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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서울집값 적폐냐" 서울대생, 지방이전 분노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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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대 정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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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넉넉지 못하게 살다가 '언수외'(언어·수리·외국어) 4등급이었던 걸 독학으로 수능 때 1등급 만들어서 서울대 입학했는데, 내가 왜 학벌 만능주의와 서울 집값 상승의 주범인 적폐가 된 거냐?”

26일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이공계 대학원생이라고 밝힌 이 작성자는 “내가 왜 적폐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여권을 중심으로 ‘서울대 지방이전’ ‘서울대 폐지론’이 나오자 서울대생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에 앞서 정부와 여권이 KBS와 서울대의 지방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부인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두관 의원은 국립대 통합을, 박주민 의원은 서울대 폐지를 언급하면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 온 내가 뭘 잘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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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SNS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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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서울대가 집값 상승의 주범과 학벌 서열주의의 원인으로 지목된 데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 작성자는 “돈 많고 권력이 있어서 학창시절에 열심히 공부한 게 아니다. 그런 게 없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잘살아 보려고 노력한 결과일 뿐”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 왔는데 내가 뭐 잘못한 건가? 왜 다들 서울대를 적폐로 못 몰아서 안달이냐”고 적었다.

한 학생은 “지방균형발전이 필요하다는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지방 거점 대학들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늘려 그곳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또 이 학생은 “편협하고 근시안적인 정책을 표팔이에 이용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대한민국을 위해 이바지하고 싶었지만 그들 눈에 난 미래의 적폐다”라고 했다. 그 외 일부 학생들은 “서울대가 지방으로 이전하면 집값이 내려가서 드디어 나도 집이 생기는 거냐”고 비아냥을 담은 글을 올렸다.



“세계 최초 정권 맞춤형 종합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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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민주당 의원 24일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서울대 폐지론을 포함해 (교육 인프라 이전 등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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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분노는 여권을 향한 비판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특정 국회의원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본인은 정작 서울대 법대를 나오지 않았냐”는 글을 남겼다. “요즘엔 서울대를 졸업해도 받는 혜택이 예전보다 많지 않은데, 70·80년대 학번들이 혜택은 다 누리고 우리는 적폐취급을 당한다”는 글도 있다.

그 외 “모두 다 평준화해서 가치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게 민주당의 꿈이다” “서울대는 세계 최초 정권 맞춤형 이동식 종합대학이 됐다” 등 여권을 비난하는 글들도 다수다. 한 학생은 “학생회 차원의 성명문 발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대 법인화해 정부가 옮겨라 마라 못 해”



학생 뿐 아니라 교직원들도 서울대 지방 이전논의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대에 재직 중인 한 교수는 “서울대 지방이전은 늘 잊을만하면 나오는 이야기인데, 세종으로 이전하면 서울대가 세종대가 되는 거냐”고 반문했다. 그는 “어차피 서울대는 법인화를 했기 때문에 나라에서 한마디 한다고 이전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학생 또는 교수와 전혀 상의 없이 이전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학교 차원에선 지방이전과 관련해 그 어떤 것도 검토하지 않고 있고, 검토 계획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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