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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日 "현금화시 대응 불가피" 강조하지만... 뾰족수 없어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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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기업 공시송달 효력 발생 후 '즉시항고' 방침
韓 입장 변화 없는 한 '현금화는 시간문제' 판단
금융제재 유력... 日도 영향ㆍ보복 악순환 우려
한국일보

3일 오후 일본 도쿄 소재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본사 앞을 마스크를 쓴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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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4일을 기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자산 압류를 위한 한국 법원의 공시송달 효력이 발생하자 현금화를 염두에 둔 대항조치를 본격 검토하고 있다. 일본제철이 이날 즉시항고 의사를 밝히면서 압류명령 확정까지 일단 시간을 벌었지만, 현금화는 시간 문제라는 게 일본 정부의 판단이다.

일본 정부는 현금화에 맞서 외교적ㆍ경제적ㆍ국제법적 조치 등 다양한 대항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외교적 조치로는 주한 일본대사의 일시 귀국이나 소환, 비자 면제 중단 또는 발급요건 강화 등이 거론된다. 경제적 조치는 일본 내 한국 측 자산 압류와 보복관세, 금융제재 등과 함께 이미 시행 중인 수출규제의 엄격한 적용이 포함될 수 있다. 국제법적 조치로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한국 대법원 판결의 국제법 위반 여부를 다투거나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중재를 맡기는 방안이 가능하다.

그러나 비자 관련 조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국인 입국을 거부하는 상황이라 실질적 효과가 없다. 2017년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귀국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대사가 85일만에 한국에 돌아간 사례를 감안하면 대사 소환의 실익도 기대하기 어렵다. ICJ 제소 등은 한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낮다.

아사히신문은 "비자 면제 중단이나 주한대사 소환만으로는 일본 기업의 손해와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뒤 금융제재 등에 무게를 뒀다.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전 주한대사는 "한국 기업이 달러를 조달할 때 일본 은행이 보증을 섰던 것을 회수하면 한국의 달러 조달 부담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금융제재 등은 일본 기업들에도 충격이 미칠 수 있다. 지난해 수출규제 강화 이후처럼 한국 내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재점화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미중대립 격화 상황에서 한일 갈등이 관리되지 않은 채 보복의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도 일본 정부로선 부담이다.

그런데도 일본 각료들이 앞다퉈 추가 보복 가능성을 거론하는 건 한국 측에 타협안을 제시하라는 외교적 압박을 의도한 것이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관련 기업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일본 기업의 정당한 경제활동 보호 관점에서 모든 선택지를 놓고 의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의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 정부의 대항조치가 언론에 거론되지 않는 방안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본 측 반응을 차분하게 지켜보면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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