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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마지막까지 거여 천하…상임위→본회의 단 6일, 법도 뭉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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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강화하고 기존 주택임대사업자의 세 감면 혜택을 축소하는 등의 부동산 관련 법안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본회의에 출석한 미래통합당·국민의당 등이 표결에 불참했지만, 176석의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을 처리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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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4일 오후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오른쪽은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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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통과된 종합부동산세법·법인세법·소득세법 등 ‘부동산 3법’은 종부세·양도세 인상이 골자다. 다주택자와 조정지역 내 주택에 대한 종부세율을 최고 3.2%에서 6.0%로 상향 조정했다.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법인세 추가세율은 10%에서 20%로 인상했다. 다주택자의 조정지역 내 주택이나 2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도 강화했다.

법인이나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주택 추가 구입 시 최고 12%의 취득세율을 적용하는 지방세법 개정안도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기존 임대사업자의 세 감면 혜택을 축소·폐지하는 내용의 민간임대주택특별법·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과 ‘임대차 3법’ 중 하나인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전·월세신고제 도입)도 통과됐다. 공공임대주택 등 공급 확대와 재건축 이익 환수를 위한 공공주택특별법·소규모주택정비특례법·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주택법 개정안 등도 줄줄이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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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부동산 3법' 등이 통과됐다. 미래통합당은 반대 토론에 나섰으나 투표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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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추천과 인사청문회 개최 근거를 마련한 ‘공수처 3법(인사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 공수처장추천위 운영 규칙안)’ 처리도 마무리됐다.

비쟁점법안 4건은 여야 공히 찬성해 통과됐다. ▶질병관리본부의 청(廳) 승격과 보건복지부 2차관 신설(정부조직법) ▶감염병 의심자를 다른 시설이나 의료기관으로 옮길 수 있는 근거 마련(감염병예방법) ▶체육인 인권 보호 강화를 위해 스포츠윤리센터의 역할 규정(국민체육진흥법) ▶재난에 따른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 기업 금융지원 확대(재난안전관리기본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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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과 김진애 열린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통과시킨 뒤 인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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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본회의에서는 총 21명의 여야 의원이 발언에 나섰다. 각 법안에 대한 찬반 토론과 5분 자유발언이었지만, 대부분 주제는 부동산이었다. 추경호 통합당 의원은 “현 정권이 선심성 정책으로 재정을 펑펑 쓰고는 집값 잡는다는 명분으로 결국 꼼수 증세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박홍근 민주당 의원 “아파트 공급만 늘리면 부동산 문제가 해결된다는 단순 억지와 무지몽매한 도그마에서 제발 벗어나라”고 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아유를 보내는 통합당 의원들을 향해 “여러분들이 종부세를 열심히 거둬주셨으면 진작에 (공공임대주택을) 세울 수 있었을 것”이라며 “바로 여러분이 고가 아파트에 산들, 우린 부동산값이 올라도 문제 없다. 세금만 열심히 내라. 그렇게 해서 세금이 모이면 우리는 공공임대주택에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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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걸 미래통합당 의원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반대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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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은 법안 처리 기간을 문제 삼았다. 이날 처리된 법안 대부분은 지난달 29일 소관 상임위에 상정된 뒤 만 6일 만에 본회의까지 올라왔다. 국회법 59조는 법안 숙려기간을 최소 20일(소관 상임위 15일+법사위 5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3법’은 내년도 세입예산안 부수 법안이다. 류성걸 통합당 의원은 “종부세·양도세 과세 기준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데, 오늘 당장 본회의에서 처리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했고, 박수영 통합당 의원도 “지난 2주간 국회는 수많은 국민의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세금을 인상하는 법안을 패스트트랙보다 더 빠른 속도로 통과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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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등 야당 의원들이 4일 오후 본회의 산회 직후 국회 본청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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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민주당은 이를 정치공세로 규정했다. 허영 민주당 의원은 “‘임대차 3법’ 등은 이미 18대 국회부터 여야 간 꾸준히 논의해왔던 의제였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은 민생현안이지 정치공세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은 발언 중 일부 통합당 의원들이 야유를 보내자 “지금 웃으시는 분은 투기세력과 투기 비호 세력 그 두 세력을 옹호하는 그 세력들”이라고 말하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이름 얘기하고 마스크 벗고 하시라”고 덧붙였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투기 광풍에는 강력한 비상조치가 절실하다”며 “부동산 거래를 상시로 감독할 수 있는 부동산 감독원을 설치하자”고 주장했다.

앞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당리당략적 시간 끌기와 발목잡기에 더이상 부동산 입법을 지체할 수 없다”며 “국민 누구나 내 집 한 채 마련할 수 있는 1가구 1주택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산회 직후 당 의원총회에서 “아무리 우리 주장이 옳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더라도 힘으로 밀어붙이는 저들 앞에 무력감과 모멸감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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