 거라 말해”

주변선 한상혁 방통위원장 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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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1일 채널A 기자와 검사장 등의 유착 의혹을 보도한 MBC 뉴스 화면. [MBC 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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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정부를 비판해 온 변호사가 지난 3월 채널A 기자와 검사장 간 유착 의혹을 보도한 MBC 보도 직전 정부 핵심 관계자로부터 압박성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전화 당사자가 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결정을 심사하는 대통령 직속 기관장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활동하다 조 전 장관의 사모펀드 의혹과 입시비리 의혹이 불거진 이후 현 정부 정책을 비판해 온 권경애(55·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는 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곧 삭제 예정. 옮기지 마세요’라는 글과 함께 다음과 같이 썼다.

“지난해 9월 9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당일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검찰국장이 윤석열 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 구성을 제안했다는 보도를 보고, 페북(페이스북)에 ‘스카이캐슬이 끝나고 하우스오브카드(미국 백악관을 배경으로 한 정치 드라마)의 시작이냐’는 간단한 글을 올렸다. 5분도 채 지나기 전에 민정(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전화가 왔다.”

“입 다물라는 경고도 여러 차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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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채널A 본사에서 기자들이 압수수색을 나온 검찰 관계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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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변호사는 그러면서 “그날의 보도와 전화 통화가 시작이었다”며 “이 정부의 검찰 개혁안에 대한 적극적 응원이 의심으로 바뀌었던 변곡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후 꽤 유혹적인 회유의 거래 제안도 왔었고, 입을 다물라는 직접적인 경고와 압박도 꽤 여러 차례 있었다”며 “당시는 정말 나 하나쯤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것은 일도 아니겠구나 하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명박·박근혜 시절에도 없던 압박과 공포였다”고도 적었다.

그는 “그리고 MBC의 한동훈과 채널A 기자의 녹취록 보도 몇 시간 전에,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거고 그에 대한 보도가 곧 나갈 거니 제발 페북을 그만두라는 호소(?) 전화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어 “날 아끼던 선배의 충고로 받아들이기에는 그의 지위가 너무 높았다”며 “매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시는, 방송을 관장하는 분이니 말이다”고 밝혔다.

그는 “그때까지도 그 전화에 대고 나도 거의 울먹이듯 소리를 지르며 호소했었다. 촛불정부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느냐고”라며 “그리고 몇 시간 후 한동훈의 보도가 떴고 그 전화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그리 필요치 않았다”고 적었다.

MBC가 채널A 기자와 검사장 간 유착 의혹을 처음으로 보도한 날은 지난 3월 31일이었다. 권 변호사가 언급한 ‘방송을 관장하는 분’으론 한상혁(59·사법연수원 30기) 방송통신위원장이 꼽힌다. 한 위원장도 민변에서 활동했다. 권 변호사와 현 정부 정책을 비판하던 인사도 “한 위원장이 권 변호사에 압박성 전화를 종종 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당시 채널A 재승인 연기…관련성 주목

문제는 한 위원장이 권변호사에게 한동훈 검사장을 언급하며 전화를 했던 시점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채널A에 대한 재승인을 연기한 뒤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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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의혹 관련 주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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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위원장은 지난 7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채널A 사건에 대해 “사측의 개입 여부가 파악되면 법과 원칙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중대 문제로 확인되면 재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친 것이다. 권 변호사 발언이 사실로 확인되면 한 위원장은 채널A 기자와 검사장 유착 의혹에 대한 MBC 보도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재승인 보류 결정을 내는 과정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방통위는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는 기관”이라며 “채널A가 3월 26일 갑자기 재승인 보류 결정을 받은 데 대해 MBC의 채널A 기자와 검사장 간 유착 의혹 보도가 영향을 미쳤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현직 검사는 “3월 31일 MBC 보도가 나간 뒤 한 위원장이 채널A 사건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고, 이를 주변에 말하고 다녔다는 얘기가 4월 초까지 이어졌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중앙일보 취재에 대해 “권 변호사가 올린 페이스북 글에 틀린 내용이 있어서 한 차례 통화한 적은 있지만 MBC 보도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었다”며 “그 통화도 MBC의 해당 보도가 나간 이후에 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방송을 관장하는 정권 핵심 인사가 의혹 보도를 사전에 인지하고 ‘한 검사장을 내쫓을 것’ 등의 발언을 한 게 사실이라면 국정조사감”이라며 “보도가 나가기도 전에 확증 편향을 가지고 채널A 재승인 보류 결정을 한 것도 업무방해에 해당해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페이스북 글을 이날 오전 바로 삭제했다. 권 변호사는 “너무 답답해서 올리는 글”이라며 “곧 삭제할 겁니다. 누구도 어디도 퍼가지 마십시오”라고 적었다.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추측성 보도를 하는 건 언론사 책임”이라며 “페이스북 글을 기사화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권 변호사 요청에도 해당 글이 공익 목적으로 보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기사를 싣는다.

김민상·정유진·손국희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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