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과장을 대신해 금정과장을 맡은 건 의외의 인물이었다.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에 파견 중이던 이동훈 과장이 3년 만에 금융위에 복귀하면서 핵심 요직인 금정과장을 꿰찬 것이다. 금정과장은 금융정책국의 주무과장인 동시에 금융위 총괄 과장이기도 하다. 금융위 업무 전반을 컨트롤하고 대외적으로도 메시지를 낼 일이 많은 자리다. 보통 다른 국의 주무과장이나 산업금융과장을 지내다 금정과장으로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외부 파견 중이던 과장이 복귀하면서 금정과장을 맡는 일은 흔치 않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동훈 과장이 금정과장을 맡으면서 금융위 내부 인사도 요동치게 됐다. 사실상 기수를 건너뛰는 인사라 세대교체를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행시 44회로 전임 금정과장인 손 과장(42회)보다 두 기수 후배다. 금융위에는 아직 행시 42회, 43회가 주요 보직에 과장으로 포진해 있는데 이를 건너뛴 것이다. 변제호 자본시장과장, 주홍민 FIU제도운영과장, 박주영 금융데이터정책과장, 윤병원 금융혁신과장 등이 행시 43회다.
금융권에서는 이동훈 과장이 금정과장을 맡으면서 금융위가 더 적극적으로 '집값과의 전쟁'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과장이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이번 정권의 정책 기조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과장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에서 2017년 7월부터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과 손발을 맞췄다. 윤 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면 이 과장이 윤 실장의 복심이라는 말도 나왔을 만큼 청와대 내부 평가가 좋았다고 한다. 윤 실장이 국회의원이 되면서 이 과장의 금융위 복귀도 시간 문제였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이동훈 과장만큼 청와대의 정책 기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늘공'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며 "이동훈 과장이 금정과장을 맡은 이상 금융정책에 청와대의 색채가 더 강하게 드러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영역인 대출 규제는 '집값과의 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실제로 스무 차례가 넘는 부동산 대책 중 대출 규제가 빠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대출 규제가 계속 반복되다 보니 시장의 혼란이 커졌고, 금융당국 안에서도 대출 규제를 만병통치약처럼 쓰는 건 자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예컨대 15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놓고도 금융위와 다른 부처 간에 이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여당에서는 주담대 금지 기준을 15억원에서 12억원이나 9억원까지 낮추는 것도 검토했지만 금융위가 반대하면서 무산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 규제에 대해 당국과 시장 모두 피로감이 큰 건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의 정책 기조를 잘 이해하는 이동훈 과장이 금정과장을 맡자 금융권에서는 금융위가 대출 규제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당장 기존의 대출 규제를 강화하기 보다는 우회로를 차단하는 대책부터 나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P2P 대출이나 대부업 대출을 이용해 LTV의 80%까지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런 우회로를 차단하는 대책부터 금융위가 찾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