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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빗물 가두는 서울 양천구 '만장굴' 3일 폭우에 첫 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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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160개 분량 빗물 일시 저장 가능

2013년 착공해 7년 만인 지난 5월 완공

두 차례 가동해 빗물 2400㎥ 임시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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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양천구 신월 빗물 배수 저류 터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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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방 곳곳에 폭우 피해가 발생한 지난 3일 서울 양천구에도 장대비가 쏟아졌다.

기상청 자동기상측정망(AWS) 자료에 따르면 오전 5~6시 한 시간 동안에 20㎜가, 오후 6시 30분~7시 30분 사이에도 26㎜의 많은 비가 내렸다.

하지만 상습 침수 피해 지역인 이곳에서는 별다른 피해 신고가 없었다.

바로 땅속의 빗물 터널, 신월 빗물 저류 배수시설 덕분이었다.



터널 모양의 빗물 담는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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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지하에 있는 신월 빗물 배수 저류 터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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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 목동 빗물 펌프장에서부터 신월동 방향으로 길이 4.7㎞, 최대 지름 10m로 설치된 이 터널은 지난 5월 완공됐고, 3일 완공 후 처음 가동했다.

터널의 깊이는 지하 40m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터널 깊이 40~50m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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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 빗물 배수 저류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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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만장굴(길이 8.9㎞)을 연상케 하는 이 터널은 평소에는 완전히 비워뒀다가 폭우가 내리면 빗물을 임시 저장하고, 비가 그치면 한강으로 내보낸다.

총저수용량은 32만㎥, 50m 수영장 160개 분량의 물이다.

서울시 한유석 하천관리과장은 "3일 오전 9시부터 30분간, 오후 9시 30분부터 20분간 빗물을 지하 저류시설에 담았는데, 두 차례 합쳐 2400㎥를 저류했다"며 "전체 저류 용량의 0.7%로 아직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한 과장은 "폭우가 쏟아지면 침수 가능성이 커지는데, 이 빗물 저류시설이 하수구 역류를 방지해 저지대 침수 우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곳에는 본 터널과 주변 하수구를 연결하는 유도 터널이 설치돼 있다.

신월5동에서 신강초교 사이 877m와 경인고속도로 신월인터체인지 부근 219m에는 지름 5.5m의 유도 터널이 설치돼 인근 하수관에서 빗물을 끌어온다.

한 과장은 "빗물이 흘러드는 수직구도 3개가 설치돼 있는데, 각각 50~70% 수준의 물이 차면 수문이 열려 저류 배수 터널로 물을 보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비가 그친 뒤에는 빗물을 퍼 올리는 유출 수직구도 있다.

퍼 올린 빗물은 하수처리장을 거쳐 한강으로 방류하게 된다.



2010년 침수 발생 후 공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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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예방을 위해 설치한 신월 배수 저류 터널. 2016년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이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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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설은 2010년 9월 21일 시간당 90㎜ 폭우, 하루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강서구와 양천구에서만 6000여 건물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한 것이 계기가 돼 들어서게 됐다.

2011년 일본 도쿄의 지하 배수 터널 사례가 중앙일보 지면에 소개됐고, 이를 본 서울시 고위 관계자가 도쿄 배수 터널을 직접 방문한 뒤 본격 추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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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환상7호선 도로 지하에 위치한 빗물 저류시설. 지름 12.5m에 길이는 4.5km로 54만㎥을 저류할 수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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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지하 빗물 저류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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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빗물 저류 배수시설 추진 계획은 2012년 5월에 수립됐다.

3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폭우, 시간당 100㎜의 폭우가 쏟아져도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설계와 수리모형실험 등을 거쳐 2013년 5월 공사가 시작됐다.

총 공사비 1390억 원이 투입된 이 시설은 당초 2017년 말 완공 예정이었지만, 2년 이상 지연됐다.

터널이 주로 도로 아래를 통과하지만, 건물 아래를 지날 때도 있어 발파작업도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물을 가두는 곳인 만큼 터널 아래쪽까지 방수시트를 까는 완전 방수시스템도 갖췄다.

시운전 중이던 지난해 7월 말에는 배수 터널 내에서 시설을 점검 중이던 작업자 3명이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폭우가 쏟아지면서 저류지 수문이 열렸는데, 작업자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기후변화로 빗물 터널 필요성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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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방에 기습적인 폭우가 내린 지난해 7월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 배수저류 터널에서 근로자 3명이 고립돼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지하 40m 저류시설 점검을 위해 내려갔다가 올라오지 못했고,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2019.7.31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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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는 이수~과천 민자 도로를 건설 등에서도 지하 빗물 저류 터널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폭우가 잦아지고 있는 데다 도시가 콘크리트로 덮이고 있어서 빗물 저류시설 설치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에서 시간당 30㎜의 폭우가 쏟아진 날도 70년대에는 연평균 12일이었지만 2001~2010년에는 34일이나 된다.

서울의 경우 전체 면적의 46.6%가 불투수(不透水) 지역이다.

도심부는 불투수 면적이 90%를 넘어 대부분의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하수관으로 몰려든다.

강수량이 과거보다 늘었는데 하수관 규모는 그대로여서 침수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떠오르는 게 바로 빗물 터널인 셈이다.



빗물 순환 위주 저영향 개발 기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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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영향개발(LID) 기법을 적용한 사례.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순환하도록 해 홍수를 예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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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영향개발(LID) 기법을 도입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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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심 지하 빗물 터널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과 함께 최근에는 저영향 개발(LID, Low Impact Development) 기법도 도입되고 있다.

도시가 개발되기 이전처럼 도시 내에서 물 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옥상 정원과 빗물 저금통으로 빗물을 잡아두고, 식생 수로와 침투 도랑, 투수성 포장을 통해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도록 한다는 것이다.

미국·독일 등에서는 1980년대부터 LID 기법이 도입됐고, 국내에서도 10여년 전부터 김포한강·아산탕정 신도시, 에코델타시티, 송산그린시티, 행복도시(행정 중심복합도시 세종시) 등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한 전문가는 "LID를 통해 홍수 때 하천으로 들어가는 물의 양을 줄이고, 지하수 고갈과 하천이 마르는 건천화도 예방할 수 있다"며 "토지나 도로에 쌓여 있던 오염물질이 빗물에 씻겨 하천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수질오염 정화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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