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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인사이드 스토리]수도 이전하면 서울 집값 내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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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만에 다시 나온 '행정수도 이전'…왜? 실현 가능성‧집값 안정에 대한 엇갈린 시선 [비즈니스워치] 채신화 기자 csh@bizwatch.co.kr

'행정수도 이전하면 서울 집값 내릴까요?'

최근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 잇따라 올라오는 질문입니다.

여당이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행정수도 이전(서울→세종)을 추진하자 벌써부터 일부 수요자들 사이에서 기대감이 조성되는 모습인데요.

하지만 600년 넘게 유지됐던 수도를 옮긴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닌듯 합니다. 긴 시간을 들여 법을 바꿔야 할 수도 있고요. 세종시의 집값 상승 등 여러 부작용도 예상되고요.

시장의 전망이 엇갈리는데요. 과연 수도 이전이 현실화돼서 수도권 집값 안정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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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6년만의 수도이전 추진…왜?

수도 이전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회, 청와대, 정부 부처를 모두 세종시로 이전해야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이슈화됐습니다.

정부가 두 달에 한 번꼴로 부동산대책을 총 22번이나 내놨으나, 한국감정원 조사 기준 서울 중위 아파트 매매가격이 9억원에 육박하는 등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끝판왕 카드'를 내놓은 셈이죠.

여당에선 '행정' 수도 이전을 주장한건데요.

좀 애매한 부분입니다. 수도와 행정 수도의 정의를 살펴보면요.

수도는 법률적 정의는 없지만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국가권력의 핵심적 사항을 수행하고 국가기관들이 집중 소재해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고 대외적으로 그 국가를 상징하는 의미'라고 판시했고요.

행정수도는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에서 '국가 정치행정의 중추 기능을 가지는 수도'라고 나와 있습니다. 별 차이가 없는 거죠. 사실상 행정 수도 이전이 수도 이전이나 다름없는 셈입니다.

수도 이전이 처음 불거진 이슈는 아닙니다.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수도권 과밀화 문제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 이전이 추진됐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해에 헌법재판소가 '관습적으로 서울이 수도'라며 행정수도 이전을 위헌으로 보면서 무산됐죠.

다만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계획대로 시행해 지난해 말 153개 기관(▲혁신도시 112개 ▲개별 이전 22개 ▲세종시 19개)이 이전 완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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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다시 추진하는 수도 이전, 이번엔 좀 다를까요?

야당에선 이미 '위헌' 결정이 난 사항이라는 점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는데요.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닌듯 합니다.

정부·여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국민투표에 부치거나 법률로 추진하는 등 헌법소송을 제기하면 헌재는 다시 이 문제를 다뤄야 합니다. 이 때 새로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거죠.

헌법을 개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수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이 대통령 개헌안에 있는데요. 이 조항을 헌법에 넣고 수도에 관한 법률을 만들 수 있습니다.

◇ 중요한 건 서울 집값인데

이런 과정들을 다 통과하고 행정수도를 옮긴다고 서울의 집값이 내릴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립니다.

우선 정부의 취지대로 집값 안정화를 기대하는 수요자들이 있는데요. 수도가 이전돼서 서울에서 인구가 빠져나가면 결국엔 집값이 내릴 수도 있다는 거죠.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서울시 총 인구는 967만명인데요. 주택 보급률은 384만 가구에 불과합니다.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데다 서울 집값 상승으로 서울 진입 수요가 늘어난 터라 인구 대비 주택보급률은 더 팍팍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종으로 인구가 빠져나가면 수요가 이전되면서 집값도 조금쯤 내릴 거라고 본 거죠.

또 수도 이전은 동의하되 '세종'이 아닌 다른 곳을 원하기도 하는데요. 세종은 최근 고위 공무원들이 특별공급 분양 등을 통해 다수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운털이 박혔거든요.

게다가 이미 부동산 과열이 심한 곳이니 오히려 지방 등으로 수도를 이전해 지역 활성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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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2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세종시는 아파트값이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는데요. 올해도(지난해 12월 30일 기준) 지난 20일까지 한국감정원 통계를 기준으로 상승률 21.36%를 기록하며 전국에서 오름폭이 가장 큽니다.

7월 10일 대책 발표 후에도 전국에서 집값 상승폭이 가장 컸습니다. 대책 직전(7월 6일)에 비해 서울은 0.16%, 전국 0.27%, 수도권 0.30% 올랐는데 세종은 2.45% 올랐고요.

최근 여당의 행정수도 이전 추진으로 일대 호가는 더 고공행진 중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시 새롬동 '새뜸마을10단지 더샵힐스테이트' 아파트 전용면적 59㎡는 지난 22일 6억1000만원에 팔려 이전 최고가(6월25일) 5억6500만원보다 4500만원 올라습니다.

이미 19개의 행정기관을 옮긴 세종의 부동산이 들끓고 있으니, 수도 이전 자체를 탐탁치 않게 보기도 합니다. 수도를 이전해 봤자 집값 과열 열기가 옮겨갈 뿐이라는 거죠.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행정수도를 옮기면 세종시 부동산 가격은 무조건 오른다"며 "아울러 한국의 주요 인프라, 직장 등은 여전히 서울이나 서울 이용반경에 있기 때문에 미국이 수도는 워싱턴, 경제중심지는 뉴욕인것처럼 수도가 나눠질뿐 서울 집값이 내려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습니다.

현실화까지는 한참 걸릴듯 합니다.

수도 이전이 이슈가 된 지 일주일 정도밖에 안 됐고요.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이 '행정수도완성추진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었을 뿐이니까요. 실제 추진 단계에 접어들려면 한참 걸리겠죠. 그 전에 다시 없었던 일이 될수도 있구요.

그래서 더 아쉽기도 합니다. 가뜩이나 불안정한 시장에 불안정한 대책을 툭 던져놓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수요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세종시로 행정기관 이전이 다수 됐지만 부동산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못 미친다는걸 경험했고, 청와대나 외국대사관 등이 이동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안인데 자꾸 시장에 이슈를 던지니까 국민들의 불안감이나 피로도만 높아진다"는 한 전문가의 지적을 흘려듣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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