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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참사로 재조명 받는 ‘모자이크 국가’ 레바논, 갈등 핵심 헤즈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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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으로 성장한 시아파 민병대 헤즈볼라
이란 지원 받으며 정치 주축으로 급성장
18개 종파 얽혀 부패 만연, 외부 간섭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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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에서 전날 대형 폭발로 무너져 내린 시설물 잔해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베이루트=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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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 항구는 헤즈볼라의 항구다.” (대니 다논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

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폭발 참사로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각종 외부 공격설이 제기됐다. 가장 큰 이유는 폭발 장소가 베이루트 항구였기 때문. 지난해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과 가까운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무기 밀수 통로로 해당 항구를 지목하기도 했다. 헤즈볼라는 강하게 부인했지만, 레바논 안에서도 부패한 베이루트 항구 관리ㆍ감독 문제는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항구는 원래 레바논 정부 소유다. 내전이 끝난 1990년 후부터는 종교ㆍ정치단체에 속한 7인 임시위원회가 관리하고 있는데, 밀수 등 항만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헤즈볼라가 허술한 관리 체계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영향력을 확대하기에 안성맞춤 구조인 셈이다.

베이루트 항구를 뜯어 보면 레바논 정치가 보인다. 레바논은 무려 18개 종파가 혼재해 흔히 ‘모자이크 국가’로 불린다. 권력 안배 원칙에 따라 정부 구성도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가 각각 나눠 맡고 있다. 하지만 종파 대립은 인위적인 권력 분장으로 해결될 수준을 넘어섰다. 극한 종파주의로 만연한 부패도 내전(1974~1990)을 딛고 나라를 정상화시키는 데 걸림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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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깃발이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레바논 키암 마을에서 펄럭이고 있다. 키암=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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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과 대립이 계속되면서 레바논은 외부의 간섭이 쉬운 표적이 됐다. 헤즈볼라가 대표적이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갈등으로 시작된 레바논 내전 과정에서 성장한 헤즈볼라는 이제 레바논 전체 의석의 10%를 차지하며 무시 못할 정치 세력으로 자리잡았다. 단적으로 지난해 12월 총리에 오른 하산 디아브도 헤즈볼라와 동맹의 지지를 얻어 국정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헤즈볼라가 세를 확장할수록 레바논과 이스라엘ㆍ미국 사이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헤즈볼라는 이란,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와 함께 중동 반미 카르텔의 한 축이다. 헤즈볼라는 한 해 10억달러(예상)가 소요되는 예산의 70%를 이란에서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미ㆍ이란간 전운이 고조되면 레바논도 덩달아 긴장에 휩싸이곤 한다. 이스라엘과도 철천지원수 관계다. 지난달 20일에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측 공습으로 시리아에서 소속 대원이 숨지자 즉각 보복을 선언했고, 일주일 뒤에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자국 영토를 침범했다고 주장해 무력충돌 움직임이 감지되기도 했다.

종파주의 만연과 그로 인한 부패의 고착화는 민생 경제를 파탄시켰다. 지난해부터 격화한 반(反)정부 시위를 통해 국민은 종파를 불문하고 정치ㆍ종교지도자들의 무능과 위선을 질타하고 있다. 시위 여파로 올 2월 새 내각이 출범했으나 달라진 것은 크게 없다.

이런 현실은 이달 3일 임명 7개월만에 돌연 자리를 던진 외무장관의 사직의 변에서 잘 드러난다. 나시프 히티 전 외무장관은 “오직 국가를 섬길 생각으로 정부에 참여했지만, 섬겨야 할 이가 너무 많았다”면서 “그들이 국민의 이익을 위해 합심하지 않으면 레바논은 국가로서 실패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중동 매체 알자지라는 “히티 전 장관은 헤즈볼라와 현 정부의 친밀한 관계를 겨냥했다"고 평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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