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의 잇따른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소비자 동향 조사 중 주택가격 전망은 125로 집계됐다.
소비자 동향 조사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가격이 오르거나 경기가 좋아지는 것을, 낮으면 가격이 내리거나 경기가 나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가격 전망이 125를 기록했다는 것은 집값이 오른다는 전망이 우세할 뿐만 아니라 그 상승세가 가파를 것으로 내다본 소비자가 많았다는 의미다. 주택가격 전망은 지난해 12월 125를 기록한 이후 7개월 만에 다시 같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말 주택가격 전망 등 집값 급등 분위기가 감지되자 정부는 12·16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이후 지난 1월 주택가격 전망은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116을 기록했다. 2월과 3월도 각각 112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4월과 5월에는 코로나19 영향 등이 반영되면서 각각 96을 기록해 기준선(100)을 소폭 밑돌았지만, 이후 다시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감이 조성되면서 6월 112로 급등했고 지난달에도 125로 급등세를 이어간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가 강한 대책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 주택 거래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가격 전망도 오르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기존 주택가격 전망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마저 있다"고 말했다. 기존 주택가격 전망 최고치는 2018년 9월 기록한 128이다. 3포인트만 더 올라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셈이다.
최근 부동산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 전망이 급등하는 것을 두고 정부 발언이 시장 신뢰를 잃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월 조사는 7월 10~17일 사이에 이뤄져 사실상 7·10 부동산대책의 영향이 온전히 반영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집권 이후 3년 넘게 규제 강화로 집값 잡기를 시도했지만 내내 실패한 결과 시장도 정부의 말을 믿지 않게 된 것"이라며 "규제 일변도의 정책 방향을 폐기하고 공급을 늘려야 시장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다음주 공급 등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짧아도 수년, 길면 수십 년이 걸리는 것이 신규 주택 공급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소비자 심리를 잡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자가 보유 여부도 집값 전망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자가를 보유한 집단의 주택가격 전망은 124였고, 임차 등 자가가 없는 경우에도 126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40세 미만에서 129를 기록해 가장 높았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121 이상을 기록해 '집값이 오른다'는 생각에는 세대 차이가 거의 없었다.
한편 주거비 전망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주거비는 전세, 월세 등 주거에 드는 비용 전반을 통합해 묻는 항목인데, 주거비 전망은 7월 104를 기록해 전달보다 3포인트 올랐다. 1월 105를 기록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전세와 월세가 오를 것이라는 의미이며 최근 주택 시장 동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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