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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민 유족 “‘투명인간’ 취급당한 딸, 팀 생활 괴로워했다” [엠스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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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자 프로배구 선수 고유민, 7월 3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

-“언니가 악성 댓글과 SNS 개인 메시지로 힘들다는 얘기 자주 했다”

-“유민이가 가장 힘들어했던 건 팀 생활.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것 같다’며 괴로워했다”

-감독, 구단 “팀 내 소통 없었다? 사실과 다른 주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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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고유민(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경기 광주]

전 여자 프로배구 선수 고(故) 고유민(25)이 세상을 떠났다. 배구계는 고유민이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으로 악성 댓글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메시지를 꼽는다.

그러나 유족은 “악성 댓글과 SNS 메시지로 (고)유민이가 힘들어했던 건 맞지만, 그보다 더 견디기 힘들어한 건 구단 코칭스태프의 냉대와 임의탈퇴의 족쇄였다”고 주장한다.

고유민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컴퓨터에 다음과 같은 유서를 남겼다.

“죽는 게 쉽진 않겠지만..많이 미안해 엄마 그냥 미안하단 말밖에 못 하겠네. 내 얘기는 아무도 몰랐으면 해 창피하고 못났고 한심하니까...”

고 고유민의 유족 “현대건설 선수단 생활을 악성 댓글보다 힘들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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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고유민이 개인 컴퓨터에 남긴 유서(사진=엠스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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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민은 2013-2014시즌 KOVO(한국배구연맹)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데뷔했다. 지명 순위에서 보듯 고유민은 촉망받는 배구 유망주였다.

그러나 선수 생활은 길지 않았다. 7년이었다. 고유민은 올 시즌 2월을 끝으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벗었다.

고유민의 동생 고00 씨는 “언니가 ‘악성 댓글과 SNS 개인 메시지로 너무 힘들다’는 얘길 자주 했다”며 “폭언은 물론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댓글과 메시지가 많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언니는 법적 대응을 한 번도 고려하지 않았다. 언니는 팀을 떠난 후에도 ‘그분들 또한 팬’이라며 감쌌다. 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고 씨의 얘기다.

악성 댓글로 큰 고통을 받은 건 2월 현대건설 주전 리베로 김연견이 왼쪽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뒤 고유민이 리베로로 뛸 때다. 낯선 포지션에서 100% 기량을 펼치는 건 쉽지 않았다. 일부 팬은 기사 댓글과 SNS를 통해 고유민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 가운덴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글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3월 고유민은 팀을 떠났다.

현대건설은 5월 1일 고유민을 임의탈퇴로 공시하며 구단 허락 없이는 다른 프로팀에 갈 수 없도록 묶어놨다.

유족 "고유민, 감독에게 '투명인간' 취급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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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민의 V리그 시즌별 기록(표=엠스플뉴스)



장례식장에서 만난 고유민의 어머니 권OO 씨는 “지금 많은 분이 잘못 알고 계신 게 있다”며 “유민이가 가장 힘들어했던 건 악성 댓글이나 개인 메시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도희 감독(2017년 4월)이 현대건설 지휘봉을 잡고 나서부터 유민이가 변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수면제를 복용했다. 한 알 먹던 수면제가 두 알로 늘어났다. 그즈음 유민이가 ‘힘들다. 그만두고 싶다’는 얘길 자주 했다. 코칭스태프가 훈련을 시키지 않고 의사소통도 거부한다고 하소연했다. 한 달 동안 말도 걸지 않았다고 한다. 유민이가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것 같다’고 할 때마다 ‘참고 버티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다독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만 해준 게 너무 후회된다.” 어머니 권 씨의 얘기다.

권 씨는 “현대건설 숙소에서 자해하는 선수들이 있었다”며 “그걸 유민이가 감싸주다가 선배들에게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유민이 동료 선수 한 명도 무척 힘들어했다. 숙소에서 ‘죽겠다’고 한 모양이다. 그걸 유민이가 감싸줬단다. 선배들이 유민이가 걔를 감싼다고 유민이까지 왕따시킨 모양이다. 유민이가 그 일 때문에도 무척 힘들어했다.” 권 씨의 말이다.

고유민의 가족은 “현대건설이 유민이와 비슷한 케이스였던 선수는 자유계약 신분으로 풀어줬다. 하지만, 유민이는 임의탈퇴로 묶어놔 어느 팀에도 못 가게 했다. 완전히 선수를 죽이려고 작정했던 것”이라며 분개했다.

고유민은 현대건설에서 나온 뒤 다른 직업에 도전해보려고 공부를 시작했다. 승무원 응시도 준비했다는 게 유가족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배구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접은 건 아니었다. 고유민은 초교 6학년 때부터 배구를 했다. 일생을 바친 배구를 포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터.

그런 딸의 마음을 눈치챈 어머니 권 씨는 고유민에게 ‘이도희 감독님께 전화를 드려보라’고 권했다.

“유민이에게 ‘지금은 네 자존심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설득했다. 유민이가 팀을 나간 이후 이도희 감독은 연락 한 통 없었다. 그래도 ‘감독님께 전화를 해봐라. 트레이드라도 부탁해봐라’고 했다. 팀에서 트레이드 시켜주겠다고 했으니까. 딸이 전화를 걸어 ‘감독님 죄송합니다’ 사과하고 트레이드를 부탁했다. 그랬더니 감독이 뭐라고 했는지 아나? ‘너, 실업팀 중에서 오라는 데 있는 거 아냐?’ 그러고 전활 끊었다.” 권 씨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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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번호 7번을 이름보다 소중히 여겼던 고유민(사진=KOVO)



새로운 직업과 배구계 복귀 사이에서 고민했던 고유민을 체념하게 한 건 그다음이었다. 고유민이 임의탈퇴 선수가 되자 현대 건설은 다른 선수에게 고유민의 등번호 7번을 내줬다.

“유민이가 초교 때부터 프로 때까지 달고 다닌 등번호가 7번이다. 유민이에게 등번호 7번은 이름보다 중요한 거였다. 그런데 유민이가 임의탈퇴 신분이 되니까 구단에서 곧바로 유민이 등번호를 다른 선수에게 내줘버렸다.

다른 팀 감독님께 여쭤봤더니 ‘팀을 영원히 떠났거나 은퇴했으면 등번호를 넘겨줄 수 있다. 하지만, 언제든 복귀가 가능한 임의탈퇴 선수를, 거기다 팀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선수 등번호를 다른 선수에게 넘겨주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유민이가 그걸 보고서 친구한테 전활 걸어 ‘내가 지금까지 선수로 뛰면서 뭘 남긴 게 없다.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울었단다.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찢어진다.” 권 씨의 말이다.

이도희 감독, 구단 “소통엔 아무런 문제 없었다…사실 아닌 부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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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민의 어머니는 “딸이 쑥떡을 좋아했다. 딸이 집에 왔을 때 '넌 밥 먹고, 또 쑥떡을 먹느냐'고 타박한 적이 있다“며 “어버이날 딸이 찾아와 '엄마, 동생이랑 맛있는 거 사먹어'하면서 10만 원을 놓고 갔다“면서 세상을 떠난 딸을 그리워했다(사진=엠스플뉴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이도희 감독은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분명한 건 갈등은 없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2월 리베로로 출전해 실수가 잦은 날이 있었다. 그날 저녁 유민이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모 코치가 째려봤다는 얘길 해서 그건 아니라고 말해주는 등 여러 오해를 풀었다. 또 유민이가 울면서 ‘욕먹을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본래 포지션(레프트)으로 되돌려줬다.” 이 감독의 말이다.

이 감독을 비롯한 현대건설 프런트는 이미 고유민이 수면제를 복용 중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감독은 “유민이가 숙소에만 들어오면 잠을 못 잔다는 얘길 듣고 따뜻한 차를 사다 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관계자 역시 “우리가 유민이에게 더 많은 신경을 쓰지 못한 건 후회스럽지만, 그렇다고 팀 내에서 고유민을 ‘투명인간 취급’하고, 선수와 소통이 없었다는 건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에 유민이의 일기 등을 제출한 상태다. 팀 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 수두룩하다. 현대건설에서만 7시즌을 뛰었다. 팬들은 알 거다. 항상 밝은 아이였다는 걸. 그런 아이가 2년 전부터 수면제를 복용했고 결국엔 목숨을 끊었다. 유가족이 바라는 건 하나다. 다신 유민이와 같은 아이가 나와선 안 된다는 거다. 잘못된 건 확실하게 바로잡고 넘어가야 한다.” 딸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어머니는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경찰은 현재 고유민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악성 댓글, SNS, 구단 내 갈등 등을 종합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8월 2일엔 고유민의 휴대전화 등에 대한 영장을 발부받아 디지털 포렌식(과학적 데이터 복구·수집 분석 기법)을 진행 중이다.

이근승, 박동희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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