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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의원님, 공공임대주택은 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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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임대주택 거주자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반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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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 정청래 의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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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님,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23세 청년입니다. 내년 초 마포구 성산1동으로 이사를 앞두고 있는 예비 마포구민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된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지난 4일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과 관련해 의원님께서 '마포구 유휴부지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신 것에 대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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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 발표와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 정청래 페이스북 캡처



정청래 의원님.

저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2006년부터 2019년 서울로 독립하기 전까지 가족과 함께 인천에 위치한 LH 국민임대주택에 거주했습니다. 일정한 계약 갱신 요건만 충족하면 최장 30년까지 거주가 가능한 집에서, 저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고등학교를 마치고 취업해 독립까지 했습니다. 여러 차례의 경제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저희 가족이 끝내 버티고 살아낼 수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주거 안정'에 있습니다.

때문에 국민임대주택은 제게 주택을 구입할 만큼 부유하지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주거의 평온과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는 한국 사회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가능성에 대한 신뢰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서울로 취업하면서 독립을 위해 처음으로 원룸 보증금과 월세를 알아보았던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최저임금에 준하는 급여를 받는 사회초년생이 '부모 찬스' 없이 자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저는 매일 왕복 네 시간 소요되는 출퇴근 시간을 버티며, 2년 가까이 월급을 아끼고 모아, 보증금 1500만 원을 겨우 마련했습니다.

보증금 1500만 원에 월세 15만 원. 지하철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일방통행 언덕 비탈길을 오르고 올라야 나왔던 종점 근처 구옥 쉐어하우스에서 서울살이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두 평 남짓 되는 방에 누워 이사를 꿈꿨습니다. 50만~60만 원에 달하는 월세를 낼 형편은 되지 않았기에, 기회가 될 때마다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신청했지만 치열한경쟁률 탓인지 매번 탈락하거나 가망 없는 예비번호를 받을 뿐이었습니다.

정청래 의원님.

저는 공공임대주택 청약에서 탈락할 때마다 스스로의 불운을 탓하며 가슴 아파했습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익히 알고 계시겠지만, 현재 절반에 가까운 국민이 세입자로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올해에 이르러서야 간신히 OECD 8%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상당수의 OECD 회원국이 강력한 임차인 보호장치를 제도화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우리 국민이 체감하는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통계치보다 낮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일 발표된 수도권 주택 공급대책 중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관한 내용은 서민의 주거안정에 대한 정부와 집권여당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표지입니다. 더불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께서는 "2025년 전체 임차가구의 25%가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적 포부까지 밝히셨습니다. 7월 임시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임대차 3법'과 '부동산 3법'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 역시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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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미 국투부장관이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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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의원님.

안타깝게도, 의원님의 말씀으로 인해 위와 같은 정부와 집권여당의 의지 표명이 무색해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구체적으로 밝혀 적지는 않으셨지만, 의원님께서는 '지역구 국회의원, 구청장 등과의 협의가 없었다'며 상암동 임대주택 건설에 대해 사실상 반대의 뜻을 내비치셨습니다. 입장문 끝부분에는 "마포주민과 함께할 것"이라고도 밝히셨습니다.

이와 관련해 저는 질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의원님께서 함께하겠다는 마포주민은 누구입니까. 47%에 달하는, 그러나 한순간에 '처치대상'이 돼버린 임대주택 거주 주민은 마포주민이 아닙니까. 치솟는 임대료와 보증금 탓에 자신의 의사와 관계 없이 마포를 떠나게 될, 그래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절실한 주민들은 마포주민이 아닙니까.

정청래 의원님.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 주거 안정 실현이라는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정치인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때문에 '부동산은 재산 증식의 수단이 아닌 거주의 기반'이라는 인식을 2020년 한국 사회의 시대정신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의원님께서 나서 지역 주민에게 정부의 대책을 설명하고 설득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마포주민이 정부와 집권여당의 신규 부동산 공급 대책에 신뢰를 갖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기존 상암동 '소셜믹스' 단지 내 갈등 또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만일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따른 학교 부족이나 교통 혼잡 가중 등의 문제가 예상된다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옳습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핑계로 해당 정책의 집행 자체를 반대하고 가로막으려는 선택은 상암동 주민들이 겪는 일상의 불편함과 서민의 주거 불안 중 어느 하나 제대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은 죄가 없습니다. 일확천금의 기회를 노리고 공공임대주택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진 욕심은 단 하나입니다. 월세나 보증금 오를 걱정 없이, 터무니없는 임대료를 견디지 않아도, 쫓겨날 걱정 없이 장기간 주거 안정을 보장받으려는 욕심. 저는 그 욕심이 곧 '주거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욕심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이들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정청래 의원님께서, 마포에서부터 다양한 형태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힘써주시기를 부탁 드리는 이유입니다.

내년 초, 제가 마포로 이사를 갈 수 있는 이유 또한 SH 지원을 받은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입주 기회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땅은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은 주택협동조합이 소유하며, 적정 수준의 월 사용료를 지불하는 형태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났습니다.

바라건대 이러한 공간이 일부 인원에 한정된 행운으로 국한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필수겠지요. 쫓겨나지 않고 살 수 있는 마포를 꿈꾸며, 앞으로 의원님께서 보여주실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오승재 기자(dhtmdwo05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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