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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안보에 피 냄새 마다 않는다…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기관 '모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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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키로

국내 정보 수집 중단, 해외·북한만 전담

대외정보기관 대명사 이스라엘 모사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보기관’ 명성

적성국 핵·미사일 대량살상무기 응징

70년간 국장 12명…평균 5년6개월 재임

정치 무풍지대, 명예 존중, 국민 지지

정권 바뀌어도 모사드 국장 계속 근무

군 장성 출신 넷, 나머지 현장요원 출신

적진침투 엘리트 특수부대 출신도 4명

정보역량은 국가·국민 지키는 지략

국가정보원을 대외안보정보원(가칭)으로 개편해 해외·북한의 안보정보 수집과 첨단기술 보안에 주력하게 한다는 고위 당·정·청 협의회의 발표가 지난 7월 30일 나왔다. 정치에 휘둘리지 않도록 국내 정보 수집을 중단하고 대외 정보활동에 주력하는 데 초점을 맞춘 개편이다. 이 개편안이 법률 개정 등으로 확정되면 한국에서 처음으로 대외 업무만 담당하는 정보기관이 탄생하게 된다. 대외안보정보원은 어떤 성격과 모습이어야 할까.

중앙일보

모사드 로고. 모사드는 '정보 및 특수작전 연구소'라는 뜻의 헤브루어 명칭의 약자다. 이름은 연구소지만 연구보다 실천이 우선인 조직이다. "지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여도 지략이 많으면 평안울 누리느니라"라는 구약성서 잠언 11장 14절을 실천하는 조직이다. 정보기관의 성과는 국가안보로 평가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실증한 조직이기도 하다.[모사드 홈페이지]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보기관’



이런 상황에서 외국에선 대외 담당 정보기관을 어떻게 운영하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대외 정보기관으로는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러시아의 해외정보국(SVR), 영국의 비밀정보부(MI6)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외안보정보원과 지향점이 사뭇 다르다. 기능과 목적, 역사적인 맥락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정보기관은 지역별·국가별·상황별·목적별로 서로 달리 운영될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

모사드의 '전설의 스파이' 엘리 코헨. 전쟁 하나를 승리로 이끌 정도로 유용한 정보를 수집해 모사드에 전달했다. 그는 1965년 발각돼 처형됐지만 1967년 6일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은 그의 정보를 바탕으로 난공불락이던 시리아 골란고원을 10시간 만에 점령했다. 조종사들은 코헨의 정보에 따라 시리아 레이더망을 우회해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해외 정보 작전의 개가다. [중앙포토]


이런 맥락에서 이스라엘의 해외정보기관인 모사드는 대외안보정보국이 벤치마킹할 주요 대상으로 보인다.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강력한 정보역량을 확보하면서 국가안보를 위해 혁혁한 성과를 거둔 대외정보기관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안보환경 속에서 당당하게 생존해온 성과가 모사드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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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6일전쟁에서 승리한 이츠하크 라빈, 모셰 다얀, 우지 나르키스 등 군 지휘부가 예루살렘에 입성하고 있다. 당시 모사드는 치밀한 정보수집으로 시리아 등 적 내부를 훤히 파악하고 전쟁에 임할 수 있었다.[중앙포토]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보기관’으로 알려질 정도로 모사드는 뛰어난 해외정보기관이다. 그런 모사드의 철학은 무엇이고 어떤 인물이 국장을 맡아 어떻게 조직을 운영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앞으로 한국이 대외담당 정보기관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정보역량을 강화하는 데 요긴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정보기관 국장의 자격·업무·자세를 살펴보기엔 모사드만한 조직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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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이스라엘 독립전쟁 당시 남부 에일라트를 점령해 국기를 게양하고 있는 이스라엘 민병대. 이 전쟁 직전 아랍국가들의 공격 계획을 사전에 입수해 미리 대비할 수 있게 했던 정보 요원들이 건국 뒤 해외정보기관인 모사드를 세웠다. 모사드는 이렇게 이스라엘의 중추가 됐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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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정치와 분리된 모사드 정보활동



모사드가 어떤 기관인지부터 알아보자. 모사드는 1949년 공식 창설된(실제 활동은 47년부터) 이스라엘 ‘해외정보기관’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정보수집과 역정보, 암살·납치 등 공작을 담당한다. 모사드는 해외만 담당하고 국내 정보는 신베트가, 군은 아만이라는 조직이 나눠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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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초대 총리인 다비드 벤구리온의 흉상. 정보의 중요성을 인식해 모사드를 비롯한 정보기관을 세워 정보 역량을 강화하고 국가 안보를 튼튼하게 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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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사드는 사실 ‘정보 및 특수작전 연구소’라는 뜻의 히브리어 약자다. 누구나 아는 해외정보기관을 ‘연구소’로 굳이 위장하려는 모양새부터 철두철미 보안을 앞세우는 정보기관의 특성을 반영한다. 중요한 것은 ‘특수작전’이라는 단어다. 이는 암살·납치·파괴 등 비합법적인 ‘공작’을 뜻한다. 이름대로 모사드는 이스라엘의 해외정보공작국이다. 국민안전과 국가안보를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정보와 공작의 양날의 칼을 들고 있다. 이 둘은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보를 위해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다. 모사드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기관’으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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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모사드 국장 오이벤 쉴로아(1949~53년 재임). 모사드가 창립도 되기 전에 아랍의 이스라엘 공격 정보를 입수해 다비드 벤구리온 총리에 제출함으로써 정보기관 설립의 필요성을 인식시켰다. [출처=모사드 홈페이지]






모사드 국장, 평균 5년 6개월 장기 재임



눈여겨볼 점은 모사드가 71년 역사에서 국장이 12명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평균 5년 6개월을 재임했다.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임무를 수행하고 국장 임기도 지속했다. 서로 다른 정당 소속의 총리 3명을 연이어 모신 국장도 있다. 해외 정보 활동이 정권이나 정치와 분리됐음을 의미한다. 국가의 사활이 걸린 정보수집·정세판단 임무를 수행하며 국민안전과 국가안보를 지키고 정보기관의 존재 가치를 확인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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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 모사드 국장 이세르 하렐(1953~63년 재임). 홀로코스트를 기획한 나치 인사 아돌프 아이히만을 1960년 아르헨티나에서 찾아 압송해 재판정에 세웠다. 이로써 모사드의 집념과 능력은 전 세계에 알려졌다. [출처=모사드 홈페이지]


이 때문에 선출된 권력인 총리나 의회조차 모사드를 비롯한 정보기관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풍토가 형성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선거와 선거 사이의 한정된 기간 권력을 위임받은 정권보다 국가와 운명을 함께하는 정보기관을 국민이 더 믿고 지지하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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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사드는 아르헨티나에서 신분을 감추고 숨어살던 나치 '홀로코스트 기획자' 아돌프 아이히만을 1960년 찾아내 이스라엘로 압송했다. 사진은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아이히만.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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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모사드는 피 냄새를 마다치 않고 벌이는 은밀하고 살벌한 정보수집과 공작에 목숨 걸고 몸을 던져왔다. 국민과 국가의 안위를 위해 묵묵히 할 일을 수행할 뿐 그 공적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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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모사드 국장 메이르 아미트(1963~68년 재임). 모사드의 '전설적 스파이' 엘리 코헨을 시리아 고위층 깊숙이 침투시켜 '6일전쟁' 당시 생생한 정보를 빼내 적을 유린하는 데 기여했다. [출처=모사드 홈페이지]






살벌한 정보수집·공작 동시 진행



해외정보기관인 모사드는 공식적으로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 임무를 수행한다. 첫째, 해외에서의 비밀 정보수집이다. 정보 수집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둘째, 적성국의 무기 개발과 조달의 방지다.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란 과학자를 수도 테헤란에서 오토바이 폭탄으로 살해했을 뿐 아니라 아랍 적성국을 위해 무기를 만드는 서구인까지 파리 등에서 살해해 악명을 떨쳤다. (공식적으로는 모두 추정이다) 이 때문에 모사드가 ‘이스라엘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무기 개발자는 살려두지 않는다’ ‘유대인을 해친 자는 반드시 보복한다’는 설이 돌기도 했지만 확인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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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모사드 국장. 즈비 자미르(1968~73 재임). 1948년 아랍-이스라엘 전쟁에 참전했으며 재임 중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검은 구월단’의 ‘뮌헨 학살’을 보복한 ‘신의 분노’ 작전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모사드 홈페이지]


셋째, 해외 이스라엘인에 대한 테러 예방이다. 1972년 뮌헨 여름 올림픽 당시 이스라엘 선수들이 팔레스타인 검은구월단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됐다가 전원 살해된 사건은 국가적인 트라우마가 됐다. 이스라엘은 인질극을 기획한 팔레스타인의 검은구월단 간부들을 찾아서 보복 살해한 ‘신의 분노’작전을 펼쳤으며, 해외 이스라엘인을 테러로부터 보호할 철저한 보안·정보 시스템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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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모사드 국장 이차크 호피(1973~82년 재임). 1948년 아랍-이스라엘 전쟁에 참전했으며 1973년 욤키푸르 전쟁 당시 북부군 사령관을 지냈다. 팔레스타인이 납치해 우간다로 끌고 간 여객기 승객을 구출하는 ‘엔테베 작전’을 주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라크 핵시설 폭격 ‘오페라 작전’을 주도한 것으로도 짐작된다. 뮌헨올림픽 당시 이스라엘 선수 학살을 기획한 검은9월단의 '황태자'로 불린 살라메의 암살에 개입 또는 주도한 것으로도 추정된다. [출처=모사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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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특수외교 및 여타 비밀 관계의 발전과 유지다. 이스라엘은 아랍에미리트(UAE)·오만 등 비교적 적대감이 적은 나라와 공식·비공식 협력관계를 맺으려고 애쓰고 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2018년 10월 국교가 없는 이슬람국가인 오만을 방문해 술탄(이슬람군주)인 카부스 빈 사이드 알사이드(1940~2020년 1월)를 만나 회담했다. 네타냐후는 모사드 국장과 국가안보보좌관을 동행했다. 같은 시기 미리 레게브 이스라엘 문화체육부 장관이 국제유도대회 참석을 위해 국교가 없는 UAE의 아부다비를 방문해 현지 관계자를 만났다. 아랍권에서 수교국이 이집트와 요르단밖에 없는 이스라엘로선 중요한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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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모사드 국장 나훔 아드모니(1982~89년). 1948년 아랍-이스라엘 전쟁에 참전했으며 군정보기관에서 근무하다 모사드 부국장을 거쳐 국장이 됐다. 재임 중 이스라엘이 미국 상대로 첩보활동 벌인 ‘조내선 폴라드 사건’이 터지고 ‘이스라엘 핵개발 프로그램’이 내부 고발자에 의해 폭로되는 등 ‘고난의 시절’ 묵묵히 이겨냈다. 모사드에도 고난의 계절은 있었다. [출처=모사드 홈페이지]


다섯째, 유대인의 해외이민을 공식 허용하지 않는 나라로부터 유대인을 탈출시켜 이스라엘로 데려오는 임무다. 알제리·모로코·튀니지·리비아·이라크·예멘·이란·시리아·레바논 등 이스라엘과 국교가 없는 중동·이슬람 국가에서 알리야(유대인의 고국 귀환)를 원하는 유대인을 수십만 명이나 귀환시키는 데 모사드의 역할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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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모사드 국장 샤브타이 샤비트(1989~96년 재임) 이스라엘판 델타포스인 특수부대 ‘사예렛 메트칼’ 출신이다. 남부군 사령관을 지낸 장성 출신이다. 재임 기간 은밀하게 작전을 수행해 업적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있다. 1995년 11월 평화주의자 이차크 라빈 총리가 극우 청년에게 암살되는 사건(모사드 담당은 아님) 등을 겪으며 힘든 시절을 보냈다. [출처=모사드 홈페이지]






안보 위협 핵·미사일은 가차 없이 응징



여섯째, 전략·정치·작전 정보의 생산이다. 미국 등 동맹국의 선거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판세를 조기에 파악해 조치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는 국가 전략에서 지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의외의 승리를 거두자 즉시 뉴욕으로 날아가 트럼프의 본거지인 트럼프 타워에서 그를 만났다. 모사드와 외교라인의 사전 정보와 정세 판단, 정지 작업이 없었다면 이렇게 신속하게 움직일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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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대 모사드 국장 다니 야톰(1996~98년 재임). 특수부대 사예렛 메트칼 부사령관 출신이다. 중부군 사령관을 지낸 장성 출신이기도 하다. 은밀하게 작전 수행해 업적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모사드 국장 퇴진 뒤 에후드 바라크 총리의 비서실장, 안보보좌관, 노동당 국회의원을 지내면서도 정보기관의 내부 일에 대해 입이 무겁기는 마찬가지였다. [출처=모사드 홈페이지]


일곱째, 해외에서 특수작전 수립과 실행이다. 이스라엘은 1981년 적성국 이라크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당시 건설 중이던 오시리크 핵 시설의 정보를 파악한 뒤 공군 폭격으로 제거한 '오페라 작전'을 펼쳤다. 핵 시설의 위치와 구조 정보를 정확하게 입수해 군에 전달한 주인공은 모사드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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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대 모사드 국장 에프라임 할레비(1998~2002년 재임) 변호사와 잡지 편집장으로 일하다 모사드에 들어가 현장요원으로 28년간 근무했다. 이스라엘-요르단 평화협정을 주도한 것으로 추정되며 팔레스타인 강경파 하마스 지도자 암살작전도 주도한 것으로 짐작된다. 납치요원의 구출작전을 성공시킨 것으로 알려졌다.[출처=모사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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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사드는 아랍 적성 국가들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 혈안이다. 특히 이들 국가가 북한과 교류하면서 무기개발 정보와 물자, 인력을 확보하는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 이를 막기 위한 공작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군사정보를 수집해 군에 전달하는 작업도 모사드의 주요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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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욤 키푸르 전쟁 당시 아랍권에 밀리자 골란고원 전선에 나와 모세 다얀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을 독려하는 골다 메이어 이스라엘 총리. 재임 중 1972년 뮌헨 학살 사건이 발생하자 보복인 '신의 분노' 작전을 모사드에 지시했다. 그는 끝까지 모사드를 믿고 작전을 맡겼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외교 문제에 의연하게 대처했다.[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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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건국(1948년) 이듬해에 창설된 모사드의 이름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것은 아르헨티나에 숨어 지내던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등 학살) 책임자 아돌프 아이히만을 1960년 체포해 예루살렘으로 압송한 작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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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모사드 국장 메이어 다간(2002~2011년). 홀로코스트 희생자 가족이다. 특수부대 사예렛 메트칼을 거쳐 공수부대에서 근무했다. 1967년 ‘6일전쟁’에 참전했다. 1971년 수류탄 든 팔레스타인 테러범을 제압해 용맹메달을 받았다. 1973년 ‘욤 키푸르 전쟁’, 1982년 ‘레바논 전쟁’에 참전했다. 32년간 군복무 뒤 소장으로 전역해 모사드에 들어갔다. 재임 중 외국인 테러리스트를 적발해 사전에 사살함으로써 민간인 상대 테러 4건을 예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세한 내용은 비밀이다. 정보기관의 활동과 내부에서 있었던 일은 적에게 알려지면 알려질 수록 국가안보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조직, 정보, 작전에서 대대적인 자체 혁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상세한 내용은 비밀이다. [출처=모사드 홈페이지]





국장 넷은 장성, 나머지 현장 요원 출신



주목할 점은 모사드의 역대 수장 12명 중 4명이 군사 정보와 야전을 경험한 군 장성 출신이고 나머지는 모두 현장 요원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행정이나 정무직 그공직자, 특정정당의 지지자·조력자 출신으로 총리나 정치권의 눈에 들어 수장을 맡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역대 수장 중 4명이 이스라엘군의 엘리트 특수부대인 ‘사예렛 메트칼’ 출신이라는 점도 눈에 띤다. 이 부대는 목숨을 내놓고 적진에 은밀하게 침투해 수색정찰·인질구출·요인암살 등 이른바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을 수행한다. 작전 내용에 대해선 영원히 입을 닫는 전통이 모사드와 일맥상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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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엔테베 작전을 벌인 뒤의 우간다 엔테베 공항 모습. 우간다 공군 소속 소련제 미그기가 남김 없이 파괴됐다. 모사드는 미리 공항 지도와 구출 수송기를 해칠 수 있는 전투기 상황을 파악했을 뿐 아니라 항로에 있는 여러 국가와의 협상도 맡았다. [중앙포토]


모사드는 군과 긴밀하게 협조해 정보 수집과 판단의 시너지를 높이고 군의 문화를 정보와 공작의 자양분으로 삼으며 발전한 셈이다. 안보 분야 정보가 시급한 이스라엘의 환경에 걸맞은 진화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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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대 모사드 국장 타미르 파르도(2011-2016년 재임). 특수부대 사예렛 메트칼을 거쳐 공군 대테러부대인 ‘샬다그’에서 근무했다. ‘엔테베 작전’에 참가했다. 전역 뒤 모사드에 들어가 작전 담당 ‘케셰트’ 부서장을 지냈다. 첨단 전자정보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사드 부국장 경쟁에서 탈락해 군 정보 고문으로 옮겼다. 곧 모사드로 복귀해 부국장을 지내다 국장에 선임됐다. 재임 중 2011년 적국인 이란의 수도 테헤란 한복판에서 벌어진 대담한 핵 기술자 암살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모사드 홈페이지]






서방 접근불가 이란·시리아 정보도 척척



모사드는 물불 안 가리는 요원들 덕분 서방의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평가 받는 이란·시리아 등에 침투해 정보 확보는 물론 파괴 공작까지 벌이고 있다. 이러한 모사드의 해외 정보·공작 역량은 미국은 물론 러시아도 이스라엘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

모사드의 모든 작전은 철저히 비밀이다. 국장을 포함한 어떤 조직원도 조직원이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등으로 자신의 위치나 행적을 개인적으로 노출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모든 작전이나 요원의 행동·행적은 철저하게 비밀이다. 관련 사건이 노출돼도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무는 게 원칙이다. 아무리 혁혁한 전과도 자랑하지 않으며 참담한 실수나 실패도 시인하지 않는다. 정부나 국회에서 공식 문책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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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대 모사드 국장 요시 코헨(2016년~현재). 건국 전 시오니스트 민병대인 이르군 요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30년간 모사드에 근무하며 해외 정보수집에 주력했다. 히브리어는 물론 영어, 프랑스어, 아랍어에 능통하다. 모사드 재임 중 총리 안보보좌관으로 잠깐 옮겼다가 국장으로 복귀했다. 옷을 잘 입어 별명이 ‘모델’이다. 하지만 모사드 요원을 외모로만 평가할 순 없다. 그는 유능한 현장요원이자 엄격한 보스로 알려졌다. 어떤 일을 어떻게 했기에 이런 평가를 얻었는지는 비밀이다. [출처=모사드 홈페이지]






역량 강화, 정보기관 명예존중, 국민지지



요원의 숫자도 베일에 싸여 1200~7000명으로 추정될 뿐이다. 추정 범위가 이 정도라면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이야기나 진배없다. 예산은 연간 23억 달러 정도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또한 안개 속이다. 안보 관련 작전을 주로 수행하며 적성국의 무기 개발자와 이스라엘인 학살자가 우선 제거 대상이라는 점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이처럼 정보기관에서 투명성은 적과의 내통이나 다름없으며 철저한 보안은 그야말로 생명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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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9월단의 뮌헨 학살을 기획한 알리 하산 살라메. 1979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자동차 폭탄이 터지면서 숨졌다. 모사드가 아니면 누가 이런 작전을 펼쳤을까. [중앙포토]


모사드가 정치권에 당당한 건 자체 의지·역량과 함께 정치인의 정보기관 명예 존중, 국민의 애정과 지지 덕분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모사드는 ‘신의 분노도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으로 통할 수밖에 없다. 오로지 국민 안전과 국가 안보 위기만 우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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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에서 적의 신호 감청과 사이버 대응을 담당하는 8200 부대의 모습. 모사드는 이러한 군 정보조직과의 협력으로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스라엘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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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사드는 ‘지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여도 지략이 많으면 평안을 누리느니라’라는 구약 잠언 11장 14절을 모토로 삼는다. 정보 역량 강화는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는 지략의 핵심이라는 철학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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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청사 본관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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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위상 걸맞은 해외정보기관 키워야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해외정보기관을 발족하고 운영하려면 이런 정보 철학과 함께 정보 역량 강화, 그리고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해외 담당이든 국내 담당이든 정보기관은 정권이나 정치의 하수인이나 전리품이 아니다. 정권을 넘어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국가기관이다. 확실한 국민 안전과 튼튼한 국가 안보를 원한다면 정부와 정치권은 정보기관을 존중하고 제대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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