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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국판 뉴딜’은 기회의 문”…재계 순위 11~20위권 격변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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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그룹 전략담당 임원들 평가와 전망

도약이냐 추락이냐 긴장감 커

유통그룹, 정보인프라 큰 기대

디지털 뉴딜 투자 적극 검토

삼성·현대차·통신사 선두로

한화·GS·코오롱 등 수혜 예상

한진·두산 ‘동아줄’ 될지도 관심


한겨레

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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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5년까지 국비 114조원 포함 160조원(총사업비 기준)을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 계획을 발표한 이후, 주요 대기업들도 계산기를 분주하게 두드리고 있다. 대형 국책 사업 속에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움직임이다. <한겨레>는 국내 40대 그룹(기업집단·자산총액 기준)의 전략담당 임원들을 상대로 한국판 뉴딜에 대한 종합적 평가와 재계 판도에 미칠 파장에 대한 전망 등을 최근 물었다. 이들은 “신산업·기술이 시장 및 산업구조를 급속히 재편하면서 발 빠르게 적응한 기업과 뒤처진 기업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데, 한국판 뉴딜이 이런 흐름을 더 가속할 것”이라며 “큰 폭의 재계 순위 변동도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 재계 10~20위권 격변 예상

‘총평은 유보, 방향성은 긍정적’. 솔직한 첫 반응은 대체로 이랬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환경의 불투명성이 커진 상황도 유보적 평가가 많았던 요인이다. 이런 총평 속에서도 한국판 뉴딜에 담긴 주요 사업부문 투자에 적극 나서볼 만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그룹도 적지 않았다. 5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정부의 청사진 제시는 (투자) 좌표를 잡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11~20위권 한 그룹의 임원도 “정부가 초석을 다져주면 미래를 좌우할 시장도 빨리 만들어질 수 있다. 발 빠르게 적응하는 기업엔 성장 기회의 문이 열릴 것”이라 말했다.

특히 유통 그룹에서 관심이 컸다. 이 업종은 지난 20년간 출혈에 가까운 덩치 불리기 경쟁을 해오다 최근 수년 새 온라인 유통의 급부상으로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이라는 몸살을 앓고 있다. 한 유통업체 고위 임원은 “소비자 접점이 많은 계열사가 다수인 터라 정보인프라를 활용해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택배차량도 친환경 차량으로 바꿀 수 있다”며 “신규 투자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업종의 또 다른 대기업 임원 역시 “유통업이야말로 디지털·그린 경제와 밀접한 업종”이라며 “데이터와 인공지능(AI) 활용 여부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디지털 뉴딜 분야에 전략적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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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판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또 다른 5대 그룹의 고위 임원은 “뉴딜 관련 사업은 확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에 따라 한국판 뉴딜이 재계 판도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내다봤다. “주로 (삼성과 현대차를 제외한) 상위권 대기업들끼리의 싸움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30위권 바깥의 한 그룹 임원의 평가다.

긴장감은 대체로 재계 순위 11~20위권 그룹에서 가장 높았다. “국가 중장기 비전에 해당하는 사업이라 큰 관심을 가지고 모니터링 중”, “2~3년 뒤부터 한국판 뉴딜 성과가 나타나 재계 순위변동이 빨라질 것” 등의 엇비슷한 의견이 해당 그룹 군에 속한 임원들한테서 쏟아졌다. 도약에 대한 기대와 추락의 우려가 공존하는 현재 처지가 드러난 반응으로 보인다. 해당 그룹 군에는 신세계·케이티(KT)·씨제이(CJ)·한진·두산·엘에스(LS)·부영·대림·미래에셋·금호아시아나 등이 포진해 있다.

■ 수혜 그룹은 누구?…두산·한진 기사회생?

다양한 사업 분야에 걸쳐 기업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 그룹의 특성상 한국판 뉴딜의 주요 사업과 동떨어진 그룹은 드물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한국판 뉴딜 정책의 수혜 정도는 그룹별로 차이가 있다. 우선 한국판 뉴딜이 차세대 기술을 기반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기술력이 앞선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가자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 통신사를 계열사로 둔 에스케이(SK)와 엘지(LG)도 사업 기회를 얻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이외에도 주요 그룹 계열사의 상호나 정관에 담은 사업목적에서도 한국판 뉴딜 수혜 그룹 군의 윤곽이 드러난다. <한겨레>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발표한 공시대상 기업집단(64개)별로 소속 계열사 전체 목록을 살펴보니, 한화(재계 순위·7위)가 비금융 계열사 76곳 중 태양광·풍력·솔라(그린뉴딜) 관련 계열사가 30여 곳으로 가장 많았다. 지에스(GS·8위)도 상호에 ‘그린’ ‘풍력’ ‘에너지’ ‘바이오’ ‘물류터미널’ 등이 포함된 계열사가 15곳이다. 이밖에 효성(26위)은 태양광·풍력·물류·수소차 관련 계열사 6곳을, 코오롱(33위)은 태양광·수소차 부품·수자원 처리 등 뉴딜 관련 계열사 6곳을 갖고 있다. 한국퓨얼셀·포스코케미칼 등 연료전지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체 3곳을 둔 포스코(6위), 넥스포쏠라·넥스포에너지 등 태양광 사업을 벌이는 엘에스(LS·16위)도 수혜가 예상된다. 대림(18위)은 물류·액화천연가스(LNG)복합화력·하수처리시설·태양광신재생에너지 등 계열사 8곳이, 에이치디씨(HDC·31위)는 터미널·항만·복합화력 등 6곳이 한국판 뉴딜 사업과 관련된다.

한국판 뉴딜이 경영난을 겪는 대기업에 회생의 ‘동아줄’이 될지도 관심이다. 단연 눈길은 한진과 두산에 쏠린다. 디지털 뉴딜의 세부분야에 포함된 도로·항만·물류시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와 관련해 한진(14위)은 인천·부산·평택의 컨테이너터미널 및 항만·물류 쪽 계열사가 9개나 된다. 주력기업인 두산중공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는 두산(15위) 역시 전체 비금융 계열사 22곳 중 연료전지·풍력·물류·복합화력 관련 계열사가 6곳이다.

대한상의의 한 임원은 “신산업은 기존 자본이나 기업이 거대 인프라(전기차·데이터 등)를 갖추기 쉽지 않은데 국가가 뉴딜 프로젝트로 인프라를 대신 깔아주겠다는 뜻”이라며 “막대한 국고 투자를 발판으로 신시장이 속도감 있게 개척되면 국내 재계의 지형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 전망했다.

조계완 기자, 산업부 종합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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