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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fn사설] 출발부터 삐걱대는 23번째 부동산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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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지자체 엇박자
범여권 안에서조차 혼선


23번째 부동산 정책이 출발부터 삐걱댄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알력까지 불거졌다. 신뢰 회복은커녕 더 무너졌다. 인적 쇄신을 포함한 전면적인 정책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4일 정부는 주택 공급대책을 내놨다. 이 자리엔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참석했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태릉골프장을 그린벨트에서 풀고, 재건축·재개발 용적률을 300~500%로 높여 총 13만2000가구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핵심은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이다. 늘어난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아파트 층수를 최대 50층까지 높이기로 했다. 정부는 이렇게 해서 5만호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짰다.

하지만 23번째 대책은 발표하자마자 혼선을 빚었다. 정부합동 발표가 끝난 뒤 서울시는 별도 브리핑에서 35층 층고제한을 풀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성보 주택건축본부장은 "주거지역은 35층, 준주거지역은 50층 이하"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공공재건축은 서울시가 별로 찬성하지 않는 방식"이라며 "정부가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지자체 반발은 서울시뿐이 아니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긴급 브리핑에서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에서 정부과천청사와 청사 유휴부지 제외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은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통해 "태릉골프장 부지에 1만세대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은 불편을 감내하며 살아 온 노원구민들에게 청천벽력"이라고 말했다. 김 시장과 오 구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여기에 친문 강성파인 정청래 의원(서울 마포을)까지 페이스북을 통해 "(마포구) 상암동은 이미 임대비율이 47%에 이르고 있다"며 "여기에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느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부동산 대책을 놓고 미래통합당이나 전문가의 비판을 듣는 것은 익숙하다. 그러나 범여권 내부에서조차 불협화음이 쏟아져 나온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만큼 정부 정책이 중심을 잃고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본 난을 통해 어설픈 공급대책을 내놓는 것보다 시장 신뢰부터 회복하는 게 백배는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층고를 둘러싼 혼선과 범여권 지자체의 반발은 신뢰 잃은 정책의 민낯을 보여준다. 이대론 안 된다. 부동산 정책 라인의 인적 쇄신을 통한 정책 기조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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