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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1200억원대 부패 의혹…스페인 국왕, 스페인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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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오른쪽)과 아들인 현 펠리페 6세 국왕.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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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달러(약 1200억원)가 넘는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이 스페인을 떠나기로 했다. 3일(현지시간) 스페인 왕실은 성명을 통해 “카를로스 전 국왕이 자신의 아들인 현 펠리페 6세 국왕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스페인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고, 국왕은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엘파이스 등 스페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카를로스 전 국왕은 서한에서 “스페인 국민, 정부기관, 왕에 헌신한다는 신념에 따라 외국으로 떠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깊은 고뇌가 있었지만 마음의 평온을 가지고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스페인을 떠나 있더라도 검찰의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카를로스 전 국왕이 언제 스페인을 떠날지, 어디로 갈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1975년부터 2014년까지 39년간 국왕으로 재임한 카를로스 전 국왕은 군사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 체제 이후 스페인의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잇딴 왕실 부패 사건으로 카를로스 전 국왕을 향한 국민의 존경심도 사그러들었다. 2014년 딸 크리스티나 공주 부부의 공금횡령 혐의 등 왕실의 추문이 이어지자 카를로스 전 국왕은 퇴위를 선언하고 아들 펠리페에게 왕위를 이양했다.

지난 6월엔 스위스 일간지 라 트리뷘 드 주네브가 카를로스 전 국왕의 뇌물 수수 의혹을 제기했다. 2011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와 메디나를 연결하는 고속철 사업권을 따낸 스페인 컨소시엄이 사우디 정부로부터 받아야 할 대금의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카를로스 전 국왕은 이를 막후 중재했다. 중재 대가로 사우디로부터 거액을 받았는데, 이를 자신과 내연관계인 독일인 여성사업가 코리나 라르센을 통해 스위스의 비밀계좌에 넣어두고 세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아버지의 부패 의혹은 아들인 현 국왕에게까지로 번지기도 했다. 세탁된 거액의 자금이 펠리페 6세 국왕에게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나오면서다. 여론이 악화하자 펠리페 6세 국왕은 지난 3월 아버지 유산의 상속을 포기한다고 발표하고 전직 국왕에게 지급되는 국가연금도 취소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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