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는 준공한 지 25년 넘은 아파트가 100만가구에 달한다. 이 중 상당수는 현재 기준으로 재건축이 불가능한 단지다. 용적률이 높고 대지지분이 낮아 사업성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어려운 단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집값 안정을 위한 해법으로 1기 신도시를 리뉴얼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사진은 1기 신도시인 경기도 성남 분당구 일대. <매경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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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대출 규제 풀어 거래 늘려야
내년이 되면 1기 신도시가 들어선 지 만 30년이 된다. 1991년부터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1기 신도시 아파트 약 30만가구가 입주를 시작했다. 현재 1기 신도시는 인프라가 잘 갖춰진 반면 건물 노후화로 거주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지금처럼 1기 신도시가 노후화되도록 방치한다면 1기 신도시에 거주하는 중산층은 서울 등으로 이주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 집값 상승의 새로운 불쏘시개가 될 수밖에 없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용적률 규제 등을 완화한다면 새로운 주택 공급 창구가 될 수 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기 신도시 입지 조건, 인프라 등 생활 여건은 2기, 3기 신도시와 비교해 서울 거주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용적률 완화로 사업성을 보강해 재건축 등을 추진하면 기존 신도시보다 나은 입지로 공급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다”고 말한다.
1기 신도시 활성화를 위해서는 용적률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현재 1기 신도시 아파트 용적률은 150~200%다.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재건축 사업성이 좋지 않아 사업 추진에 한계가 있다. 1기 신도시는 중대형 평형 가구 비중이 높은 만큼 용적률을 350% 이상 올릴 수 있다면 약 15만가구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3기 신도시 물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3기 신도시 조성과 1기 신도시 리뉴얼을 병행한다면 공급 효과를 2배 이상 낼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꾸준한 신규 공급은 집값 안정화의 첫 번째 요건. 하지만 이것만으로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새로 아파트를 지어야만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아파트 매물이 꾸준히 나와야 수요와 공급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이를 위해 규제 완화 역시 절실하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은 당장 살 수 있는 매물이 부족해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는 점이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인상을 통한 공급 확대 효과를 빨리 내려면 양도세 한시 면제 등으로 규제에 막혀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사람에게 퇴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 다주택자 급매물이 쏟아지면서 집값 안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금이나 대출 규제는 단기적으로 효과 있을지 몰라도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집값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9호 (2020.07.29~08.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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