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영건·2세 ‘웃고’ 감독·심판 ‘울고’…이런 시즌은 없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반기 뜨거웠던 키워드 TOP 10

[경향신문]

경향신문

위 사진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NC 구창모·LG 이민호· NC 강진성·한화 한용덕 전 감독·KIA 양현종·삼성 오승환·키움 박병호·SK 최정.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0 KBO리그가 반환점을 돌기 시작했다. 비록 올스타 휴식기는 없으나 각 팀이 시즌 절반인 72경기째를 지나며 후반기 문턱에 들어섰다.

시작만으로도 감사했던 올 시즌, 무사히 전반기를 마치는 동안 #영건과 #2세들이 리그를 장식했다.

특히 젊은 투수들의 약진은 가장 반가운 소식이다. 평균자책 1위에 다승, 승률, 탈삼진까지 선두를 다투며 리그의 새 에이스로 떠오른 구창모(23)는 NC를 선두로 올려놓으며 국가대표팀에도 새 에이스 탄생을 알리고 있다. 데뷔하자마자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한 LG 이민호(19), KT 소형준(19)이 이끄는 고졸신인들의 활약은 한국 야구의 미래에 청신호를 켜고 있다.

아버지만 한 아들이 없다는 편견을 뒤로 하고 아버지만큼 빼어난 떡잎을 보이는 아들들도 한꺼번에 등장했다. 강광회 심판위원의 아들인 강진성(NC)은 시즌 초반 대타로 출발해 주전 자리를 꿰차고 한때 타격 1위를 달리기도 하며 입단 8년 만에 성공 시대를 열었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의 아들 이성곤(삼성)도 장타력을 앞세운 3할대 타율로 삼성의 중심타선을 꿰찼고, 정회열 전 KIA 수석코치의 아들 정해영(KIA)은 고졸신인임에도 KIA 불펜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반면 #에이스 집단 부진은 큰 이변이다.

리그의 압도적 에이스 양현종이 6월 이후 부진하고 LG의 토종 에이스인 차우찬도 2군에 가 있다. 지난해 17승 투수인 이영하(두산)도 아직 3승에 머무는 등 토종 에이스들의 집단 부진이 올 시즌 기현상으로 떠올랐다.

#기록은 올해도 쏟아졌다.

7년 만에 리그에 복귀한 오승환(삼성)은 6월16일 잠실 두산전에서 첫 세이브를 거둬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를 달성했고, 최정(SK)은 7월24일 대전 한화전에서 통산 352홈런을 때려 이승엽(467개)에 이은 통산 최다 홈런 2위로 올라섰다. 한화는 불명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5월23일 NC전부터 6월12일 두산전까지 18연패에 빠져 1985년 삼미가 기록한 역대 최다 연패 기록과 타이를 이룬 뒤 간신히 신기록을 모면했다.

한화의 극심한 부진은 리그에 #대행의 계절을 불러왔다.

한화는 6월7일 대전 NC전을 마친 뒤 14연패와 함께 한용덕 감독이 물러나 개막 30경기 만에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3주 뒤인 6월25일에는 염경엽 SK 감독이 문학 두산전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후송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팀이 최하위권으로 급추락한 올 시즌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염경엽 감독의 장기공백 사태에 박경완 수석코치가 대신 지휘봉을 잡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반기 KBO리그에는 전에 없던 #매뉴얼과 #ESPN이 자주 등장했다.

사상 최초로 시범경기를 전면 취소한 뒤 5월에 개막한 프로야구는 단계별로 선수단·구단·언론·응원단까지 철저하게 매뉴얼을 작성해 공유했다. 외국인선수들은 입국 뒤 모두 2주간 자가격리 방침을 철저히 지키느라 훈련 부족에 걱정이 태산이기도 했지만, 결국 그라운드 내 모두가 매뉴얼을 철저히 지킨 결과 단 한 명의 확진자 없이 이제는 관중과 함께 후반기를 향한다.

메이저리그도 이 매뉴얼을 공유받으며 KBO리그에 큰 관심을 보였다. 메이저리그 개막이 넉 달이나 미뤄진 사이 볼거리가 부족했던 미국 야구 팬들에게는 KBO리그가 생중계돼 깜짝 인기를 누렸다. 당초 중계권을 공짜로 가져가려 해 논란을 빚었던 ESPN은 결국 구매했고 KBO리그 각 구단 파워랭킹까지 매기며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 나성범, 이정후, 강백호 등 해외 진출을 노리는 유망한 선수들과 함께 KBO리그의 문화인 ‘배트플립’이 크게 주목받았다.

#쉬지 못하는 야구는 코로나19가 만든 또 한 가지 풍경이다.

약 40일 늦게 개막했지만 기존의 144경기를 모두 치르기 위해 올 시즌에는 더블헤더와 서스펜디드게임, 월요일 경기가 등장했다. 최근 장마에도 2주 연속 월요일 경기가 잡혔던 한화는 20일간 쉬지 못하고 야구장에 출근하는 처지에 놓였다. 자칫 시즌이 12월 겨울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심판 수난시대는 올해도 이어졌다

개막 직후 한화 이용규의 작심 인터뷰 이후 해당 심판조 전원이 2군으로 강등되는 이례적인 조치가 있었으나 이후에도 크고 작은 오심으로 심판들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올해는 무관중의 고요함 속에 심판과 1루 코치도 경기 중 마이크를 착용하게 돼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워졌다. 타구의 바운드 여부를 판정하는 과정에서 포수에게 확인하는 발언이 중계방송을 통해 그대로 노출된 끝에 2군으로 강등된 심판의 사례도 발생했다.

#사과할 일 역시 많은 석 달이었다.

SK는 선수단 내 음주운전과 무면허 운전에 폭행 사건까지 총 5명의 선수가 연루된 사태를 은폐하다 발각된 뒤 해명마저 형식적으로 내놓는 도덕적 불감증을 보인 끝에 사과했다.

국내 복귀를 추진하다 뒤늦게 사과한 강정호는 오히려 역풍을 맞아 발걸음을 돌렸다. 유관중 경기 첫날 1루 내야에 관중을 몰아넣고 ‘매뉴얼대로 10%’를 주장하다 당국의 경고까지 받아 리그에 민폐를 끼친 롯데는 전반기 굴욕적 사과의 대미를 장식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 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