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유례없는 외풍에…'식물' 된 총장과 '동물' 된 검찰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검찰 권위 추락 어디까지

법무장관·여권 흔들기에 尹 무력… 부장 건너뛰고 과장에 직접 지시도

尹총장, 수사지휘 배제 이후 잠행… 3일 신임검사 신고식 참석 주목

세계일보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검찰 모습을 지켜보는 법조계 인사들은 착잡함을 감추지 못한다. 검사들끼리 편을 갈라 삿대질을 하고 사생결단식으로 싸우는 양상이다.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검사 간 몸싸움 압수수색’까지 벌어졌다. 몸싸움이 난무한 대한민국 국회를 ‘동물 국회’로 불렀던 것에 빗대 대한민국 검찰이 ‘동물 검찰’로 전락했다는 한탄이 나온다. 검찰총장은 손발이 묶인 채 ‘식물 총장’ 역할에 그치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그동안 잠행을 이어온 윤석열(사진) 검찰총장이 3일 오후 4시30분 대검에서 열릴 신임검사 신고식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그가 최근 일련의 검찰 사태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할지 검찰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 총장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자신과 함께 적폐청산 수사의 선봉에 섰던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을 향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의 수사에 착잡한 심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형사1부의 검언유착 수사에 관여하지 말라는 지휘를 받은 이후 일절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검찰 내부 갈등은 검언유착 수사 과정에서 곪아 터진 모양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 검사장과 유착해 여권 인사의 비위 제보를 얻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갈라졌다. 한 검사장의 혐의 성립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추 장관이 나서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면서까지 수사팀을 전방위로 지원했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수사는 진행됐다. 결국 지난달 29일 한 검사장 휴대전화 압수수색 과정에서 사상 초유의 검사장 폭행 시비로 번졌다.

앞서 법무부와 검찰이 청와대 하명수사 관련 공소장 비공개와 기소·수사분리, 신천지 압수수색,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위증 강요 등을 놓고 건건이 부딪쳤다. 지난 1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기소를 놓고선 대검 간부끼리 충돌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현 정권이 불편해할 사안을 두고 끊임없이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세계일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연합뉴스


검찰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검찰 고위급 인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법무부는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내기 위해 ‘검찰인사위원회’를 지난달 30일 열기로 했다가 하루 전에 갑자기 취소했다.

추 장관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지휘 중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서울고검장으로 발령낼지가 관심사다. 최근 검찰·법무개혁추진위원회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제한하고 고검장들에게 분산시켜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놓은 만큼 추 장관의 의중이 어떻게든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한동훈 검사장. 연합뉴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총장이 법무장관과 여당의 흔들기에 검찰에서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고 지적한다. 윤 총장은 최근 대검 부장들을 건너뛴 채 일부 과장에게 직접 지시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고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법무부와 소통되지 않은 채로 운영되고 있다”며 “검찰총장을 향한 외부 압력이 행사되면서 대검 시스템이 망가졌고 검사들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양창수 심의위원장이 회의 참석 전 취재진을 향해 손으로 V를 그렸고 심의위원들에게 이를 자랑스럽게 얘기했다”고 전하고 “외부에서 얼마나 검찰을 가볍게 보는지 알 수 있는 행동”이라고 한탄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이번주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된 이 전 기자를 기소할 예정이다. 구속기간이 5일 끝나 기소가 불가피하다. 이 전 기자와 유착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 검사장의 신병처리는 숙고를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형사1부는 공모를 증명할 ‘스모킹 건’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몸싸움 압수수색에 변호인 입회 거부, 불법 감청 등 각종 논란을 일으킨 수사팀이 명확한 물증 없이 섣불리 한 검사장을 기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필재·김청윤 기자 rush@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