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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韓단체 “‘아베 사죄상’ 철거하라”…日 “한국인도 반대”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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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한국자생식물원에 건립된 조형물 ‘영원한 속죄’ 모습. NHK 방송화면


강원도 평창의 한국자생식물원에 설치된 ‘소녀상에 무릎 꿇고 사죄하는 조형물’을 철거하라는 한국 시민단체 시위가 일본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영원한 속죄’라는 작품명의 이 조형물은 남성이 위안부 소녀상 앞에서 무릎 꿇고 머리 숙여 사죄하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조형물을 제작한 김창렬(72) 한국자생식물원장은 앞선 한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를 특정하는 건 아니다”라며 “사과의 입장에 있는 모든 남자를 상징한 것이다. 어쩌면 소녀의 아버지일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체는 이 동상을 ‘아베 총리 속죄상’이라면서 한일 관계를 악화한다는 이유로 철거를 요구하고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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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속죄상’이 설치된 한국 자생 식물원에서 철거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 산케이신문


◆韓단체 “‘아베 사죄상’ 철거하라”

3일 이 단체 시위 현장 옆에는 일본 NHK,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이 모습을 지켜보며 취재 열기를 높였다.

이들 일본 언론은 “한국의 보수 시민 단체회원 10여명이 한일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항의하며 즉시 철거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동상을 설치한 식물원 원장은 철거에 응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이날 소녀상 철거 시위를 벌인 단체는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군에 끌려가 성 노예 생활을 했다는 건 역사 왜곡이라는 등 평소에도 평화의 소녀상 철거와 수요집회 반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는 산케이신문에 시위 사진 등을 제공했는데 이날 ‘돈 있으면 이용하고 돈 없으면 이용 못 했는데 위안부가 왜 일본군 성 노예인가’ 등 위안부 진실을 왜곡하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NHK는 “김창렬 원장은 동상은 아베 총리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했다”며 “ 어디 까지나 책임 있는 인물을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원장은 ‘사과해야 한다’는 개인의 의견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이미 공개한 동상의 철거에 응하지 않는 생각을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산케이신문은 “인물을 특정하고 있지 않다”는 김 원장 말을 전하면서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이고 동상은 사비로 제작했다는 이유로 철거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日 “한국인도 반대”

처음 소셜미디어(SNS)에서 시작된 논란이 일본 매체에 전해진 뒤 악화한 여론을 의식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강한 불쾌감을 밝히면서 일부 누리꾼 사이에 반일 감정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28일 스가 관방장관은 “사실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그런 것은 국제 예의상 허용되지 않는 일”이라며 “만약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일 관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앞선 한국 단체의 철거 시위에 이어 4일 일제 강제동원 배상 소송의 피고인인 일본제철이 한국 법원의 자산 압류 결정과 관련해 “항고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일본 언론 보도 후 논란과 한국을 향한 비판이 한층 높아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주장하는) 한국에서 일본인도 아닌 한국인도 반대한다” 등의 댓을 남기며 ‘영원한 속죄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위안부 강제동원 부정과 일본 기업 자산압류 결정 등을 언급하며 심지어 ‘단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산케이신문은 “‘영원한 속죄상’이 해외(일본) 정상을 모욕하는 듯한 형상으로 (한국) 국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한국 단체의) 항의 후 김 원장은 약 10분간 단체와 토론에 응했지만 논의는 평행선을 달렸다”고 보도했다.

한편 오는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에 이어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영원한 속죄상’ 논란에서 촉발된 반한 감정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자산 매각으로 이어지면서 한층 커진 모습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매각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한일간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입장이지만 강제징용을 둘러싼 한일간 의견차가 큰 탓에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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