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中 최대 파운드리 SMIC 몸집 키우기에 국내 기업 ‘촉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베이징에 반도체 공장 건설키로

美 집요한 화웨이 때리기에 맞서 자국내 본격 자급제 발판 마련 나서

합작법인 세워 총 6조원 규모 투자… 美·中, 자국 반도체 기업 집중 지원

日도 TSMC 등 유치에 적극적… 코로나 사태 속 기술경쟁 가속화

미국의 제재 조치로 위축된 중국 반도체 산업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SMIC가 중국 내 반도체 생산공장 설립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반도체 자급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의 반도체 자국주의 경쟁이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5일 외신 등에 따르면 SMIC는 약 50억달러(약 6조원) 규모의 합작법인을 설립해 베이징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설립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작법인은 베이징에 2개의 생산라인을 지어 28나노미터(㎚) 이상의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공장에서는 1단계로 매달 10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며, 시장 수요에 따라 생산 설비를 조정할 예정이다.

세계일보

업계에서는 SMIC의 이번 투자가 미·중 분쟁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미국의 반도체 제재로 화웨이의 제품 경쟁력이 떨어질 상황에 처하자, 반도체 자급제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시각이다. SMIC가 기술력에서 업계 선두인 TSMC나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시일이 걸리더라도 당장 생산여력은 크게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MIC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화웨이는 완제품 부문에서 삼성전자의 경쟁사지만 동시에 고객사이기도 하다. 앞서 TSMC가 화웨이의 파운드리 수주를 거절했는데, 이 규모는 지난해 TSMC의 매출 기준 14%에 달한다. 업계 선두인 TSMC는 기술력으로 이 공백을 빠르게 메울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이 공백의 여파가 다른 파운드리 기업에 미칠 영향이다. 최근 TSMC는 미·중 분쟁 속에 인텔과 퀄컴, 애플,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과 밀착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을 갖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TSMC에 물량을 맡기고, SMIC가 중국 내 자급제 역할을 하는 것이 국내 반도체 기업으로선 달가운 상황이 아니다.

여기에 포스트 코로나 정국의 기술 경쟁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번지면서, 이제는 강대국의 패권 경쟁의 색도 짙어졌다. 미국과 중국은 자국 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고, 일본은 TSMC 등 반도체 기업의 자국 내 유치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나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주력인 메모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며 추격하고 있다. 중국은 이른바 ‘중국제조 2025’라는 이름의 비전 아래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SMIC에 물량을 집중시키면서 메모리 시장에선 YMTC를 키우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5년 전부터 반도체 굴기를 위해 국가 재원을 투입해온 상황에서, 공정한 시장 내 경쟁을 중요시하는 미국조차 최고 고부가가치산업인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