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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기록 남기고, 법안으로 대응… 통합당의 '조용한 원내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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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정원장 청문 보고서에
'임명반대 이유' 3가지 명기하고
상임위에선 끝까지 남아 반대발언
한국일보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남북공동합의서 작성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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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청문보고서에 임명 반대 의견을 넣을 겁니다."

지난달 20일 하태경 의원을 비롯한 미래통합당 정보위원들은 박지원 당시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을 두고 이 같이 밝혔다. 이에 박 후보자의 청문보고서에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남북 경제협력합의서 30억불 서명 △학력 위조 등 세 가지 의혹이 명기됐다. 176석 의석수로 밀어붙이는 슈퍼 여당 앞에서 통합당이 쓸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응 카드를 찾기 힘든게 현실이다. 대신 통합당은 '기록'으로 맞서기로 했다. 당장 임명을 막을 수 있는 실력행사를 하진 못하지만 훗날 '무력한 모습'만으로 기억되지 않겠다는 의지에서다.

21대 국회 들어 수의 힘에서 밀리는 통합당은 '조용한 원내 투쟁'으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7월 임시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부동산 후속 법안 등을 강행했던 더불어민주당 앞에서 속수무책이었지만 국회 회의록으로 기록을 남기거나 반격 논리가 가능한 법안으로 대응하면서 나름의 '치열한' 투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던 회의장에서 조해진 통합당 의원은 같은당의 다른 기재위원들이 떠난 후에도 혼자 남았다. 민주당이 '부동산 세금 3법'을 기습상정하자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이후였다. 그는 마지막까지 "여기 앉아서 내용도 모르고, 심사도 안 하고, 고무도장 노릇하려고 국회의원 되셨습니까?"라며 절차의 부당함을 주장했고, 이 발언은 모두 회의 속기록에 남았다.

거대 여당의 정책에 반대 논리 법안으로 맞서는 움직임도 익숙해지고 있다. 박수영 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박원순ㆍ오거돈 방지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선출직 공무원의 중대한 과실로 실시되는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 원인을 제공한 정당은 후보자를 추천할 수 없도록 하는 민주당의 당헌당규를 법제화하는 내용이다. 통합당 의원 외에 권은희ㆍ이태규 국민의당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을 뺀 야당들이 함께 여당을 견제하는 모양새가 됐다.

한국일보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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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에서 야당으로 신분이 뒤바뀐 20대 국회에서 툭하면 '장외 투쟁' 카드를 꺼내 국민들로부터 '대책없는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얻었던 통합당의 변화에 일단 긍정적 반응이 감지된다.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설득력 있는 팩트와 국민 눈높이에 맞춘 연설로 호평을 받은 윤희숙 통합당 의원의 5분 자유 발언도 통합당의 변화하고 있는 대여투쟁의 한 단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윤 의원 사례를 거론하며 "바람직한 방향이다. 보수가 저런 식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것 자체가 한국사회가 한걸음 더 진보한 것"이라 평가했다. 3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지난달 27~31일 조사)에서도 서울 지역 통합당 지지율(35.6%)이 민주당 지지율(33.8%)을 역전하는 등 민심 추이도 미세하게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 참조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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