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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가족·지인에게도 조롱 일삼아... 도 넘은 스포츠 '악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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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DM 이용하는 등 더 악랄해진 악플... 사회적 공론화 필요

최근 여자배구 선수 고유민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생전에 고인을 괴롭혔던 악성 댓글의 문제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고유민은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악플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와 고통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악플러들은 고유민의 경기력에 대한 비난은 물론이고, 외모품평이나 성희롱 등 인신공격성 조롱을 수시로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민은 여자배구 현대건설에서 임의탈퇴하며 선수생활을 정리한 지난 5월에도 악성 댓글이 계속되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팬도 아닌데 내게 어쭙잖은 충고 같은 글 보내지 말아 달라"면서 경고하기도 했다.

악플이 사회적인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연예계에서는 고 최진실-구하라-설리 등 수많은 연예인들이 악플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연예계나 정치계 못지않게 악플이 가장 만연한 스포츠계에서는 그동안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데 오히려 주저했던 측면이 있었다.

스포츠계는 직업적 특수성상 팬들을 항상 가까이서 마주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들은 영화-드라마-방송 등에서 시청률이나 관객 숫자로 평가를 받기는 하지만, 무대 공연을 하는 경우가 아니면 직접적으로 팬들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다.

하지만 프로스포츠 선수나 지도자는 매경기마다 '직관'을 하러오는 팬들을 마주해야하고, 매순간 승부의 세계에서 결과로 평가를 받는 것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야한다. 팬들의 응원 혹은 야유도 스포츠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여기는 문화 속에서 악플을 대놓고 문제삼기는 쉽지 않았다. 오히려 팬들을 무시한다는 등 비판적인 여론을 더 자극해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악플은 받아도 그저 묵묵히 참거나 아예 읽지 않는 것이 최선의 대처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무시만으로 넘기기에는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고유민처럼 연예인이 아닌 스포츠선수마저 악성 댓글의 영향으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내린 것은 초유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고유민 외에도 수많은 스포츠 선수나 지도자들이 지금 이순간도 무분별한 악플 테러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사건을 그저 우발적인 사례로 치부한다면 언제든 제2, 제3의 고유민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활발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존재했던 댓글 문화가 이제는 익명성을 악용한 언어 폭력과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그 취지가 변질되어버린 상황이다.

여자농구의 간판스타 박지수(KB)도 지난 1월 악성 댓글로 인한 스트레스로 "농구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며 자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남자프로농구 귀화선수 라건아(KCC)는 일부 한국인들로부터 인종차별적 메시지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축구 국가대표 이승우(신트트라위던)는 '돼지불백'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크게 유행하기도 했는데, 경기에 잘 못뛰고 부진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조만간 축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게 될 것이라는 조롱의 의미가 담긴 표현이다. 야구의 박병호(키움)은 오랫동안 그를 집요하게 '전담 비난'해왔던 악플러의 닉네임이 선수 이상으로 유명해질 정도에 이르렀다.

특히 국가대표 경기 후에는 악플이 더 폭주한다. 축구처럼 대중의 인기와 관심이 더 높은 대표팀의 경기에서는 이른바 전 국민이 감독행세를 하는 'FC코리아' 팬들이 극성을 부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최초의 원정 16강 신화를 이뤘던 허정무 전 감독은 작고한 부친까지 모욕하는 악플에 큰 충격을 받아 이후로 온라인에 등을 돌렸다.

축구 국가대표를 지냈던 구자철은 최근 개인 유튜브에서 "팬들은 대표 선수들이 백패스를 하거나 일대일을 못한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시도하려다가 실수가 나오면 더 크게 비난한다. 그러면 선수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고뇌를 솔직하게 밝히기도 했다.

심지어 최근 들어서는 악플을 아예 당사자에게 직접 배달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과거에는 포털에 올라오는 언론 기사에 달리는 댓글의 경우 굳이 찾지 않으면 안 볼 수도 있었다. 그런데 SNS 문화가 발달하면서 악플러들이 다이렉트 메시지(DM) 기능을 이용하여 스포츠 선수나 지도자의 개인 SNS에 직접적으로 악플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제는 선수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이나 지인들에까지 입에 담지 못할 저주와 조롱을 일삼는 경우도 빈번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명백히 선을 넘은 행위다.

야구선수 오지환 측은 최근 악플에 대한 강경대응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오지환은 2018 아시안게임 병역특례 공정성 논란 등으로 다수의 야구팬들에게 비난을 받아온 바 있다. 오지환의 아내인 김영은은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씩 오는 다이렉트 메시지와 계정 아이디까지 바꿔가며 악의적인 내용을 지속해서 보내는 이들'에게 오랫동안 시달려온 사실을 공개하며 고소와 선처없는 대응을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실명제 확대나 스포츠 기사 댓글 폐지까지 고려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유명 포털사이트 등은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사건으로 댓글 문화의 부정적인 기능에 우려가 높아지자 연예 분야 댓글 기능을 폐지했다. 그러나 스포츠나 일반 사회 분야의 댓글 기능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SNS에도 악플 차단 기능은 존재하지만, 계정 아이디를 여러 개 중복해서 만들 수 있는 등 구조적인 약점을 노리는 악플러들이 많아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경기력-프로의식-팬서비스 등에 대한 문제제기, 지도자의 전술이나 선수 혹사 논란, 병역특혜와 승부조작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반응까지 모조리 악플로 치부해버린다면 여론을 합리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창구가 사라진다. 달라진 온라인 문화에 걸맞은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부작용이 많다고 아예 모두 없애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이야기다. 이제는 그때의 여론에만 반짝 휩쓸린 땜질식 처방이 아닌, 충분한 공론화를 통한 인식 변화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준목 기자(seaof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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