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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 뒤적이다 버벅대더니 "안돼"…트럼프 아무말 대잔치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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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악시오스 온 HBO 인터뷰에서

송곳 질문에 말문 막히자 실언 연발

"한국보다 인구 대비 사망자 많다" 저격에

"그건 모르는거다" 뱉은 뒤 "더 언급 않겠다"

존 루이스 평가 요청에 "내 취임식 안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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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나선 스완 악시오스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반복되는 압박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료를 뒤적이고 있다. [악시오스-HBO 인터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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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방송된 '악시오스 온 HBO' 인터뷰에서 자신의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에서 "엄청난(incredible)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미국 내 코로나19가 "통제됐다(under control)"라고도 했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나 기자회견에서 늘 하는 자화자찬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인터뷰어인 조너선 스완(35) 악시오스 기자는 "하루에 1000명씩 죽어 나가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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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나선 스완 악시오스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악시오스-HBO 인터뷰 캡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수렁'에 빠졌다. 불리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과 잘못된 정보를 스완 기자가 팩트로 되받아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코너로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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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답변이 막히자 참모들이 있는 쪽을 쳐다보고 있다. [악시오스-HBO 인터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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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당황한 트럼프 대통령은 문서를 뒤적이고,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헤매는 모습을 보여줬다. 버벅대고, 실언을 연발하기에 이르렀다.

어떤 상황에서도 빠져나가던 트럼프 대통령이 전에 없던 모습을 보이자 언론은 '트럼프 의식의 흐름을 보여준 인터뷰'(가디언), '한 기자가 트럼프를 무너뜨렸다'(워싱턴포스트)라고 평가했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검사를 많이 했기 때문에 확진자가 많아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착시현상이라는 것이다. '사망자 증가' 지적을 '확진자 증가'로 받아넘기려다 뜻대로 되지 않자 "아, 사망자…" 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가져온 자료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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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나선 스완 악시오스 기자와 인터뷰 도중 말문이 막혀 기자를 쳐다보고 있다. [악시오스-HBO 인터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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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종이 한장을 집어 건네며 "이 수치는 미국이 가장 적다. 전 세계보다 적다"고 주장했다. 스완 기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전 세계보다 적다는 게 그게 무슨 소리냐"며 투덜댔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당황했다.

트럼프가 건넨 자료는 확진자 대비 사망자 수를 국가별로 비교한 통계였다.

스완=“이건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인데, 내가 말하는 건 인구 대비 사망자 비율이다. 미국이 정말 나쁜 건 그 지점이다. 한국과 독일 등보다 훨씬 심각하다.”

트럼프=“그렇게 하면 안 된다.”

스완=“왜 그렇게 하면 안 되냐.”

트럼프=“확진자 기준으로 해야한다.”

스완=“미국 인구가 X라고 할 때 X라는 사망률이 있다면 이를 한국과 비교하는 건 적절하다. 예를 들어 한국은 인구 5100만 명에 사망자가 300명이다. 대단하다.”

트럼프=“그건 모를 일이다.”

스완=“한국이 통계를 조작한다고 생각하는 거냐.”

트럼프=“음…. 거기까지 들어가진 않겠다. 그 나라와 관계가 매우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모르는 거다. 그리고 거기서 급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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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인터뷰한 조나선 스완 악시오스 기자는 팩트로 무장한 질문으로 대통령을 압박했다. [악시오스-HBO 인터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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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 기자가 "하루 1000명이 죽어 나가고 있다"고 여러 차례 압박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사람들이 죽고 있다. 사실이다. 그게 현실이다"라고 체념하듯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단검사 확대를 자랑하다가 "내가 취임했을 때는 이런 검사가 하나도 없었다"고 으스댔다. 그러자 스완 기자는 "그땐 바이러스가 없었는데 무슨 검사를 하냐"고 일침을 가했다.

"내가 취임했을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깎아내리고 자신의 치적을 과장할 때 습관처럼 쓰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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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팩트가 틀린 얘기를 할 때 조너선 스완 기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바디 랭귀지도 대통령을 압박하는데 한몫 했다는 평가다. [악시오스-HBO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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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망한 흑인 민권운동 대부인 존 루이스 하원의원에 대한 평가를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잘 모르겠다"고 하다가 대뜸 "그는 내 취임식에 안 왔다"고 말했다.

루이스 의원의 생이 인상적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재차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 없다"면서 "그는 내 취임식에 왔어야 했다. 그는 큰 실수를 했다"고 엉뚱한 답변을 계속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자기도취에 빠졌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워싱턴포스트와 CNN은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결과에 대한 불안감도 드러냈다. 우편투표 확대를 비판하면서 "이번 선거 결과는 11월 3일 밤에 안 나올수 있다"고 말했다.

스완 기자가 "당연하다. 제대로 표를 집계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하자 트럼프는 "두달도 걸릴 수 있다"면서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박빙일 때 그렇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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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인터뷰하면서 조나선 스완 악시오스 기자는 다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바디 랭귀지도 대통령을 압박하는데 한몫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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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출신인 스완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취재한 지 5년째 됐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여러 차례 인터뷰했지만, 답변을 끌어내기 위해 충분히 압박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절치부심하는 마음으로 이번 인터뷰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와 유료채널 HBO가 공동 제작한 '악시오스 온 HBO(Axios on HBO)' 인터뷰는 유튜브에서 하루 만에 710만 회 넘게 조회됐다.

CNN이 올린 7분짜리 편집본도 조회수 100만 회를 넘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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