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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데스크의눈] ‘동학개미’가 만세 부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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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지옥 돼버린 부동산시장

주식시장 활성화 목소리 높아

소액으로 기업·미래 투자 가능

돈의 물길 이어지게 만들어야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서 때 아닌 장마철 정국이 달궈지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심사·토론 없이 임대차 3법이 통과됐다”며 “독재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여당이 벼락 치듯 임대차 3법을 강행했다는 힐난도 더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시장의 혼란과 서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법개정을 서둘렀다고 강조한다.

여의도 밖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 아파트단지 곳곳이 전쟁터다.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성토와 지지 발언이 난무한다. 한 집주인은 “집을 엉망으로 만든 세입자가 안하무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런 세입자에게 2년 더 거주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울화통을 터뜨렸다. 여당이 진정으로 서민들이 집을 갖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지지를 받고 있다. 여당 지지 성향의 서민들이 아파트를 구입하게 되면 보수화된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일보

박종현 산업부장


이런 상황에서 정부에 임대차 3법은 부동산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울 신무기처럼 보였을 것이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그간의 “규제만 매운탕, 공급은 맹탕”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서울 지역 용적률을 500%로 하고, 최대 50층을 허용하기로 했다.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을 포함해 수도권에 13만5000호를 공급하겠다는 대책도 내놓았다.

이전과 다른 거침없는 행보이다. 정권 교체 초반부터 단추를 잘못 끼워 내놓은 대책을 접했던 이들은 이번에도 반신반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100번 양보해도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다. 모름지기 정책 시행과 집행, 효과는 여러 복합적인 상황이 버무려져 시간을 두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관한 부정적 평가가 45%이고, 부정평가 이유로 부동산정책을 꼽은 비율이 30%였다. 장단점이 분명 있겠지만 월세 전환 가속화 등에 성난 민심도 확인되고 있다. 정치인들의 신뢰도 하락세다. 다주택 의원이거나 서울 강남권에 수십억원 재산을 보유한 이들은 코너로 몰리고 있다. 다주택 의원들은 유권자들로부터 “그 입 다물라”고 지적받고 있다. 고위공직자의 주택 보유를 1가구 1주택으로 제한하자는 내용으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발의한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에 여론은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정된 자원을 독점하는 이들에 대한 팽배한 불신감이 느껴진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상의 모든 주제를 집어삼킬 듯했는데, 부동산법 개정을 놓고 벌이는 활극은 지난해 12·16 대책과 올해 6·17 대책이 나왔던 때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선에 나선 이들의 숫자와 결기의 강도만 강해졌을 뿐이다.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눈길은 전혀 다르다. 코로나19 사태 속의 주식시장은 ‘동학개미’ 등장을 지켜봤다. 동학개미 행렬에 합류한 이들 중엔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던 이들도 많다고 한다. 동학개미의 등장엔 다양한 배경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지만, 정치권과 여론은 모두 호의적이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뒤엉킨 부동산시장과는 다르다.

제2의 가치창출이 약한 부동산시장보다 주식시장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은 분명 다르다. 아파트는 거액이 필요하지만, 주식은 아주 작은 소액으로도 가능하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등 증권시장 예찬론자들이 이런 설명을 자주 한다. 이들에 따르면 아파트는 대부분 빚을 내서 구입해야 하고, 구입하는 순간 대출 갚는 인생으로 전락한다. 주식은 소량 투자로 가능하다. 이 투자는 기업에 대한 투자이면서 한국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갭투자와 주식투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 옥죄기도 좋지만, 돈의 물길이 주식시장으로 향하도록 정부는 고민을 더 해야 한다.

정치권은 부동산시장에 대한 관심의 절반만이라도 주식시장 활성화에 내놓아야 한다. 우리 경제를 살릴 그런 세상이 와야 한다. ‘이번 생은 망했다’고 여기는 ‘이생망’이 아닌 동학개미가 만세를 부르는 세상 말이다.

박종현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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