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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재난지원금 효과 없다?...보수 경제지 비판에 대한 반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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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헌 부경대학교 교수]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재난지원금이 효과가 약하다는 보고를 담은 보고서(NABO 경제산업동향 이슈, 2020.7)를 출간하였다. 한국경제신문(2020.7.28)은 이를 인용하여 재난지원금 1이 투자되었을 때, 이 투입액 대비 부가가치 유발액(부가가치유발계수)을 따져서 0.5이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는 식의 사설을 게재했다. “결과적으로 재난지원금이 소비를 늘리는 등 제한적 역할은 했지만 매우 비효율적으로 쓰인 데다 지역 격차를 확대시키는 경향이 있고”라고 하여, 재난지원금이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난지원금이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부가가치유발계수의 수치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가기 : 한국경제신문 [사설] "효과 없다" 판명난 재난지원금, 또 주자는 말 왜 나오나)

재난지원금의 소득창출 및 소비 진작효과가 부가가치유발액으로 봐서 적은가? 부가가치유발액이란 한국은행에서 작성하는 산업연관표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어떤 산업의 최종 매출이 증가하였을 때, 그 매출을 충족시키기 위한 모든 제품들의 생산 그리고 그 생산을 위해서 필요한 (즉 유발되는) 중간생산물들의 생산을 모두 합한 금액이 총 생산유발액이다. 어떤 산업의 최종매출이 1일 때 유발되는 총 생산물액의 양을 생산유발계수라고 부른다. 그리고 최종 매출 제품들의 생산을 위해서 필요한 중간생산물들이 있다. 총 생산유발액에서 이들을 제외한 금액이 생산 중에 부가된 가치들로서 이들을 모든 기업들을 통틀어 합하여 세전 국민소득(여기에는 임금, 이윤, 감가상각, 세금이 포함되어 있다)이 구성된다(<그림 1>에서 국민소득 B). 그리고 어떤 산업의 매출 1단위 증가시 유발되는 부가가치의 양만을 잡아서 해당 산업의 부가가치유발계수라 부른다.

한국은행 발표 2018년의 산업연관표를 보면 모든 산업의 부가가치유발계수가 나와 있고 정부, 민간의 소비 및 투자, 그리고 수출 등의 최종수요의 그 값들도 나와 있다. 한경 기사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에서 (재난지원금을 위해서) 삭감 예산 규모를 차감한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으로, 총 투입액에 비해서는 0.50에 불과하다"라고 하여 효과가 매우 적은 것으로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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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정부 일반 지출과 재난지원금의 국민소득 창출효과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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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두 가지 뉘앙스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 값이 1보다 적어서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연관표상 모든 항목의 부가가치유발계수는 1보다 적다. 다음은 이 값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재난지원금은 민간의 소비성 지출 또는 정부의 소비성 지출로서 분류될 수 있다. 2018년의 산업연관표에서 민간의 소비성 지출의 부가가치유발계수는 0.831이며, 정부의 소비성 지출은 0.894로서 다른 항목들의 값들 곧 수출 0.643, 민간고정자본(투자) 형성의 0.816보다 오히려 크다.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재난지원금은 단순히 민간 혹은 정부의 소비성 지출과는 다른 측면도 있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민간 또는 소비지출은 다른 최종 지출 항목보다 더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크다. 그럼에도 이 수치가 극도로 적은 것으로 강조하고 있는 점은 문제이다.

이 사설이 인용하고 있는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에서도 긴급재난지원금이 모두 소비로 사용될 때(시나리오 1), 부가가치유발계수가 0.78, 다른 정부지출(4조 1000억원)을 전용하여 그 부분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삭감한(시나리오 2) 부가가치유발계수가 0.75, 추가적으로 다른 정부지출 삭감 효과 이외에 기존의 소비를 대체하는 효과를 감안하여, 평균소비성향만큼 즉 재난지원금의 81.3%만 소비한다고 적용한(시나리오 3) 부가가치유발계수는 0.65로 추정하고 있다. 사설이 인용하고 있는 0.5라는 수치는 찾을 수가 없다. 그리고 원 보고서에서도 왜 도출된 부가가치유발계수가 산업연관표의 정부나 민간소비지출의 부가가치유발계수보다 적은지 그 과정에 대한 설명이 없다. 산업연관표에서는 민간소비지출의 부가가치유발계수에 평균소비성향을 곱한 값인 0.68이 최소의 가장 근사한 수치이다. 그렇지만 뒤에서 언급하듯이 평균소비성향만큼 이번 재난지원금이 사용되었다고 보는 것도 문제가 있다.

재난지원금은 정부의 일반적인 지출보다 경기활성화에 더 효율적이다

재난지원금은 정부나 민간의 일반적인 소비성 지출과는 다르고 내수경기를 활성화시키는 소득 증가의 측면은 두 배 이상의 효과를 가진다. 왜냐하면, 재난지원금은 이들 지출과 다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림 1>에서 보이듯이 정부와 민간의 소비와 투자 지출은 무언가 구매하여 구매한 제품 생산을 위한 총생산 증가 곧 생산유발효과와 이 생산 유발을 뒤따라서 부가가치 유발 곧 소득 증가를 가져온다(<그림 1>에서 국민소득 B). 재난지원금은 일차적으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바로 증가시키고(<그림 1>에서 가계의 소득증가(A)), 이어서 이 가처분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 제품 구매에 따라, 두 번째 단계부터 일반 정부와 민간의 소비와 투자지출과 동일하게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효과를 발생시킨다(국민소득 B).

수치적으로 이야기하면 민간소비 1단위의 증가에 따라 부가가치가 0.65가 유발된다면 즉 국민소득이 0.65 증가한다면, 긴급재난지원금은 먼저 그 자체의 1의 국민소득(가계의 소득증가(A))을 발생시키고 이어서 민간소비증가에 따른 0.65의 추가적인 소득 증가 곧 국민 소득 B가 발생시킨다. 즉 재난지원금의 경우 1의 정부지출을 투입하면 소득증가는 1.65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경기사는 뒤의 0.65만 보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또 한경의 기사에서 지역격차를 확대시킨다는 내용은 먼저 1의 가처분소득이 발생하여 전국에 골고루 퍼진다는 것을 무시한 것이다. 재난지원금은 소득이 낮은 지역일수록 이 금액이 상대적으로 크기에 전국 소득균등화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급재난지원금과 같은 이전소득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퍼져있다. 재난지원금이 즉각적으로 가계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것과 동일하게, 다른 최종 수요 곧 민간 또는 정부의 소비나 투자 등이 무언가 구매하면서 기업의 소득(<그림 1>의 기업의 매출 증가(S))을 바로 증가시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공급능력을 중요시하는 공급 중시 경제학(supply side economics)에서는 이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매출은 소비와 내수경기활성화로 연결되는 가계의 가처분 소득(국민소득 B의 일부분)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재난지원금만이 가지는 국민소득 A는 차치하더라도). 이유는 기업의 소득이 가계의 가처분 소득과 소비로 연결되기에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저축성향이 굉장히 커지고 있다. 기업 소득 중 저축하는 부분이 증가하여 가계의 소비가 위축되고 이어서 경기가 나빠졌다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소득주도성장론으로 알려진 임금주도성장론의 등장의 배경이 되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나온 배경도 이것이다. 기업의 소득 중 임금으로 지불되는 부분은 나중에 가계의 소비 지출로 연결되겠지만 이 비중(노동소득분배율)은 2018년 한국은행기준 총요소소득 중 64%에 불과하다. 재난지원금이 100% 가계의 가처분 소득으로 연결된다는 것과 비교된다. 이 비중은 <그림 2>에서 보듯이 90년대 중반 정점에서 점점 떨어지다가 최근 조금 상승하였다. 그리고 기업의 임금 지불부분이 가계의 소비지출로 이어지기에는 재난지원금과 달리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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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1970년 이후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 변화 (자료 : 한국은행)



특히 코로나 사태와 같은 경제 불황기에 경기활성화 수단으로 증가된 정부 지출에서 나오는 기업의 매출 증가 금액은 어떻게 사용될까? 일부분은 고용을 증가시켜 - 사실 이것은 불황기에 굉장히 어렵다 - 가계의 가처분 소득 증가로 갈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는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여 기업의 사내 유보금으로 적립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그림 1>에서 국민소득 B의 일부분인 기업이윤의 사내 유보). 재난지원금이 다른 정부지출을 대체하여 효과가 떨어진다는 주장은 이러한 측면을 무시한 것이다. 내수활성화와 경기진작의 측면을 효율성이라고 부르면 재난지원금은 다른 어떤 정책수단보다 효율적이다.

한경 사설의 "지출 예산을 줄이고 나랏빚을 내서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은 '아랫돌 빼 윗돌 괴기'가 될 수밖에 없다. 받을 때는 '공돈'같지만 모두 언젠가는 국민이 부담해야 할 돈이다"는 삼중으로 반박된다. 다른 지출예산을 줄여서 더 효율적인 지출인 재난지원금으로 사용하는 것이 맞다. 아랫돌 빼 윗돌 괴기는 아니다. 세금이나 국채를 재원으로 하는 모든 정부지출은 그러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경기활성화, 소득재분배 등의 이유로 정부 지출은 필요하다. 그리고 국채가 문제가 된다면, 국채를 발행하여 정부지출을 단행하는 것은 재난지원금만 그런 것은 아니다. 굳이 국채로서 정부지출을 늘여야 한다면 이왕이면 더 효과적인 재난지원금 지출이 낫다.

재난지원금은 기존의 소비를 대체하는가? 기본소득과의 관계는?

재난지원금이 다 소비되지 않거나 기존소비를 대체하여 평균소비성향만큼만 사용된다고 보아서 효과가 적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 3이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담겨있다. 그러나 재난지원금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 보고서에서도 인정하듯이 재난지원금은 8월말까지 사용기간이 정해져 있고 중간층 이상은 지원금을 가구, 노트북 등 고가 내구재 구입에 사용하거나 진료비로 사용하여, 실제 기존 소비를 대체하는 효과는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경기도에서 카드사용 재난지원금의 효과에 대하여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그림 3>과 같이 경기진작효과가 기대 이상이다. 이러한 결과는 코로나와 같은 극심한 경기불황기에 기존소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재난지원금과 같은 이전소득의 증가는 즉각 실제 가계의 소비로 이어져 지출 금액 이상의 경기 활성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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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코로나 발생 이후 자영업자 매출액 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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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재난지원금을 가지고 기본소득을 비판하는 근거로 삼는다면 문제가 있다. 기본소득은 소득재분배를 통하여 소비를 진작시키는 측면이 있다. 대부분의 재원조달 시나리오에 따르면 상위의 고소득자 30% 정도가 재원의 순부담자가 되고, 하위의 70%는 순수익자가 되어 소득재분배효과를 가져온다. 하위 소득자가 더 많은 소비를 하는 경향을 가져서 기본소득은 소비 그리고 경기 활성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재난지원금도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겠지만 기본소득과는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그 재원을 상위의 고소득자가 대부분 부담하였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난지원금과 같은 이전소득에 대해서 한경의 “일회성으로 뿌리는 돈은 마약과도 같다”는 식으로 보는 견해에는 기업을 지원하여 공급측면을 보강해야 한다는 공급 중시 경제학의 도그마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지출로서 기업을 지원하여 투자 증가, 자본스톡 증가로 경제가 회복된다는 수세기에 걸친 레토릭의 반복이다. 이 도그마에는 소비가 증가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자본스톡을 증가시키기 위해 투자를 하겠는가라는 반문으로 이상의 반비판을 마친다.

[정재헌 부경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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