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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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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현정부 3년 서울집값 상승률 11%?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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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김현미 “11% 올라” 국회답변 논란

표본 추가 더딘 감정원 매매가격 지수

중위가격 적용땐 ‘과잉대표’ 함정

김장관, 정부승인 공식통계 인용

KB 중위가격 상승률 52%와 큰 차

새아파트 등 급상승 요인 무시 안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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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3일 국회 대정부 질의 답변 도중 “문재인 정부 들어 3년간 서울 집값이 얼마나 오른 것이냐?”는 한 야당 의원의 질의에 “11%가량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해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11%는 서울 시민들이 느끼는 집값 상승폭과 거리가 있는데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케이비(KB)국민은행 통계를 인용해 발표한 최근 3년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상승률 52%와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수치였다. 이에 경실련은 “김 장관이 서울 집값 상승폭을 축소, 왜곡하고 있다”며 정확한 근거를 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감정원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대비 올해 6월 현재 서울의 주택종합(아파트, 연립, 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11.28%로 집계됐다. 김 장관은 이번에 이 수치를 인용한 셈이다. 또 아파트만 따로 보면, 같은 기간 13.8% 오른 것으로 나온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배포하는 각종 설명자료에서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값 변동치로 제시하는 ‘14%’의 근거로 쓰이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중위가격’은 실제 집값 변동과는 무관한 수치일까? 그렇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위가격은 표본을 구성한 전체 주택의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위치한 가격을 말하는 것으로, 전체 주택의 가격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케이비국민은행뿐만 아니라 한국감정원도 중위가격을 집계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중위가격 통계를 보면,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5억2996만원이었으나 올해 6월 현재는 8억3542만원으로 변동률로 따지면 57.6% 상승했다. 케이비국민은행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상승률 52.7%보다 한국감정원 상승률이 더 높게 나온 셈이다.

언뜻 보면 국토부가 중위가격을 애써 무시한 채 굳이 매매가격 지수로만 집값 변동폭을 제시하는 것은 최근 중위가격 상승폭이 정부에 부담이 될 정도로 높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자아낸다. 그러나 특정 시기에 집값이 얼마나 올랐느냐를 따질 경우 통계적 객관성이 가장 양호한 지표는 ‘매매가격 지수 변동률’이라는 게 통계학의 정설이다. 중위가격은 특정 시점의 집값 수준을 보여주는 유용한 지표이긴 하지만, 시계열로 변동치를 계산할 경우 집값 변동을 과잉 대표할 수 있는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중위가격 통계에선 특정 시점에 가격이 갑자기 크게 뛰어오르는 모습이 종종 확인된다. 가까이는 2018년 12월 6억8749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이 한달 만인 이듬해 1월 7억8619만원으로 1억원 가까이 상승한 게 대표적이다. 이는 한국감정원이 그해 1월 서울 아파트 표본을 대폭 확대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은 1~2년에 한번씩 신축 아파트를 조사 대상 표본에 추가하고 있는데, 고가의 신축아파트 단지가 표본에 새로 편입될 경우 자연스럽게 중위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하게 된다. 그러나 매매가격 지수는 동일 표본의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방식이어서, 2019년 1월 표본이 변경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99.9)는 2018년 12월(100.2)보다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는 2018년 12월 송파구 가락동에 입주한 ‘헬리오시티’(9510가구)가 이듬해 시세 조사 대상 표본에 새로 편입되는 순간 송파구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껑충 뛰어오르지만 아파트 시세 변동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정부로선 정부 승인 공식통계인 한국감정원의 주택 매매가격 지수 변동률을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해도 최근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 급상승이 시사하는 바를 무시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 현상의 이면에는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저가주택이 사라진 자리에 고가 아파트가 대거 들어섰고 고가 아파트일수록 집값도 많이 오른 탓에 시민들이 체감하는 집값 수준이 크게 높아진 현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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