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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코로나 악재'에도 기업가치 2000억대로 뛴 여행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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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마이리얼트립 국내외 기관서 432억 투자유치...이동건 대표 "코로나로 변한 여행 트렌드에 선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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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사진제공=마이리얼트립



국내 여행업계가 코로나19(COVID-19) '직격탄'을 맞은 지 6개월이 지났다. 국내 주요 여행사의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패키지 송출객수가 전년 대비 99.9% 하락하면서 '여행업계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2012년 창업한 여행 플랫폼 기업 마이리얼트립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거래액 기준 △2017년 470억원 △2018년 1250억원 △2019년 3600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세 배씩 성장했지만 코로나19로 해외여행 수요가 사라지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이런 시기에도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은 최근 마이리얼트립에 432억원을 투자했다. 이번 투자유치로 마이리얼트립은 창업 8년차에 약 2000억원대 중반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특히 기존 주주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다섯 차례, 알토스벤처스와 IMM인베스트먼트는 각각 네 차례 연속 투자에 참여하며 신뢰를 이어갔다. 이들 기관투자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살아남은 여행업체에 여행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보고, 그 살아남는 업체로 마이리얼트립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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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으로 위기 돌파...실적 개선세 뚜렷"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지난해까지 마이리얼트립 전체 매출의 98%가 해외에서 나왔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월에는 타격이 컸다"며 "그러나 3월부터 국내여행, 특히 제주도에 집중하기 시작하며 지표들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 마이리얼트립의 일평균 예약건수는 1만건에 달했지만 지난 2월 말~3월 초에는 100건 이하로 '바닥'을 찍었다. 최근 예약건수는 일평균 2600건까지 올라오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월 거래액도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5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1월 거래액 520억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지만 해외여행이 여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매출로만 이룬 성과다. 국내여행 매출은 오히려 코로나19 발생 전에 비해 4배 넘게 성장했으며, 이중 약 80%가 제주도 여행상품에서 발생했다.

이 대표는 "연간 제주도를 찾는 국내 관광객 수는 1300만명으로 코로나19 이후에도 숫자가 별로 줄지 않았다"며 "제주도의 관광산업 규모는 조수입 기준 6조5000억원으로 한국 관광객이 유럽여행을 나가서 쓰는 비용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항공 여객 수요가 있는 유일한 국내 관광지라는 점에서도 제주도 집중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마이리얼트립이 주요 사업영역을 해외에서 제주도로 바꾸자 개발조직이 나서 보름 만에 2000여개의 국내 투어상품을 판매하는 사이트로 탈바꿈시켰다. 지난해 쿠팡에서 합류한 정재훈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이끄는 개발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다. 현재 마이리얼트립에는 디자이너·QA(품질보증)조직까지 합쳐 약 80명의 개발인력이 근무 중이다.

현지 여행사나 가이드가 직접 여행상품을 기획해 투어상품으로 판매하는 마이리얼트립 플랫폼 고유의 특성은 투자자와 소비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이다. 기존 여행업계에선 30~40명의 패키지 상품 설계를 주로 했기 때문에 평이한 기획이 주를 이뤘지만, 마이리얼트립에 올라오는 상품들은 현지인이 아니면 생각하기 힘든 기발한 상품들이 많다.

종달리 해변에서 우클렐레와 제주 방언이 가사인 노래를 함께 배운다거나, 해녀들이 직접 배우로 참여하는 연극을 보면서 현지 해산물을 한 끼 식사로 즐길 수 있는 상품 등이 대표적이다. 이용자가 마이리얼트립에 올라온 상품·코스 설계 등을 보고 투어 티켓을 사면 단기 가이드투어에 합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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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구좌읍에서 운영되는 마이리얼트립 투어 상품 '해녀 다이닝'/사진제공=마이리얼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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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여행 트렌드 선도"

마이리얼트립은 코로나19 위기에서도 다양한 여행수요를 충족시키며 트렌드를 앞서가는 국내여행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항공·숙박·투어와 액티비티 등의 상품군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국내여행 상품이 마이리얼트립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이달 14일에는 소규모·가족 여행객들의 수요를 겨냥해 팬션·민박 예약 서비스를 론칭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가면 여행 수요는 반드시 돌아온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코로나 이전에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우리끼리의 소규모 자유여행', '단기 여행이 아닌 장기체류'같은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었는데 이런 트렌드 변화 속도가 더 빨라졌다"며 "팬션·민박 예약을 시작하면 이러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시선은 이미 '포스트 코로나'를 향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수록 소비자들의 여행 욕구는 더욱 커질 것이고, 그 이후를 준비해야 '퀀텀점프'를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여행업계가 30년만에 맞는 위기라고 하는데, 사실 일어나고 있던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투자받은 자금은 어려운 시기를 버티기 위한 자금이 아니다"며 "이달부터 숫자 제한 없이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고 여행 관련 초기 기업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계현 기자 unm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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