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외교관 성추행 의혹’ 대응 도마 위
“개인 판단” 선 그었다 파장 커지자 정부 차원 대응 검토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전화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는 도중 부끄럽게도 한국 외교관의 뉴질랜드인 성추행 의혹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교부는 처음 의혹이 제기된 이후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해 국제망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29일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외교부는 최근 한국 외교관 A씨가 지난 2017년 주(駐)뉴질랜드 대사관 근무 당시 현지 대사관 남자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사건과 관련해 정부 차원의 대응을 검토 중이다. 외교부는 인사제도팀과 감사관실, 국제법률국을 중심으로 뉴질랜드 정부의 조사 협조 요청 등에 대해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외교부는 해당 의혹과 관련해 외교관 개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지만, 정상 간 통화에서 이 문제가 언급되며 국가 간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대응에 나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아던 총리의 요청으로 전날(28일) 오후 4시30분부터 30분간 이뤄진 통화에서 양국 정상은 뉴질랜드에 주재했던 외교관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아던 총리의 요청으로 통화한 만큼 아던 총리가 유감을 표하며 사건 수사 협조를 요청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서는 현지 언론이 성추행 사건에 대한 외교부의 대응을 문제삼은 보도를 내보낸 지 3일 만에 양국 간 통화에서 의혹이 언급된 것만으로 국제망신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 25일(현지시각) 뉴질랜드 방송 ‘뉴스허브’가 심층 보도한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사건. 뉴스허브 화면 캡처 |
앞서 뉴질랜드 방송 뉴스허브는 지난 25일(현지시각) 심층 보도프로그램 ‘네이션’을 통해 뉴질랜드 법원이 성추행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뉴질랜드 외교부가 한국 정부에 조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한국의 비협조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의 실명과 얼굴까지 공개한 이 방송은 외교부가 면책특권을 내세워 뉴질랜드의 수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상진 주뉴질랜드 한국대사는 뉴스허브의 인터뷰 요청에 “A씨는 유죄가 입증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 받을 권리가 있다”, “그가 뉴질랜드로 들어와 조사받을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A씨는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이 문제가 제기된 후 2018년 뉴질랜드를 떠났고 현재 아시아 주요국 총영사로 근무 중이다. A씨에 대한 외교부의 징계는 감봉 1개월에 그쳤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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