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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김부겸 아내 “큰오빠 이영훈, 안 좋은 말 돌지만…남편 삶 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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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아직도 연좌제?” vs 정규재 “김 전 의원이 아내 이용”

세계일보

김부겸 전 의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의 아내 이유미씨가 “큰오빠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로 인해 안 좋은 말이 떠돌고 있다”며 해명하는 글을 올렸다. 이 전 교수는 ‘반일종족주의’의 저자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공창제’와 함께 언급하고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등 역사 왜곡과 친일 논란의 대상이 된 인물이다.

이씨는 4일 김 전 의원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는 민주화 운동을 하던 집안에서 성장했다”며 자신의 가족사를 공개했다. 그는 “큰오빠가 대학 때 학생운동으로 제적이 되고 도망 다니던 시절, 형사들이 우리 집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며 “셋째 오빠는 학생운동으로 투옥되어 재판을 받고 3년여간 옥살이를 했다. 남동생은 대학 졸업 후 미국 문화원 방화 사건으로 경찰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2년여 옥살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김 전 의원과 만난 후에도 함께 민주화 운동을 이어갔다고 했다. 그는 “저 역시 1980년, 1986년, 1992년 세 차례에 걸쳐 경찰과 안기부에 끌려갔다”며 “광주항쟁이 나자 서울대 복학생이던 남편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전국에 지명 수배했다. 한은 대구지점에 다니던 저를, 애인이라며 경찰청 대공분실에서 나와 잡아갔다”고 전했다. 이어 “결혼을 한 후 1986년 남편이 복학해 서울대 앞에서 백두서점을 운영할 때도 관악경찰서에서 나와 수시로 책을 압수해갔고 둘째를 가져 만삭인 저를 두 차례 연행했다. 좌경용공서적을 소지, 판매했다는 죄였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이 1992년 민주당 부대변인을 맡았던 시절에 대해서는 “갑자기 ‘이선실’이라는 할머니 간첩을 내세워 남편과 저희 가족을 간첩단으로 몰았다”며 “민주화 이후라 매질은 하지 않았지만, 제가 앉은 의자를 발로 차는 등 폭력적 분위기였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이씨는 이같은 사연과 함께 “이렇게 험난한 시절을 지나왔다”며 “오직 남편이 하는 정치가 올바르다 믿고 뒷바라지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와, 저의 친정 오빠로 인해 곤혹스런 처지를 당하니 제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며 “옛날의 고통스런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쓰고 있자니 눈물이 흐른다. 부디 정치인 김부겸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고, 여러분이 널리 이해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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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연합뉴스


김 전 의원의 큰 처남인 이 전 교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한 책 ‘반일 종족주의’ 출간 이후 여권의 비판을 받아왔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가 결과적으로 한국의 산업화와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것으로 주로 일본 우익들의 논리로 사용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반일 종족주의’에 대해 ‘구역질 나는 책’, ‘부역·매국 친일파’라고 맹비난했고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활동한 정의기억연대(구 정대협) 측도 이 전 교수, 류석춘 연세대 교수 등 책의 저자들과 날을 세우는 중이다. 김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 이후 일부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큰 처남인 이 전 교수를 들어 김 전 의원을 싸잡아 비난하는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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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의원의 아내 이유미씨가 올린 1982년 설악산 신혼여행 사진. 김부겸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아직도 연좌제가 남아 있나”라고 이같은 비난에 대해 반발했다. 진 전 교수는 “이 전 교수가 (김 전 의원의) 아내의 오빠가 아니라 친형이라 하더라도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한 사람은 개인으로서 오직 자신의 생각과 발언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 유튜버인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는 “(김 전 의원이) 아내를 내세워 오빠인 이영훈 교수를 욕하도록 만드는 것이 정말 놀랄 일”이라며 “당 대표를 위해 가족의 인연까지 이용해먹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김 전 의원을 비난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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