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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강남이 임대 떠안고 재개발?… 집값·전셋값 잡기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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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전문가가 본 8·4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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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공급 확대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요 억제 위주 정책을 펼치던 정부가 공급 확대로 선회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과연 시장에서 먹힐까’라는 점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던졌다. 가장 큰 이유는 공공기관이 참여해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고밀재건축’의 경우 시장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고 예상돼서다. 또 공공부지 활용이나 3기 신도시의 경우도 기존 주택 이전과 교통망 확충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당장 직접적인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역대 최저 수준의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도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거래세 완화처럼 기존 재고 주택을 풀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분양가상한제 완화 등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8·4대책의 가장 강력한 조항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장에 공급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면서 “다만 체감으로 다가오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서울지방조달청(서초)이나 정부과천청사 같은 공공기관 이전 부지 등 상당한 장점이 있는 입지 등에서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대부분 임대 물량으로 나온 것이어서 집값 안정에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부지 또는 유휴부지를 활용해 6만 2000가구를 건설할 계획이지만 최대한 청년·신혼부부에게 공급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이 때문에 특정 수요에 맞춘 공급이라 다른 수요자에겐 정책 체감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집값 진정효과에 대해선 대다수 전문가들이 회의적이었다. 정부는 서울권역에 총 13만 2000가구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참여하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을 도입해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하고 50층까지 층수를 제한해 5년간 5만 가구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증가한 용적률의 50∼70%는 정부가 기부채납으로 환수하고 일반분양 50%를 임대로 내놔야 한다. 이 때문에 민간이 들어올 리가 없다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이 이번 대책에서 시장 반발이 가장 클 것으로 내다본 것도 바로 이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이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대책의 핵심은 강남 아파트인데 그게 빠졌다”고 꼬집었다. 건물을 높이, 크게 지을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얻은 이익을 상당 부분 내주는 데다 장기임대나 서민형을 꺼리는 조합원들도 많으니 수익률 극대화를 꾀하는 조합원들이 참여할 유인책이 약하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제시한 공급량이 민간 참여에 따라 축소될 가능성도 크다.

전셋값 전망은 더 부정적이다. 윤지해 부동산114수석연구원은 “주택 매입을 계획했던 수요와 청약대기자들, 이번 대책 주요 혜택이 돌아가는 2030의 경우 공급 기대감으로 매수를 미루면서 ‘임대차 3법’ 추진과 맞물려 전셋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수요자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에 대해선 전문가 의견이 엇갈렸다. 양 소장은 “신혼부부 등은 공급 확대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 실수요자들은 제한적인 도움만 받을 것 같다”면서 “공급은 늘린다지만 과연 이것이 어떻게 추진되는지에 따라 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임 위원은 “3기 신도시 입지가 나쁘지 않아 서울 분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용산 등 입지가 좋은 곳인 만큼 실수요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8·4대책의 보완점에 대해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사업은 보다 높은 인센티브 제공으로 참여도를 높이고 취득세나 양도세 등 완화로 재고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조합은 사업수익 극대화를 노릴 것이고, 공공은 늘어난 용적률만큼 사회에 환원하려는 목적이 있으니 이를 얼마큼 합리적으로 절충시킬 것인지가 중요하다”면서 “공공개입 없이 민간 재건축이 들어오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서울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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