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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삼진인줄 알았는데 '볼~'…로봇 야구 심판, 일관성은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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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에서 세계 최초 공식전 데뷔…2초 후 판정은 '글쎄'

뉴스1

지난 4일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2020 KBO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로봇 심판이 데뷔전을 치렀다. 경기 전 주심이 신호를 전달받을 휴대폰과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다. (KBO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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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로봇 심판이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4일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2020 KBO 퓨처스리그 경기에서다.

이날 경기는 공식전에서 로봇 심판이 판정을 내린 '세계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독립리그에서 로봇 심판을 도입했고, 올 시즌 마이너리그에서 시범 운영하려던 계획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취소됐다.

이날 경기는 로봇 심판의 판정 속에 투수전이 펼쳐져 LG의 4-0 승리로 끝났다. 삼진은 총 8개 밖에 나오지 않았다.

로봇 심판은 정확한 볼 판정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줄일 것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도 "볼 판정에 일관성이 있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그러나 아직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판정에 걸리는 시간이다. 구심이 전용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된 휴대폰을 소지하고, 휴대폰에 연결된 이어폰을 착용한 채 포수 뒤에 선다. 그리고 판독실에서 볼-스트라이크 여부를 전달받아 판정을 내린다.

이에 따른 시간 차가 발생한다. 포수가 공을 잡은 뒤 약 2초 후에 심판의 판정이 나온다. 일반적인 야구 경기와는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경기 시간이 10분 안팎으로 더 소요된다는 문제도 있다. KBO 측은 이 시간을 향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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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2020 KBO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로봇 심판이 데뷔전을 치렀다. 판독실 내부. (KBO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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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적응도 필요해 보인다. 4일 경기에서는 타자가 삼진이라고 생각하고 덕아웃을 향하던 중 볼 판정이 떨어져 타격을 이어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양 팀 덕아웃에서 모두 웃음이 터져나왔다. 거꾸로 볼이라고 생각한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KBO 관계자는 "선수가 느끼기에는 오차가 존재할 수 있지만 기계적 오류로 볼과 스트라이크가 바뀌는 경우는 없다"며 "변화구 궤적에 따라 평소 체감하고 있던 볼 판정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볼 판정에 일관성을 확인해 도입의 취지는 확실히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대로 경기 리듬이 끊기고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향후 로봇 심판이 자리를 잡는다면 선수와 팬 모두가 적응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직접 볼 판정을 내린 정은재 심판은 "부담이 덜해 좋았다"면서도 "박진감은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에 직접 출전했던 A선수도 "분명히 판정에 일관성은 있다. 하지만 2초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야구의 재미가 좀 반감되는 면이 있다"며 "투수들의 경우 리듬이 깨질 것이 우려되기도 한다"고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doctor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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