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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대법원의 파기 환송 판결로 자신의 처지를 스스로 비유했던 '단두대 운명'에서 벗어났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경기지사는 대선 주자의 무덤'이라는 징크스의 첫 시험대를 돌파하며 명실상부한 여권의 잠룡으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경기지사는 인구 1천300만 명의 전국 최대 지자체를 이끄는 자리로 당선과 함께 대권 후보 반열로 몸값이 수직 상승합니다.
그러나 이인제, 손학규, 김문수, 남경필 등 4명의 걸출한 전직 경기지사들은 한때 유력한 대선주자였다가 중도에 뜻하지 않은 액운을 만나거나 순탄치 않은 정치 환경에 부닥쳐 결국 낙마했습니다.
이인제 전 지사의 경우 15대 대통령선거 본선에 진출했으나 대선 경선에 불복해 탈당, 신당을 창당해 후보로 나서며 김대중, 이회창 후보에 이어 3위에 그쳤습니다.
또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치른 16대 대선에서는 뜻하지 않은 '노풍'을 만나 좌절했습니다.
나머지 3명은 예선 격인 경선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습니다.
이인제, 손학규, 김문수 등 3명의 전 지사는 미래통합당 상임고문, 민생당 당원, 자유공화당 공동대표로 각각 정치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영향력은 모두 예전 같지 않은 상황입니다.
남경필 전 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지사에게 패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스타트업 대표로 활동하며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대권 주자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관료 출신의 임창열 전 지사는 임기 1년 만에 구속되는 불행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경기지사 공관이 자리 잡고 있는 수원시 장안구 화서동 팔달산 기슭은 전염병으로 숨진 수많은 원혼이 떠도는 '악지'라는 풍수설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공관 자리는 조선시대 '병막'이라고 불리는 전염병 집단 격리수용지였다고 합니다.
전임 남경필 지사는 이런 공관을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용도 변경했지만 이재명 지사는 국내외 방문객 접견 등 업무 효율을 이유로 공관을 원상 복구하기도 했습니다.
이 지사는 취임 초기 언론 인터뷰에서 "전임 지사들은 정치인들이었고 저는 실무적 행정가"라며 "다른 삶에 의지하고 정치 활동하듯이 하면 경기도에서 성과 내기어렵다. '무덤'이란 표현을 안 했으면 한다"며 차별화하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임기 반환점을 돈 이 지사가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나머지 2년간의 임기 동안 '경기지사 무덤론'을 완전히 잠재울지 주목됩니다.
(사진=연합뉴스)
권태훈 기자(rhors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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