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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토사가 삼킨 가평펜션…모녀·두살배기 손자 3代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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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부지방 물폭탄 ◆

경기·강원·충청 등 중부지방이 계속되는 물폭탄에 쑥대밭이 됐다. 하천 물이 급격히 불어나고 토사가 유실되면서 매몰 사망사고가 속출하는 등 곳곳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도로가 침수되고 주택 가스 공급까지 중단되는 등 도시 기능도 마비됐다. 여기에 4일까지 강원 일부 지역에서 300㎜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되면서 산사태 등 대형 피해도 우려된다. 가뜩이나 많은 양의 비를 머금은 상태에서 폭우가 계속될 경우 토사가 순식간에 쏟아져내릴 수 있어서다.

도심 주변에서 산사태가 발생할 경우 인명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자체별로 산사태 취약지구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강원도에만 산사태 취약지구가 2667곳에 달한다. 이미 강원도는 산사태 위기 경보를 '경계'로 상향 발령한 상태다. 경기도 역시 이날 용인과 화성 등 16개 시·군 산사태 취약 지역에 주민 대피명령을 권고했다.

◆ 집중호우로 사망 12명, 실종 13명

집중호우가 이어진 3일 경기 평택에서 토사가 공장을 덮쳐 근로자 3명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의 한 반도체 장비 부품 제조 공장에 토사가 들이닥쳐 근로자 4명이 매몰됐다. 이 사고로 3명이 의식불명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나머지 1명은 다발성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사고는 밤사이 내린 비로 지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시간당 35.5㎜에 달하는 폭우에 토사와 함께 옹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발생했다. 토사가 공장 우측에 천막으로 된 가건물 벽면으로 흘러내리자 무게를 견디지 못한 벽면이 붕괴해 바로 옆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을 그대로 덮쳤다. 사고 당시 현장엔 6명이 작업 중이었으며 사상자 4명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가평읍 산유리에서도 토사가 펜션을 덮쳐 업주(65·여)와 딸(36), 손자(2) 등 일가족 3명이 숨졌다. 소방당국은 사고 직후부터 굴착기를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여 오후 늦게 시신을 수습했다. 당국은 이들과 함께 베트남 출신 40대 펜션 직원도 매몰된 것으로 보고 수색작업을 이어가다가 오후 8시께 중단했다. 4일 오전 수색을 재개할 예정인 가운데 사고 현장에 이 직원의 차량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이미 다른 곳으로 대피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소재를 파악 중이다.

경기 포천 관인면의 한 낚시터에선 50대 관리인이 보트를 타고 나갔다가 실종돼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관리인은 저수지 물이 급격히 불어나자 수문 배수 상태를 확인하러 나갔다가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이날 새벽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한 캠핑장에서 야영객 123명이 하천 범람으로 발이 묶였다가 약 2시간 만에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되는 등 고립사고도 잇따랐다. 충남 아산에서도 3명이 실종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30분 기준 사망자는 12명, 부상자는 7명, 실종자는 13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곳곳에서 사고가 잇따라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 제방 유실로 주민들 잇따라 대피

많은 비로 하천 제방이 유실되거나 수위가 범람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주민들이 잇따라 대피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경기 가평읍 달전천 유량이 늘어나면서 제방 4~5m가 유실돼 일대 농경지 대부분이 침수되고, 일대 가스와 상수도 공급이 중단됐다. 또 경기 안성시 보개면 북좌소류지 제방이 터져 주민들이 대피했다. 경기 연천 차탄천도 범람이 우려되자 일대 주민들이 마을회관과 연천초등학교 등지로 피신했다. 강원 화천군 상서면 산양리 주민 16명도 침수가 우려돼 인근 마을회관으로 몸을 피했고, 철원 와수천과 사곡천 인근 마을 주민 23명도 범람이 우려돼 안전지대로 대피했다.

충남 아산시 인주면 밀두천이 흐르는 밀두 1·2리 주민들도 인주중학교 등 고지대로 몸을 피했다. 세종시 소정면 맹곡천도 범람 위기에 놓여 인근 소정면 대곡리 주민들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맹곡천 인근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한 시민은 "이번주 휴가여서 밖에 나와 있는데 하천이 넘칠까 조마조마하다"며 "가봐야 하나 걱정만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하천도 수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주민 대피령이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이날 한강홍수통제소는 경기 남양주 왕숙천과 경기 포천 영평교 일대 등에 내려진 홍수주의보를 홍수경보로 상향했다.

◆ 도로 곳곳 침수…긴급 복구 중

도심 곳곳은 물바다로 변했다. 특히 충남 천안은 시내가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집중됐다. 천안 서북구 도로 곳곳이 거대한 물길로 변하면서 도로 위 차량들이 줄줄이 침수 피해를 봤다. 동남구 남산전통중앙시장도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상인들이 급하게 판매 물품들을 치웠다. KTX 천안아산역과 신방동 주민센터, 성환읍 복모리 하수처리장 등지 지하차도에서는 차량 10여 대가 침수됐다. 쌍용역 주변 도로와 구성동 일대 등도 물바다로 변해 차량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충남 당진 수청동 당진터미널 앞 도로도 침수돼 차량이 물에 잠겼고 신평면 신평중학교 인근 거산3거리 역시 물에 잠겨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경기 화성에서는 구문천리 상신2지하차도와 반정동 반정지하차도, 진안동 효원지하차도 역시 통제됐다.

[조한필 기자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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