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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개발 지침 따르라" WHO, 러시아의 졸속 백신 개발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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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한 연구원이 코로나 백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왼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AP 타스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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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생산하겠다고 선언하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개발 지침을 따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백신 개발에 필요한 최종 임상 시험을 건너뛰고 졸속 출시할 것으로 보이자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크리스찬 린드마이어 WHO 대변인은 4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안전한 백신을 위해 정해진 개발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미 정립된 백신 개발 관행과 지침이 있다"며 "개발 전에 모든 시험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세계 최초 백신 개발’ 계획을 밝혔다. 8월 안에 코로나 백신을 승인해 10월부터 접종을 시작한다는 일정이다. 백신 개발 재정을 지원하는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 최고경영자는 “러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처음 백신을 가질 것”이라며 “스푸트니크 같은 순간이 온다”고 했다. 스푸트니크는 냉전 시대인 1957년 소련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이다. 드미트리예프는 “미국인들이 스푸트니크의 신호음을 듣고 놀랐던 것처럼 백신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통상적인 백신 개발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백신을 개발 중인 가말레야연구소는 이달 중순에 1차 임상 시험을 마쳤고, 벡토르연구센터는 지난달 27일에서야 1차 임상 시험에 돌입했다. 이 같은 개발 속도는 미국 제약사 모더나·화이자나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가 최종 단계인 3차 임상 시험을 이미 시작한 것보다 늦다. 게다가 러시아는 임상시험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안전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백신 개발은 일반적으로 3단계에 걸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1·2차에서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하고, 3차에서 부작용과 보호력을 검증한다. 안전성 검증의 모든 과정은 최소 1년 이상 소요된다. 그러나 러시아가 발표한 일정대로면 최종 임상시험 없이 백신을 접종하게 된다. 골리코바 부총리는 "가말레야 센터가 개발한 백신이 8월 10일 이전 공식 승인받은 후 16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일찌감치 "러시아산 백신은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지난달 28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향해 "백신 투여 전에 테스트를 제대로 해보길 바란다”며 "미국은 러시아나 중국에서 개발한 백신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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