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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LPG보다 안전한데…” 주민 반발에 수소차 충전소 확충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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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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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사는 김모 씨는 2년 전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자동차(수소차) ‘넥쏘’를 구매했다. 서울 광화문에 직장이 있는 김 씨는 출퇴근길에 마포구 상암동 수소충전소를 이용했지만 이제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충전소나 강동구 상일충전소까지 가야 한다. 지난해 상암동 충전소가 승압공사에 들어가면서 1년 가까이 불편을 겪고 있다. 어렵게 충전소에 가도 수소차들이 몰린 탓에 2, 3시간 기다리기가 일쑤다. 김 씨는 “주변에 수소차를 타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지만 서울에서 정상 운영하는 충전소가 달랑 2곳뿐이어서 지인들에게 선뜻 권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정부가 미래 친환경차로 수소차를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내놓고 차량의 품질이 좋아지면서 수소차를 타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충전시설이 따라가지 못해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소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무엇보다 수소충전시설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6월 초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수소복합기지’ 구축을 위한 입지 후보지를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지자체의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복합기지는 도심 대중교통 환승센터 및 주차장, 철도역, 물류단지, 항만 등 교통수요가 많은 곳에 대규모 수소충전소와 수소차 관련 부대시설을 마련하는 사업이다. 입지가 좋은 곳에 수소차 지원시설을 갖춰 승용차와 버스, 화물차의 수소 전환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달 9일 국토부에 “수소복합기지를 지을 적정부지가 없다”고 국토부에 회신했다. 지역민들의 반발 등이 우려돼 도심에서 수소충전시설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국토부는 파악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 역시 사정은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가 노원(태릉), 강남(탄천) 등에 자체적으로 추진 중인 수소충전소 확충 계획도 답보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2022년까지 수소차를 4300대로 늘리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역민들이 수소충전시설을 반대하는 것은 충전소가 위험시설이라는 생각이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연료로서의 수소는 폭탄제조용 수소와 다르고 저장탱크는 철보다 강도가 10배 높은 탄소섬유로 만든다”며 “한국산업안전공단과 미국화학공학회 연구에서도 휘발유, 액화석유가스(LPG) 등 기존 화석연료보다 더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도쿄와 프랑스 파리는 도심 한가운데 수소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충전소를 660곳으로 늘리고, 수소차 보급도 30만 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지만 충전시설을 우선적으로 늘리지 않으면 차질이 불가피하다. 현재 국내의 수소충전 시설은 35곳(연구용 제외)으로 일본(112기), 독일(84기), 미국(70기)에 미치지 못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전국 수소충전소들은 모두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안전에 대한 막연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 충전소 설치 지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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