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피해 모르고 있었는데…가정 지키려는 노력 물거품"
미성년 자녀도 피해…"딸 고통, 내 죽음으로 없애고픈 심정"
시민사회단체 "피해자 가족 압박해 합의 끌어내려는 의도"
성폭력 피해(PG) |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여성 신도 여러 명을 성폭행·추행한 혐의(강간 등)로 실형을 선고받은 목사의 부인이 피해 사실을 모르는 피해자 남편에게 합의금 문제로 전화를 걸어 '2차 피해'를 유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자는 남편이 이 사실을 알게 돼 "가정이 쑥대밭이 됐다"면서 피해를 호소했다.
목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A씨는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목사 부인이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합의금 3천만원은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따졌다고 한다"며 "합의금을 요구한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목사 부인은 남편이 이 사실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전화한 것 같다"며 "남편이 나를 끔찍이 아끼기 때문에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몰라서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 나의 고통이 가정의 고통으로 옮아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목사 부인이 A씨 남편에게 전화를 건 시점은 지난 15일 오후 4시께.
A씨가 귀가하니 남편은 다짜고짜 "이게 무슨 일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A씨가 전한 남편과 목사 부인의 통화 내용은 이렇다.
목사 부인은 남편에게 "어떻게 합의금으로 3천만원이나 요구할 수 있느냐. 그 돈 없어도 살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고 한다.
영문을 모르던 남편은 "그 돈 없어도 먹고 사는 데 문제없다. 그런데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목사의 부인은 자초지종을 설명한 것도 모자라 A씨의 성범죄 피해 고백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목사 부인은 "A씨가 명절에 목사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교회를 방문했을 때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데, 그때마다 남편이 함께 오지 않았느냐. 그 상황에서 어떻게 성범죄를 당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고 A씨는 전했다.
전후 상황을 알게 된 남편은 이성을 잃고 이를 자신에게 알리지 않은 A씨에게 화를 냈지만, 현재는 그나마 진정한 상태다.
A씨는 "돈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나쁜 짓을 한 목사가 제대로 처벌받기만을 원한다"며 "피해를 본 후 기도하면서 많이 울었다. 그런데 이제 남편까지 알게 됐다. 그토록 지키려고 했던 가정의 평화가 이렇게 깨졌다"고 울먹였다.
A씨는 2016년과 2017년 교회에서 수차례 목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목사는 A씨의 미성년자 자녀에게도 몹쓸 짓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교회 성가대 소속인 우리 딸이 평소 잘 따르던 목사를 어느 순간부터 피했다"라며 "알고 보니 목사가 신체 여러 곳을 만졌다고 하더라. 우리 딸의 고통이 나의 죽음으로 사라질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가슴을 쳤다.
앞서 목사의 부인은 성범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자를 사전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가서 합의를 요구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시민·사회단체인 '익산여성의 전화' 관계자는 "목사 부인이 피해자의 가족들을 압박해 합의를 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아무래도 가족이 시달리고 마음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 이 일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피해자들에게 생길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가해자 측의 이런 행동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변호사와 상의해 법적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교회와 자택, 별장, 승용차 등에서 여성 신도 9명을 상습 성폭행 또는 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이후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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