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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유시민의 백바지' 17년 지났는데 옷차림 지적 여전한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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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의원 원피스 차림 등원이 소환한 2003년 기억
"국회 복장 규정 따로 없는데..." 되풀이되는 논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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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4일 류호정(왼쪽) 정의당 의원과 2003년 4월 29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뉴스1,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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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4일 국회 본회의장에 원피스 차림으로 나타난 것을 두고 시끌시끌합니다. 그런 중에 17년 전 국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백바지 사건'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2003년 개혁국민정당 소속으로 재보궐 선거에 당선된 유 이사장은 그 해 4월 29일 국회의원 선서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랐습니다. 그때 국회가 발칵 뒤집혔죠. 짙은색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한 다른 의원들과 달리 초선의원이었던 유 이사장은 캐주얼 재킷에 노타이, 백바지 차림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국회에서는 "저건(옷차림은) 예의가 아니다. 국민에 대한 예의", "국회가 이게 뭐냐", "퇴장시키자" 등 고성과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유 이사장의 옷차림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의의 뜻으로 본회의장을 나가버렸습니다.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도 유 이사장의 옷차림을 지적하며 "모양이 좋지 않다. 내일 다시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결국 옷차림 때문에 선서가 무산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유 이사장은 다음날 넥타이에 정장 차림으로 선서를 마쳐야 했습니다. 당시 그는 "일하는 곳에서는 일하기 가장 편한 복장으로 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문화적으로 너무 옹졸하다. 섭섭하다"고 서운함을 드러냈죠.

유시민 "다른 걸로 해도 되는데 괜히 입었다"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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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30일 정장으로 고쳐 입은 유시민(왼쪽) 당시 개혁국민정당 의원이 오경훈, 홍문종 의원과 함께 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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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이사장의 백바지 차림은 지금까지 두고두고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유 이사장은 지난해 4월 KBS2 '대화의 희열'에서도 '백바지 사건'을 떠올리며 "누구는 탁구 치러 왔냐고 하고, (그 차림으로) 어디 입장도 안 시켜준다며 몇 십 명이 퇴장했다. 다음날 본회의가 있으니까 그때 다시 하자고, 가라고 했다"고 회상했는데요.

그는 이어 "제가 약간 삐딱하다. 거의 다 남자들인 국회에 (다들) 짙은 색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매고 다니면서 하는 짓들은 엉망이었다"며 "그래서 캐주얼을 입으려고 한 거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걸로 해도 되는데 괜히 입었다"고 후회한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어요.

일부에서는 백바지 사건이 벌어진 17년 전 지난 지금까지도 의원의 본회의장 복장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말도 나옵니다. 사실 국회의원에 대한 복장 규정은 따로 없는데도, 정장 차림을 고수하는 국회의 경직된 복장 문화가 문제라는 지적이죠. 실제로 국회법에서는 "의원은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복장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단 의원들 사이에서는 "민소매를 입어선 안되고, 발가락이 보이는 신을 신어서는 안된다"는 불문율처럼 전해내려 오고 있는데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류 의원의 복장이 논란에 휩싸이자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국회복'이 따로 있냐. 왜들 그렇게 남의 복장에 관심이 많은거냐"고 문제제기 했구요.

손혜원 전 열린민주당 의원은 2015년 더불어민주당 홍보위원장을 맡던 시절 기자들과 만나 여성 의원들이 교복을 맞춰 입는 것처럼 비슷한 옷만 입는 상황을 답답해 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대다수 여성 의원들이 홈쇼핑이나 지역구 재래 시장에서 짙은 색 정장 스타일의 옷을 여러 벌 사서 번갈아 입는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왜 그래야 하느냐고 하니까 색깔 있는 옷을 입으면 여기저기서 옷차림 좀 신경쓰라는 말을 듣는다고 하더라"고 했는데요.

국회의사당 밖의 사회는 아주 튀는 옷이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입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 지고 있는데 언제까지 국회에서만 옷차림이 논란거리가 되느냐는 것이죠. 설사 "무엇이든 입어도 된다"라고 하더라도 의원들이 아무렇게나 입지는 않을 테니까요.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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