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제공=행정안전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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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세종으로의 행정수도 이전을 내비쳤다. 하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이 본격 개발되며 이전 기관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서울과 행정도시인 과천의 집값은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며 행정수도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수도 이전은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린 지 16년 만에 수도 이전 논란이 부활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내려진 후 세종은 '행정중심복합도시'로 탈바꿈했다. 청와대와 국회, 일부 부처만 남기고 대부분 부처가 내려가는 방안이 확정돼 2012년 9월 부처 이전이 시작됐다. 당시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6개 부처가 이전을 하는 1단계 사업이 시작되며 같은 해 12월 정부세종청사의 개청식이 열렸다. 차근차근 이전이 이뤄져 지난해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전하며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에서 정한 이전대상 제외 부처 6곳(외교·통일·법무·국방·여성가족부)과 정부대전청사에 있는 중소벤처기업부를 제외하고 모든 부처가 세종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이 기간 서울 집값은 계속 올라가기 바빴다. 26일 한국감정원 월간 아파트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2012년 9월 88.4였던 서울의 매매가격지수는 지난달 110.7로 8년새 25.2% 뛰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시행되면 잠깐 주춤하기도 했지만 계속해서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서울 등 수도권에 주택을 갖고 있던 공무원들도 기존 집에 살며 아침마다 고속철도와 버스로 세종 통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과천청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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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부과천청사에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등 많은 부서가 위치해 사실상의 행정도시였던 경기 과천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과천시의 월간 아파트매매가격지수 역시 2012년 9월 87.9에서 지난달 112.7로 28.2% 올랐다. 서울보다도 높은 상승률이다. 과천청사가 사실상 시 경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수도를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부서가 세종으로 이전한 과천의 집값이 내려갔어야 하지만 오히려 가격은 더 가파르게 올랐다.
단지별로 살펴보면 상승폭은 더 크다. 과천시 별양동 과천주공4단지 73.59㎡(전용면적)은 2012년 9월 4억42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에는 같은 면적이 14억1000만원에 손바뀜이 일어났다. 8년새 가격이 10억원가량 올랐다. 상승률로는 219%에 달한다. 인근 과천주공5단지도 103.64㎡가 2012년 10월 6억5000만원에서 지난 5일 15억8000만원으로 거래가가 9억원가량(143%)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이 세종 분양권과 강남 재건축 아파트 중 무엇을 골랐느냐"며 "행정수도가 이전하더라도 여전히 기업들은 서울에 남아있는만큼 수도권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거란 걸 정부와 여당도 실은 알고 있지 않겠냐"며 반문했다.
문제는 현재 세종의 상황도 그리 녹록치 않다는 데 있다. 세종은 서울 15개 자치구를 제외하고 유일한 비수도권 투기지역이다. 이날 감정원 주간 아파트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올해 세종의 집값은 21.4% 올랐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 20일 기준 조사에서도 전주 대비 0.97% 오르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국 상승률 2위와 3위 모두 세종 인근 지역인 충남 공주시(0.96%)와 계룡시(0.66%)가 차지했다. 이미 뜨거운 인근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붓게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세종 다정동 A공인 관계자는 "안 그래도 최근 들어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었는데 다들 기대감이 더 커지는 것 같다"며 "집주인들이 매도 호가를 그새 1억~2억원가량 높여서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군면 B부동산 대표는 "이번 주 들어 나와있던 토지 매물들이 모두 쑥 들어간 상태"라며 "행정수도 이전이 결정되면 세종 도시권이 더 커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 토지 시장이 들썩이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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