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발표 3시간뒤…서울시 "은마·압구정 재건축 50층아닌 35층" 반박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8·4 부동산 공급 대책 ◆

매일경제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 일대. [김재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당과 정부가 4일 오전 공공 재건축을 통해 향후 5년간 5만가구 이상을 수도권에 더 공급하겠다고 밝힌 당일 오후 서울시가 "현실성이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자처해 "도대체 어느 조합이 공공의 개입을 원하겠느냐"며 정부 발표가 탁상공론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강남 재건축의 핵심인 35층 규제 완화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초유의 사태에 따라 여당·정부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제대로 협의하지 않고 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 아니냐는 추론이 나오고 있다. 정부 발표는 자료 제목도 '관계기관 합동'으로 서울시나 경기도 등 지자체가 모두 포함돼 있는데 서울시와 과천시 등이 곧바로 반발하는 파행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날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재건축은 민간 조합이 기본적으로 진행하면서 임대주택 등 공공성을 가미하는 형식으로 가야 한다. 공공이 처음부터 재건축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데 정부가 이를 밀어붙였다. 서울시 입장에서 공공 재건축으로 가는 방향성은 찬성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시는 7·10 대책 때 '공공 재건축'이 명기된 이후 중산1차 시범, 영등포 남서울 등 재난위험시설(안전등급 D·E)에 한해 공공 재건축을 검토해왔다. 이들 사업장은 대부분 300가구 이하 나 홀로 아파트이기 때문에 공공이 개입하지 않으면 민간 자체로는 수익성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앞서 공식 브리핑에서 재건축 아파트가 약 26만가구 있는데 이 중 20%인 5만가구가 공공 재건축에 참여할 것으로 계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어림치'는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게 서울시 주장이다.

강남권 한 조합장은 "공공 재건축을 할 경우 늘어나는 용적률의 절반을 임대 아니면 공공분양으로 내놔야 하는데, 임대주택을 짓기 싫어하는 강남에서 누가 여기에 참석하겠느냐"고 내다봤다. 서울시가 제안한 강남 재건축 절차 진행도 이번에 국토부에 의해 묵살당했다.

김 본부장은 "압구정현대, 은마 등 주요 재건축에 대해 정상적인 절차를 진행하자고 건의했지만 최종적으로 빠져버렸다"고 말했다. 시는 압구정현대, 여의도시범 등의 재건축이 진행될 수 있도록 이미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는 등 별도의 준비 절차를 다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와 국토부가 이를 막아 절차 진행이 어려운 상태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이번 정부 들어 재건축 심의를 하는 도시계획위원회 안건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며 "강남이라고 재건축을 다 막아버리면 도대체 주택 공급을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층수 규제 완화도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국토부는 공공 재건축 방안을 발표하며 규제 완화 항목으로 '용적률 최대 500%, 층수 50층 허용'을 내걸었지만, 이는 단순한 립서비스로 분석되고 있다. 복합건물에 한해 일반주거(최대 용적률 300%)에서 준주거(최대 용적률 500%)로 바뀔 경우 층수 규제를 전제로 한 문구인데, 이미 현행 틀 내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2030 서울플랜'에 따르면 순수 아파트만 있으면 35층으로 규제되지만, 중심지(지역·지구중심 및 도심·광역중심) 내에 복합건물을 지으면 최대 50층까지 가능하다. 이로 인해 서울 잠실주공5단지는 총 46개동 중에서 4개동이 주상복합건물로 '50층'까지 지어질 예정이다. 국토부가 발표한 것은 현행 틀 내에서도 가능한 셈이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이날 "현행 층수 규제를 규정한 2030 서울플랜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순수 아파트는 35층까지고, 복합건물이면 중심지 위계에 따라 50층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규정대로라면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현행 35층 틀을 준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아파트로만 구성된 일반주거에 대해 현행 3종(용적률 최대 300%)뿐만 아니라 4종(최대 용적률 400%), 5종(최대 용적률 500%)까지 국토계획법에 신설하자고 제안했지만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국토부가 국토계획법 틀을 바꾸는 데 굉장히 미온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에 대해 국토부 측은 일반주거 4종과 5종 신설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관계기관과 잘 협의해 이번 대책을 내놓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당초 이번 정책의 핵심엔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가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가 서울시에 강남 재건축 완화에 대한 건을 요청했고, 서울시가 주도해 전폭적으로 재건축을 완화하는 방안을 만들었지만 강남 집값 자극을 우려한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이를 누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 공급에 정통한 한 고위 관계자는 "거의 통과되는 분위기였는데 결국 막혀버렸다"며 "양질의 주택을 서울 핵심지에 공급하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인데 이를 막아버리고 그린벨트도 풀지 않으면서 공급을 현실화하긴 힘들다"고 비판했다.



[나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