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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대한민국에 떨어진 물폭탄

집중호우 사망자 13명 중 10명 흙더미 쏟아진 산사태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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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공장 3명·가평 펜션 3명

갑작스런 토사·옹벽 무너져 참변

전문가 “위험지역 안전 수시점검

취약지역 관리대상 확대 필요”

헤럴드경제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계속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한강이 온통 황토색으로 보이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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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과 중부지방에 나흘 내리 이어진 집중폭우로 4일 오전까지 발생한 13명의 사망자 중 10명이 산사태로 목숨을 잃었다. 산사태로 사망한 사람 대부분은 흘러내린 흙더미를 옹벽이 버티지 못해 변을 당했다. 산사태 위험이 있는 곳에 대한 안전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어 산기슭에 지어지는 건축물 허가에도 당국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된다.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집계(오전 6시 기준)에 따르면 지난 1~3일 폭우로 12명(서울 1명·경기 7명·충북 4명)이 사망했다. 실종자는 14명(경기 2명·충북 9명·충남 3명)이었다. 이재민은 629세대 1025명으로, 지난 3일보다 100여명이 늘었다. 지역별로는 충북이 555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391명 ▷강원 70명 ▷서울 9명이었다.

▶사망자 13명 중 10명이 산사태 숨져=특히 산사태로 인한 피해가 컸다. 사망자 12명 중 10명이 산사태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3일 경기 평택에서는 흙더미가 반도체장비 부품공장의 임시 건물을 덮쳐 작업장에 있던 차모(36) 씨 등 3명이 숨졌고 1명이 크게 다쳤다.

같은 날 경기 가평의 한 펜션 목조건물로 흙더미가 덮쳐 3명이 사망했다. 건물 뒤편 옹벽이 흘러내린 토사물을 버티지 못했다. 펜션 주인인 어머니(78)와 딸(37), 손자(3) 등 3대가 목숨을 잃었다. 토사에 묻힌 베트남인 직원은 아직 찾지 못했다.

지난 2일 경기 안성에서는 최모(59) 씨가 양계장 내 주거용 건물이 산사태로 무너져 내리면서 숨졌고, 충북 충주에서도 윤모(77·여) 씨가 토사가 집을 덮치면서 변을 당했다. 충북 제천에서는 캠핑하던 홍모(43) 씨가 산사태로 사망했다. 충남 아산에서는 77세 남성과 80세 남성이 집 마당에서 산사태로 떠밀려온 토사에 중심을 잃고 주변 하천에 빠져 실종됐다.

▶옹벽 무너져 참사…전문가 “안전 점검 강화해야”=각각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피해가 가장 컸던 경기도 가평 펜션과 평택 반도체공장 사고 모두 건물 뒤쪽에 있는 옹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일어났다.

허술한 옹벽이 참사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옹벽은 지방자치단체와 소방 당국의 안전 점검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가평소방서 관계자는 “옹벽 점검이나 건물 안전 점검은 소방 점검 대상이 아니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평군 관계자 역시 “토목·건축 관련해서 직접 점검할 사항이 아니기에 해당 펜션을 점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산사태 위험지역 건축물에 대한 안전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 중턱에 있는 건물의 경우 옹벽을 수시로 점검하고 개보수를 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위험 사각지대에 위치한 펜션 등 건물이 100만개 정도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며 “국가에서 급경사지 위험지역 4만곳과 산사태 취약지역 2만곳 합쳐서 6만곳만 관리하고 있다. 관리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당국의 무분별한 허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사태가 일어나면 만리장성 아니고서야 어떤 건물이라도 피해를 막을 수 없다”며 “산사태 지역을 개발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 교수 역시 “산기슭을 훼손하고 개간해 건물을 짓거나 건물 주위의 나무를 벌목하는 것도 산사태의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박병국·신주희·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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