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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상장 대박, SK바이오팜 이젠 ‘증명의 시간’…주력제품 美 시장 안착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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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군 주인공은 단연 SK바이오팜이었다. 상장 첫날인 지난달 2일 공모가(4만9000) 대비 네 배 급등했던 SK바이오팜의 주가는 4일 17만5500원에 마감됐다. 지난달 7일 고점(21만7000원) 대비 23% 하락했지만, 공모가보다는 3.6배 높은 액수다. 거품 논란은 여전하다. 지난 3년 평균 매출액이 700억원을 갓 넘는 회사의 시가총액이 국내 20위권인 14조원(4일 기준)에 달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SK바이오팜은 스스로 '거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5대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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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 조정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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⓵주력 제품 ‘세노바메이트’ 美 시장 안착할까?



SK바이오팜의 주력 제품은 뇌전증(간질)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다. 세노바메이트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허가신청(NDA) 승인을 받았다. 미국에선 ‘엑스코프리’라는 이름으로 지난 5월부터 판매가 시작됐다. 미국 판매는 100% 자회사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맡는다. 허준 SK바이오팜 경영기획팀장은 “뇌전증 분야에서 노하우가 있는 현지 베테랑 영업 인력 120여 명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 중에는 존슨앤드존슨에서 2조원 이상 매출을 올린 의약품의 마케팅을 총괄하던 인력도 있다. SK바이오팜은 오는 2분기 실적 발표 때 세노바메이트의 판매 현황을 공개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코로나19로 미국 의료 시장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세노바메이트가 임상 과정에서 워낙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초반 실적은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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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이 미국에 설립한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가 2017년 지난 12월 1일 미국 워싱턴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미국 뇌전증 학회 연례회의에 참가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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⓶ 빅파마 즐비한 뇌전증 시장 넘을 수 있나?



‘세노바메이트’는 신약이지만 최초의 뇌전증 약은 아니다. 이미 이 시장을 장악한 약이 있다. 벨기에 제약사인 UCB가 개발한 빔펫(Vimpat)과 케프라(Keppra)다. 시장조사업체인 프로스트앤설리반에 따르면, 세계 뇌전증 처방약 시장 규모는 약 60억 달러(약 7조2000억원)다. 이 중 빔펫과 케프라가 약 40%를 차지한다. 이 밖에도 글로벌 빅파마인 GSK·사노피·화이자 등이 이 시장에 진출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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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팜이 개발해 올해 5월부터 미국에서 판매가 시작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제품명: 엑스코프리) 〈SK바이오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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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시장 1위인 빔펫의 특허가 2022년 만료된다. 가격이 싼 제네릭(복제약)과 개량신약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임상이 진행 중인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도 20여 종에 달한다. 그럼에도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시장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허준 팀장은 “기존 뇌전증 치료약으로 치료가 되지 않는 비율이 약 30~40%”라며 “세노바메이트는 이런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임상 과정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한 “뇌전증의 경우 제네릭이 나와도 바로 처방을 바꾸기보다는 기존 신약에 제네릭을 더해 처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세노바메이트가 차별적인 약효를 보이면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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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 실적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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⓷ 유럽의약청(EMA) 판매 허가는 언제?



SK바이오팜은 지난해 2월 스위스 아벨 테라퓨틱스와 유럽 32개국에 대한 기술 수출 계약을 했다. 아벨은 미국과 유럽의 투자회사가 의약품 판매를 위해 설립한 회사다. 세노바메이트가 유럽에서 판매되려면 아벨이 지난 3월 제출한 판매 허가 신청서를 유럽의약품청(EMA)이 승인해야 한다. SK바이오팜 측은 내년 1분기 중 허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미국 FDA보다 EMA가 허가 요건이 까다롭고 심사 시간도 길다”며 “경우에 따라서 내년 하반기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세노바메이트의 EMA 허가가 나지 않으면 SK바이오팜은 아벨에서 받기로 한 5억3000만 달러(약 6300억원) 중 이미 받은 계약금 1억 달러를 제외한 나머지를 받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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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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⓸ 후속 파이프라인 진행 상황은?



SK바이오팜은 개발 완료한 신약 세노바메이트와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 외에 7건의 신규 파이프라인을 준비 중이다. 현재 가장 속도가 빠른 것은 세노바메이트의 사용 범위를 확장하는 후보물질로 3상이 진행 중이다. 뇌전증 희귀질환인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치료제는 현재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동태(체내 약물농도 변화) 시험 중인데, 빨라야 내년 상반기 중 3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는 1상을 마쳤거나 진행 중이다.

SK바이오팜이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현재 시판 중이 2개 제품(세노바메이트·솔리암페톨)의 실적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SK바이오팜은 2011년 지주사인 SK에서 분사한 후 한 번도 흑자를 본 적이 없다. 지난해에는 매출 1239억원에 7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 역시 제품 판매가 아닌 세노바메이트 기술 수출로 받은 계약금(1억 달러)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기술료가 없던 2018년 매출은 11억원에 불과했고, 1390억원의 적자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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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 주가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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⓹ 핵심 연구 인력 이탈하나?



SK바이오팜이 ‘상장 대박’을 터뜨린 후 이 회사는 임직원들의 ‘퇴사’에 관심이 쏠렸다. 시장에서는 우리사주로 약 13억~20억원의 평가 차익이 생긴 SK바이오팜 임직원 10여 명이 퇴사를 신청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SK바이오팜은 직원은 210명(4월 말 기준) 정도다. 이 중 박사급 연구 인력이 37명, 석사급이 67명이다. 더욱이 연구개발 조직은 신약개발부문 산하에 14개 팀으로 쪼개져 있다. 연구 핵심인 신약연구소 역시 4개 팀이 있다. 어느 한 팀이라도 인력 이탈이 있으면 연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연구원들이 퇴사할 경우 기술 유출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SK바이오 측은 “퇴사 희망 인원을 밝히기 곤란하다”면서도 “현재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의 핵심 연구인력 중에는 이탈 인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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