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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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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분양’ 집값 못잡아…지분적립형 공공분양이 대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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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차익 투기 막으려 10년 전매제한…장기 거주 유도

2028년까지 1만7000호 공급…시범 대상 노원구 하계5단지

“로또 분양 개선해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 돌아가도록 해야”

헤럴드경제

정부는 8·4 대책을 통해 공공택지에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가 공급돼 수분양자가 큰 차익을 남기는 ‘로또 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시범 도입한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구축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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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성연진·민상식 기자] 정부는 8·4 대책을 통해 공공택지에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가 공급돼 수분양자가 큰 차익을 남기는 ‘로또 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시범 도입한다.

이 제도는 개인 지분이 낮은 상태에서 처분하면 수익 자체가 낮아 수분양자가 장기간 거주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서울시의 예측이다.

전문가들은 수분양자가 장기 거주하도록 유도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20년 이상 장기 거주가 실제로 확대할지 등 실효성에는 의문을 던졌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신혼부부를 비롯한 30·40대 무주택 서민이 분양가의 20~40%만 내 일부 지분을 먼저 얻은 뒤 20~30년 동안 분할해 지분 전체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초기 자금 부담이 작은 것이 장점이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지분적립형 공공분양에 대해 “로또 분양을 막을 수 있는 게 뭘까 1년 넘게 고민하다 만든 모델”이라며 “전매제한이 풀리면 사거나 팔 수 있고, 20년 동안 살면 내 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적 사업 주체가 분양하는 공공주택은 그동안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수요로 인해 주택시장의 장기적인 안정화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는 당시 3.3㎡당 924만~995만원으로 강남 아파트 시세의 40% 수준으로 로또 아파트 논란을 일으켰다. 보금자리주택으로 공급된 강남구 세곡푸르지오(옛 LH푸르지오)의 경우 2011년 1월 당시 전용 84㎡ 분양가 3억4200만원이었는데, 지난달 중순 실거래가는 14억원으로 4배 이상 뛰었다.

서울시는 이같은 로또분양 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2028년까지 지분적립형 주택 1만7000채를 공급할 방침이다. 시범 대상지는 노원구 하계5단지가 될 전망이다.

천현숙 서울주택도시공사(SH) 도시연구원장은 “지분적립형 주택 물량은 2028년까지 공공과 민간을 합쳐서 1만7000호까지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서울시가 소유한 부지는 최소한 절반 이상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천 원장은 재정 부담에 관해서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운영으로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분적립형은 ‘공공분양모델’과 ‘임대 후 분양모델’ 등 두 가지로 운영한다. 공공분양은 처음부터 지분을 분양하는 방식이다. 기존 공공분양 주택과 같이 전매제한 및 실거주 의무가 부여된다. 임대 후 분양은 8년 임대 후 지분분양 전환 방식이다. 8년 차의 분양가는 최초 임대주택 입주 시점에 산정한 분양가에 적정 금리를 가산할 계획이다.

지분적립형 분양 주택도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면 매각 시점의 시세에 따라 매각할 수 있다. 매각 수익은 지분 비율대로 소유자와 SH가 나눠 갖기 때문에 개인 지분이 낮다면 처분하더라도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낮아진다. 서울시는 전매제한 기간을 10년으로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청약당첨이 큰 시세차익으로 이어지는 공공분양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택지의 낮은 분양가가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없다”면서 “청약에 사람들이 몰려 가점이 낮은 젊은층이 소외되고, 당첨된 사람만 큰 시세차익을 얻는 로또 분양 방식을 개선해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경우 20년 이상을 한 집에 사는 것이 생애주기별 주거 특성에 맞지 않는 등 시행 이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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