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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패닉바잉' 잡힐까... "공급확대 3년 걸리니 기존 매물도 나와줘야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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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도권 13만 2000호 공급 계획
대기자 늘어 전월세 불안 가중 예상
유동성 넘쳐 투기수요 몰릴 수도
한국일보

홍남기(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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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까지 서울권역에 주택 13만2,000호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시장에선 “물량 자체는 기대 이상”이란 반응이 나온다. 서울 강남과 용산, 경기 과천 등 선호도 높은 지역의 신규 물량도 예상보다 많다는 평가다.

다만 실제 공급되기까지 최소 3년이 걸리는 만큼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겠다'는 최근의 이른바 '패닉바잉' 수요를 당장 잠재울 수 있을 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재건축 규제 완화가 강남권 집값을 더 뒤흔들 우려도 제기된다.

"강한 공급확대 의지는 긍정적"


4일 발표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8ㆍ4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수도권에 새 택지개발 등을 통해 5만7,000호, 공공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7만5,000호를 공급해 총 13만2,000호 주택을 추가로 짓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공급부족 불안 심리를 조기에 차단하고 미래 주택수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가 여전히 뜨거운 주택매매 수요를 잠재울 목적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1.12%)은 지난해 12월(1.24%)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각종 규제로 매물잠김 현상은 심화되는데 늦기 전에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여전히 높은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선 정부가 공급 확대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시장에 본격적인 공급확대 ‘신호 보내기’로 볼 수 있다”며 “30~40대 맞벌이가 선호하는 도심이나 강남 인근에 용적률 상향 등으로 직주근접형 주택을 많이 짓도록 한 게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다만 “대출, 세금, 가격 부담이 이미 커진 상황이라 무주택 실수요자 중에는 무리하게 집을 사기보다 분양시장에 대기하며 청약을 기다리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공급효과 보려면 최소 3년... 기존주택 매물 나와야"


하지만 청약이나 공공분양 당첨을 기대하기 힘든 실수요자까지 매매 대기 모드로 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괜찮은 입지에 공급 물량이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입주까지 최소 3년 이상 걸리고 당첨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라며 "당장 기존 주택이라도 매입하겠다는 심리를 돌릴 유인이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입주까지 2, 3년 사이 기존 주택이 얼마나 매물로 나오느냐가 앞으로 집값 안정의 관건이 될 거란 얘기다.

대기 수요가 많아지면 자칫 전월세 불안이 더 커질 우려도 있다. 함영진 랩장은 "무주택자들이 임대차 시장에 머물면 전월세 가격 불안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임대차 가격 불안에 대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재건축 용적률 상향과 층고 제한 완화 등이 투기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시중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발표되면 투기 수요가 걷잡을 수 없이 몰릴 것이 뻔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는 "재건축으로 인한 인근 주택 가격상승 방지를 위해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과 관계부처 합동 실가격 조사 등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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